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의 나라밖 소방(14)] 구경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의 구조현장

조현국 강원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 입력 : 2018/07/10 [10:41]

▲ 사진 1. 독일에서 논란이 된 구조현장 소방대원의 방수 장면     ©막데부르거뉴스

 

지난해 11월 독일에서는 대형교통사고 현장에 있던 한 소방대원이 지나가던 차량의 창문에 소방호스로 물을 쏜 것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 TV를 통해서도 일부 소개가 되긴 했지만 이런 행동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결과에 대한 별다른 관심 없이 흥미로운 영상으로만 치부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왜 독일 소방대원은 지나가던 차량들을 향해 물을 쐈던 것일까? 

 

사고 당일 아침에 자갈을 싣고 가던 화물차 한 대가 고속도로 공사구간을 지나다 전복이 됐다. 이때 뒤따라오던 화물탑차가 이 사고차량을 피하려 중앙 가드레일을 뚫고 반대편 차로로 들어가면서 진행 중인 다른 화물차와 충돌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3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를 구조하고 도로바닥에 펼쳐진 화물과 잔해 정리를 도와야 했다.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수 시간의 힘든 구조활동 끝에 일부 교통통행이 재개됐는데 화물차 운전자들이 핸드폰으로 참혹한 현장을 촬영하려다보니 통행이 아주 느려졌다. 소방대원이 촬영을 하지 말고 빨리 통과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운전자들은 좋은 촬영 각도를 확보하기 위해 조수석에 가로누워 촬영을 하기도 했다. 결국 참다못한 소방대원은 소방호스를 이용해 차 창에 물을 뿌려 촬영을 방해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소방대원의 유례없는 행동에 대해 경찰과 독일소방협회 등에서 아무리 운전자들의 행동이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방수를 한 것은 지나쳤다며 인간적으로 이해하지만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의견을 냈고 당사자인 소방대원과 소방대에서도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행동이었다고 언론을 통해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방대원의 행동의 배경이 됐던 사고현장에서의 무분별한 구경꾼들의 영상촬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던 것은 분명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현장영상 분석을 토대로 10여 명의 화물차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추가 분석에 들어갔다고 해 법적 처벌을 염두해 두고 있음을 알렸다. 반면 이들 차량에 방수를 한 소방대원의 행동이 도로통행에 위협을 주는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영상분석을 통해 차량들이 줄지어 아주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는 것과 차량의 닫힌 창문을 통해 낮은 압력으로 방수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고, 물을 맞은 화물차의 운전자 누구도 소방대원을 고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언론에 보도된 사실만으로 직권으로 조사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소방이나 경찰 등이 사고현장에서 활동할 때 구경이나 촬영을 하기 위해 고의로 구조활동을 방해한 경우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률이 지난해 5월부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독일 N24 TV방송에 출연한 독일 소방협회 법무담당관에 따르면 사고현장에서 촬영을 하는 행위는 독일 형법 제201a조(영상촬영을 통한 고도의 사적 생활영역의 침해) 1항 2에 적시된 바와 같이 다른 사람의 곤경을 구경거리 삼아 권한 없이 촬영하거나 영상 중계해 촬영된 사람의 고도의 사적생활영역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돼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소방대원의 유례없는 행동으로 인해 이 사건이 알려졌지만 독일 전역의 구조활동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려는 구경꾼들로 인한 소방과 경찰의 고통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좋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서 구조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촬영한 영상을 무분별하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잘못된 정보와 함께 급속도로 전파시키는 것도 현장활동대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단순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구조활동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6월 독일의 대형교통사고 구조활동을 마친 로스부르크 소방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이 현장활동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로스부르크 인근 도로에서 대형버스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120여 명의 소방과 구조관련 기관의 대원들이 와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는 많은 구경꾼이 있어 이들에게 현장에 방해를 주지 말고 나가달라고 했을 때 다들 순순히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해 촬영된 현장 사진들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도로 옆 관목 사이에 숨어서 얼굴을 내밀고 몇 m 앞에서 요구조자의 생사를 위해 대원들이 힘겹게 구조활동을 하는 것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출동대원들은 소름이 돋았고 앞으로 구조활동에 있어 느껴야 할 심적 부담이 너무 커서 이것이 구조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구경꾼들로 인해 날로 심각해져가는 문제를 막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시도되고 있다.

