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의 나라밖 소방(13)] 불연성 알갱이를 이용한 질식소화기법

조현국 강원철원소방서 | 입력 : 2018/05/25 [14:01]

요즘 초등학생들도 잘 알고 있는 불을 끄는 소화의 방법 세 가지는 냉각, 질식, 제거이다. 그러나 실제 이뤄지는 화재진압 방법의 대부분은 물, 분말, 포 등의 소화약제를 이용한 냉각위주의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산화탄소나 하론 등의 기체 소화약제를 이용한 질식소화방식도 있긴 하지만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면서도 화재진압능력은 냉각소화방식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수손피해가 없어야 하는 일부 시설에서만 사용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소방시설의 소화설비로서 질식소화방식이라는 기존 개념은 불연성 기체를 뿌려서 산소의 농도를 낮춰 연소가 중단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유럽에서는 전혀 다른 개념의 질식소화의 방법이 등장하였다.

 

바로 불에 타지 않는 작은 무기질 고체 알갱이들로 화재가 발생한 공간을 채워 불을 끄는 방식이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겨울철 유류를 사용하는 난로 옆에 ‘방화사(防火砂)’와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불이 붙은 가연물에 모래를 뿌리면 가연물이 모래에 덮히면서 산소가 차단되기 때문에 연소가 중단된다. 하지만 모래는 일정 부피이상이 되면 너무 무거워 취급이 쉽지 않고 무게에 눌리는 파손이나 작은 알갱이들로 인한 오염 등 화재진압 후에도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화재의 예방이나 진압에 사용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유럽에서 개발된 질식소화용 불연성 알갱이약제는 섭씨 1100도까지 견디는 다공질의 실리카 덩어리로 물보다 1/4정도로 무게를 줄여 가볍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건물 상층부의 대형용기에 저장을 하고 각 실에는 이 약제용기와 연결되는 통로를 설치하면 화재 발생 시 경보설비와 연동을 하도록 하여 이 알갱이들이 건물 내로 쏟아져 들어가 공간을 채워 질식에 의한 화재진압이 되도록 시설을 구성하고 있다.

 

▲ 사진 1.  다공질의 불연성 알갱이 소화약제 실물사진(출처 : genius-group.de)   © 기고자 제공

 

각 알갱이의 크기는 0.5~5mm로 매우 조밀하기 때문에 기체의 밀폐도가 높으면서도 단열성과 전기절연성도 좋다.

 

화재경보 시 방에 채워진 이 알갱이들은 발화부위를 질식시켜 화재진화를 하면서도 다른 가연물이나 시설과 완전히 격리를 시키기 때문에 화재진압 후에도 그을음이나 냄새 등의 영향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이 알갱이형 소화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소화과정에서 수손피해가 없고 물이나 분말가루와 같은 소화약제 자체의 잔해물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용된 알갱이 소화약제를 진공흡수해 다시 저장탱크에 담아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화가연물에 직접적으로 닿은 극히 일부의 알갱이들은 재활용이 불가할 수도 있다.

 

▲ 사진 2. 배선관로에 화재발생 방지와 외부 복사열차단을 위한 알갱이소화약제 충전(출처 : genius-group.de)   © 기고자 제공

 

또한 유류화재의 경우에도 기름 표면을 일정 두께로 덮는 방식으로 소화가 가능하다.

 

여러 전기선이나 통신선이 들어가 있는 케이블관로에 이 알갱이를 꽉 채워두면 단락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산소가 차단돼 화재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제조사에서 공개하는 실험영상을 보면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화염이 접근하더라도 알갱이들의 단열성능에 의해 케이블이 열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미술품이나 주요 문서 등 보호가치가 높은 귀중품보관소에 공간을 채움으로써 화재예방이 가능하며 소방대원에 의한 화재진압이 원천적으로 곤란한 풍력발전기 등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제조사의 주장이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화재발생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라서 많은 양의 알갱이를 저장하는 큰 저장용기가 건물 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화설비를 설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리터 당 약 1만6천원 정도의 가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화재진압과 예방을 위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해외 사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개를 해봤다.

 

※ 제품관련 유투브 영상 2건
https://youtu.be/J6VNVkWfyfw
https://youtu.be/89k9DThMmmU

le

ri

연재소개

전체목록

연재이미지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광고
집중조명
[집중조명] 제연설비 성능개선 토론회, 어떤 내용 다뤄졌나
1/2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