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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의문 투성이 삼성 이산화탄소 사고… 문제 뭐였나

불 끄는 이산화탄소 흡입으로 1명 사망 2명 중태
겹겹이 쌓인 이해 못할 시설 결함이 피해 불렀나
‘선택밸브’ 통째 분리… 엉뚱한 데 소화약제 쏟아
부실한 약제 저장실 벽 부수고 새나간 이산화탄소

최영 기자 | 입력 : 2018/09/10 [01:37]

▲ 사고가 발생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소화약제 저장실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불을 끄기 위해 설치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또 사고를 쳤다. 알려진 유사 사고만 해도 수십 건에 이른다. 삼성이라는 초일류 기업에서 발생한 두 번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질식 사고로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일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방출되면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명은 이날 숨을 거뒀고 2명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고용노동부,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은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하 1층에 위치한 소화약제 저장실 연결 밸브가 터져 이산화탄소가 누출됐고 이를 들여 마시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이번 사고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들과 맥락은 비슷했다. 그러나 전해진 일부 사실만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우선 화재가 아닌 상황에서 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 하나는 오동작으로 소화약제가 방출됐더라도 왜 방호 대상 구역이 아닌 복도에 있던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지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과정에서는 사고 관계자들과 조사 기관 등으로부터 당시 상황과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명 숨지고 2명은 의식불명… 자체 수습한 삼성

 

이날 변을 당한 세 명의 작업자들은 삼성 직원이 아니었다. 사업장 내 화재 수신기의 철거 작업을 의뢰받은 하청 전문업체 직원들로 알 수 없는 이유로 방출된 소화설비용 이산화탄소를 마셔 질식했다.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서울 서대문구을)실에 제출한 사고 보고 자료에 따르면 삼성 측이 용인소방서로 사고 상황을 통보한 시각은 3시 48분께다. 사업장 내 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송을 완료했다는 내용이었다.

 

최초 사고가 발생된 시간은 1시 59분이었지만 2시 20분 경 삼성전자 자체 소방대가 환자를 이송한 뒤 이 정보를 삼성반도체 사업장의 소방안전관리자가 용인소방서로 통보했다.

 

오후 4시 14분 경 경기도 재난종합지휘센터는 삼성전자로 사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전화에서 삼성 측은 “상황이 종료돼 출동이 필요 없고 일이 생기면 연락하겠다”는 답을 남겼다. 오후 4시 51분 경기소방은 출동대에 지령을 내려 현장으로 47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소방은 오후 6시 25분께가 돼서야 1차 현장조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소방청이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사고 당일 경기 재난안전본부 보고서 내용 일부 재구성     ©소방방재신문

 

이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건물 내에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45kg짜리 용기가 133개나 설치돼 있었다. 이 설비는 최초 모두 11곳의 방호구역(전기실 등)으로 소화약제가 쏟아지도록 설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전 2개소를 다른 가스소화설비로 교체하면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불을 끄기 위해 방호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사고 당시 9곳이었다.

 

피해를 입은 세 명의 작업자들은 얼마 전 교체가 완료된 소방 전기시설의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수신기에 이해 못할 신호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명칭 그대로 불을 끄기 위해 설치되는 소방시설이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 상황이 아니라면 작동해선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사고 당일 삼성반도체 건물 역시 화재가 발생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화설비가 작동한 것은 어딘가에서 ‘화재’ 신호가 소방시설에 전달됐거나 기계적인 결함, 인위적인 작동 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취재 결과 사고 당시 삼성전자 내 화재수신기에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수동 작동 신호가 4건이나 들어왔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수신기는 소방시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메인 시스템이다. 규모가 큰 건축물의 경우 대부분 PC 형태의 수신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소방시설의 작동 유무 등 모든 이상 상태가 기록된다. 4건의 신호는 이 기록에 남은 정보다.

 

이렇게 신호가 동시다발적으로 전달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누군가 여러 개의 수동 장치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일도 쉽지가 않다.

 

▲ 이산화탄소가 쏟아진 소화약제 저장실과 이날 피해를 입은 3명의 작업자들은 방호 공간에 있었던 게 아니라 복도(층계 앞)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소방방재신문

 

가스를 활용하는 소화설비를 기록처럼 수동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소화약제 수동조작함을 누르거나 기동용기 솔레노이드 밸브(소화약제를 열기 위해 처음 기동을 시켜주는 전용 밸브)를 수동으로 작동하는 방법, 소화약제 저장실에서 용기의 수동밸브(약제 용기 자체에 결합된 밸브)를 작동하는 방법 등이다.

 

만약 한 곳에서 신호가 들어왔다면 작업자의 과실 또는 인위적 요인을 의심할 수 있겠지만 다발적인 신호가 들어와 소화설비를 작동시켰다는 건 전기적 신호 오류 또는 기기적 결함 쪽에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조작함과 수동 밸브 등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정부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내야할 과제다.

  

엉뚱한 곳에 쏟아진 소화약제… 원인은 ‘선택밸브’

 

이산화탄소는 물론 가스를 사용하는 소화설비는 시스템 구조가 대부분 유사하다. 하나의 약제 저장실을 두고 방호가 필요한 여러 공간에 배관을 연결한 뒤 화재가 발생하면 해당 공간의 배관으로만 가스 소화약제를 방출해 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방호를 해야 하는 공간에 필요 약제량을 적정하게 설정해 설계된다.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서 인명 피해를 낳은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시스템의 개념 자체가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다.

