[조현국의 나라밖 소방(10)] 소방 동물구조,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조현국 강원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입력 : 2018/04/10 [09:39]

▲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의 구조활동 중 동물구조 출동의 비중이 적지 않다. 최근 국내의 잇따른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늘려도 아직 부족해만 보이는 소방력을 동물구조와 같은 비응급 출동에 동원해도 되는가가 소방력 운용에 관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에 따른 동물구조 활동도 많다. 그런데 최근 독일 등 유럽에서도 소방의 동물구조 활동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동물구조를 어느 정도까지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소방서 상황실에 신고가 들어온다. “나무 위에 새가 앉아 있어요” 당황한 상황실 근무자가 “그게 왜 문제죠”라고 물었더니 신고자는 “새의 표정이 우울해 보여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니 빨리 소방대가 와서 구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일은 독일 소방서 상황실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례 중 하나다.

 

▲ 사다리차를 이용해 나무 위 고양이를 구조하는 소방대     © Bergedorfer Zeitung 제공


이외에도 독일에선 사냥을 같이 나간 사냥개가 여우 굴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기르던 앵무새가 달아났다거나, 말이 도랑에 빠졌다거나, 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한다는 등 동물구조를 요청하는 다양한 종류의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되고 있다.


독일에서 동물구조 요청에 대한 소방의 구조출동 범위와 이에 대한 비용 징수의 한계에 대해 정해진 공통적이거나 명확한 것은 없다.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소방이 동물구조를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법적 근거에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과 같은 성격을 가진 독일연방기본법 제20a조는 ‘국가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으로 자연적 삶의 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각 주의 헌법에서도 동물보호를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이 동물보호에 있어 보편적인 구조를 담당하는 것으로 규정한 독일 최고 단위의 법령은 없는 상태다. 주의 법령 중 하나인 소방대법은 소방이 담당하는 임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역마다 다르고 동물구조에 대해 명문화해 규정하는 주 또한 극히 드물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소방대법에서는 ‘생명이 위험한 상태의 동물 구조’로, 그리고 브레멘 주 구조법에서는 ‘생명이 위험한 상태의 사람과 동물에 대한 기술적 구조’로 임무를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 외 대부분의 소방대법에서는 ‘사고 시 기술적인 도움’ 또는 ‘위험에 대한 예방 및 제거 보장’이라는 포괄적인 구조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구조는 이런 일반적 구조 범위에서 각 소방대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독일의 매트만(Mettmann)이라는 지역에서는 지방법령에 동물구조를 소방대의 의무로 명문화했다. 지역 소방대원들은 이에 따라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고양이를 구조한 뒤 품에 안고 페이스북에 생명을 구하는 소방대라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무 위에 있는 고양이는 대부분 스스로 내려오고, 정원에 있다던 뱀은 끊어진 밧줄로 확인되는 등 동물구조가 소방의 근본적인 임무도 아니면서도 불필요한 출동을 하면서 낭비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방대 구조에 있어 당연히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겠지만, 반려동물의 소유자들에게 가장 위험해진 상황이 돼서야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홀로 사는 할머니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네발 달린 반려동물을 구해달라고 하는 경우라면 이에 응해 구조출동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그리고 동물로 인해 소란이 벌어진다면 이를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동물구조가 소방의 임무로 법규상 의무화 돼 동물구조를 임하는 소방대나, 동물구조를 자체 지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임하는 소방대나 공통적으로 구조출동을 나가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 베를린의 동물택시 Tiertaxi    © B.Z. Berlin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구조요청의 경우인데, 바로 주인 없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개를 포획해달라는 신고를 받았을 때다. 독일소방은 이때는 절대 출동하지 않도록 돼 있다. 그 대신 이런 동물구조 요청에 대해서는 전국 곳곳에 있는 동물택시(Tiertaxi)나 동물구호단체 등에서 출동해 신고 받은 동물을 데려가 보호시설에서 관리하게 된다.


뷸프라트(W lfrath) 지역에서는 행정당국이 동물구조에 있어 소방의 업무를 분담해 주고 있다. 행정당국에서는 공공장소의 동물 사체와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동물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그 외 구조 활동은 소방에서 담당토록 해 소방대의 출동부담을 완화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독일 등 다수의 유럽 소방에서는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활동 등 본연의 임무가 아닌 비응급 활동에 대해서는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바이에른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그리고 작센 등 3개 주에서는 동물구조 비용에 대해 소유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화재나 교통사고 등의 현장에서 구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용청구 대상이 된다. 동물구조 출동의 비용 청구와 관련해서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를 내려주기 위해 소방대원과 소방차량이 출동했을 경우 시간 당 100~300유로의 비용이 주인에게 청구될 수 있다. 여기서 시간이라 하면 소방청사를 나와 구조 활동을 마치고 다시 소방청사로 들어간 시간까지 분 단위로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소방의 동물구조 근거와 시각, 그리고 행정기관과 민간기구, 동물의 소유자 개인의 분담을 중심으로 언급했다. 여기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소방에서 동물구조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가’의 문제다.


한 가지 예로, 유럽에서 흔한 나무 위 고양이 구조출동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사다리차가 동원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규모가 큰 소방서에서 2~3대의 사다리차를 보유하는 경우가 일부 있긴 하지만 대다수 소방서에 사다리차는 1대다.


독일의 경우 거의 모든 안전센터에 사다리차가 배치돼 있고 고장 등을 대비한 예비 사다리차를 별도로 보유한다. 사다리차 한 대가 빠질 경우 우리는 다층 건물의 화재출동을 걱정해야 하지만 독일에서는 여력이 많아 걱정은 그리 크지 않다.

 

▲ 파충류 동물구조 교육을 받는 프랑스 소방대원들     © SDIS 50 Manche 소방본부 제공


또한 소방서에 따라서는 별도의 동물구조 차량과 전담인력을 둔 곳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소방에서는 다양한 동물구조 출동을 대비해 수의사를 두는 경우가 많고 이들에게는 별도의 소방 계급체계가 있을 정도다.


특히 동물구조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프랑스에서는 수의사나 동물전문기관을 통한 소방대원들의 동물구조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 소방에는 동물구조를 위한 차량 등 전문장비와 가용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동물구조요청은 소방서에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출동 공백의 위험부담까지 안겨주게 되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사례처럼 소방의 동물구조 활동은 본연의 임무인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포획 활동 등에 있어 민간기구나 관련 행정기관의 역할분담을 해줘야하고 그 외 단순한 우려로 인한 신고는 소방에서 동물구조에 대한 여력이 생길 때까지 억제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 독일 동물구급차 운영단체의 기부금 모금 행사     © Tierschutzshop 제공


지금까지 소방에서 동물구조 출동에 대한 적정선을 찾기 위한 국내외 소방의 고민을 언급해봤다. 하지만 이 문제는 소방만이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소방의 동물구조라는 문제에 있어 다음 사례를 들어 우리 모두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어느 날 시 외곽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집 앞 나무위에서 계속 울어대는 고양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전화를 해오셨다. 안타까운 생각에 대신 119에 신고를 하고 신속한 출동을 강력히 요구했다. 소방서 단 한 대밖에 없던 사다리차와 구조차, 그리고 구조대원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고양이 구조활동이 진행되는 그 사이, 시내에 있는 우리 아파트에 불이 났다. 사다리차와 구조차는 뒤늦게 화재 현장으로 와야만 했다.’


뭐가 문제일까. 그리고 해결방법은 뭘까.

 

조현국 강원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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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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