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벌새처럼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동물 일지라도 그를 중심으로 여러 동물들이 힘을 합쳐 대응하게 되면 제아무리 무서운 산불재난도 기필코 막아낼 수 있다고 하는 남미의 안데스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산불진화 이야기가 있다.
초ㆍ중ㆍ고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산불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교육이 될 듯 싶어 이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 미국남쪽에 있는 안데스지방의 아마존 숲에서 어느 봄날 산불이 발생해 불은 점점 커져만 가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숲에 사는 여러 동물들은 불난리를 피해 달아났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불길에 휘말려 불쌍하게 죽은 동물도 있었다.
이러한 불난리 속에서도 몸집이 작은 벌새만큼은 도망가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어 결심이라도 한 듯이 호수로 날아가 물을 깃털 전체에 적신다음 불난 숲으로 다시 날아와서는 날개 짓을 하며 뿌려대기 시작했다.
두서너 차례 호수에서 물을 깃털에 묻혀다가 뿌려댔을 때 금방이라도 숲을 집어삼킬 듯 하던 큰불은 잠시 약해지는 듯 하였지만 그렇게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벌새는 용기를 잃지 않고 여러 번 호수로 날아가 깃털에 물을 묻혀다가 숲 불끄기를 반복했고 이와는 달리 불타는 숲에서 뛰쳐나와 강 건너 불구경이라도 하듯이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던 호랑이, 재규어, 다람쥐 등과 같은 동물들은 하나같이 비웃기라도 하듯이“바보같은 이 벌새 녀석아, 너처럼 작은 몸집의 깃털로 물을 묻혀 불을 끄게 되면 결국 힘에 겨워 다 끄지 못하고 까맣게 그을려 죽고 말게 될 거야”라고 말하며 비웃었다.
그러나 벌새는 그런 말에 조금도 기분나빠하지 않고“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하고는 불 끄는 일에만 힘을 쏟아 붙기로 결심하고 또다시 호수로 날아가 몸 전체에 물을 적셔다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날개 짓을 하며 뿌렸다.
마침 그 모습을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새들도 벌새의 뜻 깊은 행동에 감동이 되었는지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호수로 날아가서 깃털에 물을 적신다음 불구덩이 숲으로 돌아와서는 열심히 물을 뿌렸다.
그리하여 벌새를 돕는 새는 1마리에서 3마리로 늘어나게 됐고 남아있던 또 다른 새들도 역시 벌새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숲 불끄기에 참가해 마침내 3마리에서 10마리로, 10마리는 다시 20마리 등으로 늘어나며 그들의 수가 급격히 많아지게 됐다.
이처럼 여러 마리의 새들이 함께 힘을 모아 불을 끌 수 있었던 점은 역시 벌새를 비롯한 여러 새들의 마음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자신들의 생활터전인 아마존 숲을 산불로부터 지켜내고자 하는 훌륭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하늘마저 감동하여 이 새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는지 그동안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산불은 서서히 꺼져버리게 되어 아마존 숲에 다시 고요함과 평화가 함께 찾아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