 

1. 캠페인

독일소방에서 연기감지기 설치, 소방차 통행 시 길을 양보하기와 더불어 가장 많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 구경하지 말라는 캠페인이다. 단순히 현장에서 구경을 하지 말라는 문구에서부터 구경을 할 거면 차라리 의용소방대원이 돼 도움을 달라는 등 다양하다. 한편 최근에는 구경은 안돼요(Gaffer Nicht)라는 캠페인송이 제작되기도 했다.

 

▲ 사진 2. 도로변에서 구조활동현장 구경자제 캠페인 벌이는 소방대원들     ©괴팅어 타게블라트

 

2. 가림막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는 현장에서 구경꾼들의 촬영이 도를 넘게 되자 관련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효과가 없자 이제는 사고현장에 다양한 형태의 시각적 가림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가림막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소방대 자체적으로 적재와 설치가 간편한 것이 있는가하면 별도 차량에서 구조물을 운반해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 사진 3. 교통사고 현장 구경 가림막 설치 사례1     ©슈투트가르터 차이퉁

 

▲ 사진 4. 교통사고 현장 구경 가림막 설치 사례2     ©Tegernseer Stimme

 

▲ 사진 5. 통제된 언론 촬영가능한 교통사고 현장 구경 가림막 설치 사례3      ©Ruhr Nachrichten

 

3. 개를 이용한 구경꾼 쫓아내기

좀 특이한 사례이긴 하지만, 지난해 5월 독일 뒤스부르크에서는 사고현장에 300명이 넘는 구경꾼들이 소수 경찰들의 통제에 제대로 따르지 않아 현장통제가 어렵게 됐다. 그러자 경찰은 보유하고 있는 경찰견 1마리를 동원시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사진 6. 구경꾼 통제에 동원된 뒤스부르크 경찰견     ©Mopo

 

4. 구경당하는 느낌 체험

올 7월 초 독일의 어느 전시회에는 특이한 체험기구가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바로 많은 구경꾼이 나를 둘러싸고 지켜보며 사진을 촬영한다고 할 때 피해자로서 당하는 느낌이 어떨지를 체험하는 구경꾼박스(Gafferbox)다. 제품은 경찰과 소방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체험을 통한 공감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 7. 독일 박람회에 전시된 구경당하는 체험박스     ©베스트팔렌 블라트

 

5. 적극적인 현장활동 정보제공

독일에서 구경꾼(Gaffer)을 부르는 다른 명칭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Schaulustige)이다. 구경이라는 것은 뭔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데서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관점에서 구경꾼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소방대들이 있다. 바로 현장활동을 종료하면 사고내용과 현장활동 사항을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 않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많은 독일의 의용소방대들이 보통 4명 이상의 전담팀을 운영하기도 한다.

 

▲ 조현국 강원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지금까지 구조활동 현장의 구경꾼 문제에 관해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화재나 대형사고현장에 많은 구경꾼이 모이고 방해가 되는 일은 늘 있어 왔지만, 지금의 구경꾼은 좀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고품질의 스마트폰 보유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적극적인 활동이 일반화돼 가면서 좀 더 아름답거나 특별하거나 또 때로는 참혹한 영상을 보유하고 이를 공유하며 관심을 모으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욕심에 이끌려 스마트폰을 들고 사고현장으로 몰려드는 구경꾼들에게 시달리는 것은 비단 독일의 소방대원들만이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현장의 구경꾼 문제 해결에 있어 독일소방의 대응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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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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