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기본 소양 배제한 소방공무원 채용제도 논란

소방학계, 채용시험 관련 과목 범주 재정립 필요성 지적
“소방학과 경채 시험에 필수 소방법규 4가지로 조정해야”
필수 교과 소방학개론은 범위조차 불명확… “재정립해야”
공채에만 부여되는 자격증 가산점 “경채에도 반영해야”
“소방간부후보생조차 소방관련 전문 과목 필수 준용 안해”

김혜경 기자 | 입력 : 2018/07/25 [11:52]

▲ 윤석호 김천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 교수

[FPN 김혜경 기자] =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과목에 소방관련 전문 과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문제 하나가 당락을 좌우하는 소방관련학과 경력경쟁채용 시험에서 준용하는 소방관계법규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5일 대전보건대학교에서 개최된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제28회 학술 세미나에서 윤석호 김천대학교 교수는 ‘소방공무원 채용제도에 대한 개선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은 공개경쟁채용(이하 공채)과 경력경쟁채용(이하 경채)으로 구분된다.

 

공채 필기시험은 국어, 한국사, 영어를 필수로 하고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 행정법총론, 사회, 과학, 수학 등 6개 과목에서 2과목을 선택해 총 5과목으로 치러진다.


경채는 국어, 영어, 소방학개론 등 3과목으로 실시되며 영어 과목은 구조ㆍ구급 등 소방활동에 필요한 생활영어다. 다만 소방관련학과 경채는 국어,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 등 3과목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자체가 유사분야인 경찰학과와 비교하더라도 문제가 많다는 게 윤석호 교수 주장이다.


윤 교수 설명에 따르면 실제 경찰공무원 시험은 일반 순경, 101경비단의 경우 한국사와 영어만을 필수로 하고 경찰학개론, 형법, 형사소송법,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중 3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또 전ㆍ의경 특채는 경찰학개론, 형법, 형사소송법, 한국사, 영어 등 5과목이며 경찰학과 특채는 경찰학개론, 형법, 형사소송법, 수사, 행정법 등 5과목이다.


윤석호 교수는 “소방과 달리 경찰공무원은 채용시험의 모든 직렬에서 경찰학개론, 형법, 형사소송법 과목을 포함시켜 대부분 임용 후 업무의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며 “행정, 기계, 전기, 화공, 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소방은 전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응시과목에서 이를 측정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소방 공채 시험에서 소방관련학문은 소방학개론과 소방관계법규인데 이것마저도 선택과목으로 돼 있고 경채 시험에서는 소방관계법규가 아예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 윤석호 김천대학교 교수가 제시한 소방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의 필기시험 과목 비교표


“경채 소방관계법규 출제 범위 문제 있다”
윤석호 교수는 소방관련학과 학생이 치르는 경채 시험의 ‘소방관계법규’ 출제범위가 공채와 달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현행 소방관련학과 경채는 2년제 이상 대학의 소방관련학과를 졸업하거나 4년제 대학의 소방관련학과에서 소방관련 과목을 45학점 이상 이수한 사람이 응시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국어,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 등 세 가지 과목으로 치러진다.


이 중 소방관계법규의 범위는 ‘소방기본법’과 시행령,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서만 출제된다. 공채 시험에서 보는 4개 법령 중 ‘소방시설공사업법’과 ‘위험물안전관리법’이 빠졌을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시행규칙도 출제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게 윤 교수 설명이다.


윤 교수는 “학과 경채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오히려 공채보다도 전문가적인 식견이 있어야 하지만 2개 법령만 알아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소방이라는 같은 직군 채용에서 범위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과 경채 시험에서는 한 문제만 틀려도 당락이 좌우되는 등 변별력이 없는 문제를 불러오고 있어 모든 시험 범위를 4개 법령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이 규정을 누가 이렇게 정했는지 소방청도,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도 알 수 없다는 말뿐”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때문에 학과 경채의 관계법규 문제는 2개 법령에서만 출제되면서 소소한 법 규정이 문제로 채택되는 것도 모자라 하나만 틀리더라도 불합격되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방학개론 범위 재정립… 학문 기반 마련
윤석호 교수는 소방업무의 기본 지식으로 분류되는 소방학개론의 범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전국 70여 개 대학의 소방관련학과에서는 매년 3500여 명의 학생이 졸업하고 소방기술자 영역에서 활동하는 소방인력은 12~13만 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소방학개론 책을 보면 목차라던지 내용이 제각각인 실정이다.


윤석호 교수는 “소방에는 행정도 있고 전기, 기계 등 기술적인 과목들이 많음에도 소방학문 분야의 정립이 미흡하다”며 “소방공무원이나 소방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소방청과 중앙소방학교, 전국 소방관련학과 교수들이 협의를 통해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방학개론의 학문적 기반 마련으로 소방간부후보생 시험을 포함한 모든 소방공무원 직렬 채용시험에서 이를 필수과목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채, 공채 다른 가산점 제도도 고쳐야”
윤 교수는 자격증ㆍ면허증 가산점이 적용되지 않는 경채 분야에 대해 공채와 동일한 가산점을 반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중 공채는 자격증ㆍ면허증(최대 5%), 취업지원대상자(최대 10%), 의사상자(최대 5%) 등의 가산점이 반영되는 반면 경채는 취업지원대상자와 의사상자만 적용되고 있다.


윤석호 교수는 “공채, 특채 모든 직군별로 동일한 가산점이 적용되는 경찰과 달리 소방은 공채에만 가산점이 부여되고 있다”며 “소방분야는 기계, 전기, 위험물, 안전관리 등 다양한 전문기술 분야의 직렬인데도 불구하고 경채에는 자격증ㆍ면허증 가산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가산점 제도가 다양한 분야에 굉장히 많은데 소방은 이에 비해 분야가 매우 좁은 편”이라며 “소방분야에서 전문적인 인재채용을 위해서는 가산점 적용 분야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 고위직 뽑는 소방간부후보생 시험도 문제
소방관련학문이 준용되지 않는 문제는 간부후보생 시험 역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소방간부후보생 시험을 보면 2011년도에는 헌법, 한국사, 영어, 소방관계법규를 필수로 보고 선택과목에 소방학개론이 있지만 2012년도에는 소방학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고 소방관계법규가 완전히 빠졌다”며 “소위 소방조직의 엘리트라 불리는 소방간부직에서조차 소방학개론 한 과목만 시험을 봐도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소방학개론이 선택과목으로 포함되면서 필수과목에는 소방관련학문이 하나도 없고 여전히 소방관계법규는 빠져있다”며 “이런데도 소방청과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호 교수는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서는 경찰학개론, 형법, 형사소송법이 필수고 9급 시험에서도 3과목을 물고 가는데 소방은 그렇지 않다”며 “소방관계법규는 간부후보생 시험에 없고 기초 학문으로 볼 수 있는 소방학개론은 이리저리 치이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도 전문 인재채용과 역량개발을 위해서는 경찰 직렬과 같이 채용과목을 직무특성에 맞춰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기자 hye726@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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