 

불이 안 났음에도 수동 작동 신호가 발생되면서 소화설비가 작동했지만 사상자들은 소화약제가 쏟아지는 방호구역 내에 있었던 게 아니었음에도 피해를 입었다. 이산화탄소가 방호구역이 아닌 ‘소화약제 저장실’이라는 엄한 곳으로 뿜어져 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각 방호구역으로 소화약제가 뿌려질 수 있도록 중간 밸브 역할을 하는 ‘선택밸브’가 원인이었다. 이산화탄소가 밸브를 타고 각 공간으로 방출될 수 있도록 각 배관 라인을 개별적으로 열어주는 이 선택밸브와 배관을 연결하는 플랜지의 나사이음이 통째로 분리되면서 약제 저장실을 넘어 사상자들이 있었던 곳까지 이산화탄소가 퍼질 수 있었던 것이다.

 

▲ 삼성 반도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오동작 사고 이후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선택밸브가 통째로 분리된 채로 옆 배관 라인에 얹혀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 소방방재신문


이 선택밸브가 어떻게 이런 형태로 분리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가스계소화설비에 적용되는 선택밸브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형식승인이라는 강한 법규를 적용 받는다. 일정 강도나 구조 등이 법에서 정한 수준을 만족해야만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소화설비의 강한 압력에 견디지 못했다는 건 이상할 정도의 고압이 순간적으로 발생했거나 제품 자체가 부실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재 결과 문제를 일으킨 이 선택밸브는 1996년 제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2년 동안 한 번의 교체 없이 방치돼 온 노후 시설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방분야 내에서는 선택밸브의 이해 못할 분리 현상이 예견된 사고였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간 소방분야 내에서는 이 ‘선택밸브’가 최소설계 내압 압력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가스를 사용하는 소화설비의 배관 이음 구조가 적정한 압력등급에 미달되고 나사이음 방식이 압력등급에 못 미쳐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그간 제기돼 왔던 주장이 현실화된 것일 수도 있음을 의미해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

  

벽 뚫고 퍼진 이산화탄소, 깨져버린 벽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사고 현장 도면을 보면 당시 사고가 발생한 지하 1층 공간의 소화약제 저장실과 사상자들이 있었던 곳은 별개의 장소였다.

 

약제 저장실에 쏟아진 이산화탄소가 하나의 실로 구획된 공간을 넘어 사상자들에게 영향을 준 까닭은 뭐였을까. 이 의문의 실마리는 소화약제 저장실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소방청이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사고 당일 현장 조사 보고 자료에 따르면 사고 직후 현장에서 소화약제 저장소의 벽면 파손 사실을 확인했다. 6일 진행된 합동현장 감식 결과도 마찬가지다.

 

▲ 사고 직후 촬영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소화약제 저장실의 상단 벽면에는 석고보드로 마감처리된 부분이 크게 파손된 것이 확인된다.     ©소방방재신문

 

합동 감식팀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저장소는 아래 3m까지는 콘크리트 구조였지만 그 위로는 3.6m가 석고보드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소화약제 저장실 내에는 큰 압력이 형성됐고 석고보드 부분이 입력을 견디지 못해 부서지면서 저장소 밖으로 나온 것 같다는 게 감식팀의 언론 발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삼성이 약제 저장실 구조를 애초부터 너무 허술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소화약제 저장실은 방화문을 달도록 할 정도로 강한 규정을 적용 받는다. 그럼에도 벽면 윗부분을 부실한 석고보드만으로 마감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분야의 한 관계자는 “소방법상 소화약제 저장실은 방화문으로 구획된 실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방화구획을 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완벽한 구획을 하는 건 기본이다”고 말했다.

  

살상 설비 될라… 철저한 원인 규명 후 정보 공개돼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가스를 사용하는 소화설비 중에서도 심부화재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화재 발생 시 냉각효과로 우수한 소화성능을 갖고 있고 높은 경제성을 갖춰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변전실, 전기실, 통신실 등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위험성이다. 이산화탄소 자체는 무독성 기체지만 소화설비의 경우 방사 후 방호를 해야 하는 공간 속 산소 농도를 16~14%까지 감소시키기 때문에 산소 부족의 의한 질식 사고를 불러 온다.  

 

더 큰 위험성은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입하는 것이다. 공기 중 10%만 포함되더라도 인체에 시력장애를 시작으로 몸이 떨리게 되며 2~3분 이내 의식을 잃고 장시간 방치 시에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가 20%를 넘길 땐 중추신경 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보통 최소 34~50% 이상 농도 값을 갖도록 설계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방호 공간은 물론 주변 구역으로 흘러나갈 경우 인명 안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사람이 상주하는 곳에 사용하는 건 불법이지만 방출 공간에 접근하거나 주변인이 다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삼성반도체에서 소화약제 저장실로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가 저장실 밖에 있던 사상자들에게 피해를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아무런 색도, 냄새도 없는 이산화탄소가 공간이 좁은 저장실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농도는 조금씩 차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인한 인명 피해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금호미술관 사고(1명 사망, 50명 부상), 2003년 전남 영광 전기차단기실 사고(4명 부상), 2008 논산 금강대학교 변압기실 사고(1명 사망, 1명 부상), 2011년 인천 부평구 한국GM 엔진구동장 기계실 사고(1명 사망, 2명 중상), 2015년 경주 코오롱호텔 기계실 사고(1명 사망, 6명 부상) 등이 대표 사례들이다.

 

전국적으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설치된 곳은 어림잡아 최소 6천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소방청 전신인 소방방재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5189곳이 넘었다. 지속적으로 늘어난 건축물을 감안할 때 9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많은 시설물에 적용됐을 것이란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잇따르는 사고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원인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서 아직 규명되지 않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오작동 배경과 약제 저장실로 이산화탄소가 쏟아져 나오게 된 선택밸브, 약제 저장실의 구획 안전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소화설비 작동 직후 주변에 신속한 상황전파가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김영호 의원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이후 전국 유사 시설에서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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