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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차질 빚는 특수방화복 공급… 내재된 문제는 뭘까?

성능은 먼 얘기… 잦은 규격 변경에 따라가기 ‘급급’
2년 전 변경된 조달검사, 방화복 제조업계 불만 투성
검사기관 시료 채취 방법도 제각각… 코걸이,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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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9/01/10 [14:39]

[집중취재] 차질 빚는 특수방화복 공급… 내재된 문제는 뭘까?

성능은 먼 얘기… 잦은 규격 변경에 따라가기 ‘급급’
2년 전 변경된 조달검사, 방화복 제조업계 불만 투성
검사기관 시료 채취 방법도 제각각… 코걸이, 귀걸이?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01/10 [14:39]

 

[FPN 신희섭 기자] = “신규 임용자에게 지급할 방화복이 없다”, “특수방화복 검사에 2~3주가 소요되면서 최종 납기가 5개월 이상 소요된다”, “업체의 공급 능력이나 경험에 대한 고려 없이 최저가 입찰로 구매가 이뤄져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특수방화복 문제로 전국 소방관서가 시끄럽다. 지난 1년간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입찰을 통해 특수방화복 구매가 이뤄졌지만 정작 물건을 받은 소방관서가 없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지난달 24일에는 특수방화복의 품질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조달청이 해명에 나섰다. 소방청은 신규 임용자용 400벌과 기존 소방관용 3000벌 등 총 3400벌을 긴급 수요 물량으로 잡고 있다. 1월 중 이 물량부터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조달청 입장이다.


또 납품에 소요되는 시간을 5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도록 전문 검사 기관의 인력을 확충하고 검사 수요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납품이 지연된 특수방화복은 전국적으로 약 1만9000여 벌에 달한다.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나라장터를 통해 특수방화복 계약이 진행됐고 업체 한 곳에서 이 물량을 모두 수주했다.


과거 2016년까지만 해도 특수방화복은 다수공급자계약(MAS)으로 구매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불공정 행위와 불합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7년부터 불가피하게 총액 입찰로 구매 방식이 변경됐다.


방화복 업계는 “조달청은 불공정 행위와 검사 불합격 등의 문제로 구매 방식을 변경했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와 제조업계의 시각이 서로 다르다 보니 매번 대책이 나와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사 잘못도 크지만… “잦은 규격 변경도 문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분야 내 시각은 곱지가 않다.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 제조사만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을 따놓고도 방화복을 공급하지 못한 점은 문제지만 정부의 잦은 제도 변경 또한 이번 사태를 불러온 배경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특수방화복 납기 지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상반기에도 똑같은 문제로 수요기관인 소방관서와 제조사 측 모두 애를 먹은 일이 있었다. 당시 조달청과 계약을 맺고 있던 제조사는 모두 거액의 지체상금을 물기도 했다.


소방용 특수방화복은 지난 2016년 2월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이 일선 소방관서에 유통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당시 국민안전처(현 소방청)와 조달청은 나라장터를 통해 전국 소방관서에 5년간 납품된 특수방화복 수량과 검사기관 검사 수량을 대조하는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무검사품을 유통한 방화복 제조사 두 곳이 제재를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특수방화복 검사는 조달 품질검사로 전환됐다. 검사기관도 복수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방청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한 차례씩 특수방화복의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규격을 변경했다. 그리고 표준규격 제정을 이유로 올해 초 또 한 번의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제조업계는 방화복 규격이 비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해외 기준을 조합해 놓은 수준일 뿐 뚜렷한 목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 방화복 제조사 관계자는 “특수방화복의 국내 규정은 ISO와 FM(유럽), UL(미국) 기준 등을 모두 섞어 놓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규정이 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열방호성과 투습성은 서로 반비례하는 특성을 가졌음에도 국내 규정은 획일화된 하나의 기준으로 만들어 균형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격이 변경되면 제조사 역시 모든 공정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며 “공정이 바뀌면 제품이 안정화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안정됐다 싶으면 규격은 또 변경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품질은커녕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1월 소방청 주재로 열린 방화복 표준규격 설정 회의에서도 불거졌었다.


제조사 생산 능력 발목 잡는 ‘검사 수량 제한’


특수방화복은 2015년 12월 제정된 ‘소방용 특수방화복 성능시험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에 근거해 최초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인증을 득한 뒤 양산 제품에 대한 품질 검사를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FITI시험연구원에서 진행한다.


이 같은 검사제도는 무검사 방화복 사태 이후 2017년 초부터 본격 적용됐다. 당시 소방청과 조달청은 합격품질의 한계 수준을 높이기 위해 규정상 로트별 검사의뢰 수량을 제한시키겠다며 검사원 1명당 1일 1회 500벌 이상의 검사를 못 하도록 했다.


분야 관계자들은 검사 수량을 제한토록 한 규정이 오히려 제조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조달청을 통해 이뤄진 방화복 입찰은 수량이 500벌 미만인 경우는 소량의 수의 계약을 제외하고는 전무했다. 최소 3000벌 이상으로 입찰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현행 갯수 제한 규정을 따르자면 제조사는 최소 여섯 번의 품질 검사를 시험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조달 검사는 조달청 직원 입회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제조사 측과 검사기관, 조달청 모두의 일정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검사기관과 조달청 중 한 곳과의 일정이 어긋나더라도 검사는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다. 이를 두고 제조사 들은 부담이 업계로 전가되고 있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사전 제작조차 못 하는 방화복, 알고 보니…


2017년 이전에는 계약 건수가 없더라도 제조사 측에서 원하면 특수방화복의 품질 검사가 가능했다. 제조사 측면에선 사전 제작이 가능했기 때문에 수요처가 발생하면 빠른 대처가 그나마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구매방식은 사전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낙찰을 받아야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특수방화복의 원자재는 주문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해 들여오게 된다”라며 “사전 검사가 가능해 제고를 쌓아둘 수 있었던 과거의 경우 원자재 구매에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구매 방식 변경 후 언제 낙찰자로 선정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원자재부터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낙찰자로 선정된 후 원자재를 구매하고 방화복을 만들어 품질 검사를 진행해도 모든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어긋남 없이 돌아가야 겨우 납품기한을 맞출 수 있다”며 “검사기관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사 일정이 늦어지거나 불합격이라도 한번 발생되면 결국 납기지체로 이어져 지체상금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복수 검사기관… “잣대조차 달라”


업계는 품질 검사 진행 과정에서 두 곳의 검사기관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FITI시험연구원은 조달 검사가 시작된 지난 2017년부터 특수방화복에 대한 품질 검사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기관은 여지껏 검사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규정으로 검사를 진행하지만 검사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기관의 한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방화복 검사 규정에는 시험 항목과 그 방법만 담겨 있다”며 “검사에 사용되는 시료를 어느 부위에서 어떻게 채취하라는 규정이 없어 같은 시험을 하더라도 검사 기관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내에서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품질 검사를 받으면 불합격률이 높다. FITI시험연구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유리하다”는 소문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퍼져 있다. 사실상 업계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FITI시험연구원은 섬유류 제품을 전문적으로 시험ㆍ검사하는 기관으로 특수방화복을 만드는 원단과 부자재 등의 특성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 때문에 검사를 진행하면서 유연성 있는 대처 방안을 제조사 측에 제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소방산업기술원도 섬유 전문가가 검사팀에서 근무를 한다. 하지만 유연성 없이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다"며 "이로 인해 피하게 되는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서대문구을)이 조달 검사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FITI로부터 검사를 받은 제품이 월등히 많았다.


지난 2017년 복수 기관의 검사가 이뤄진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조달 검사를 통과한 방화복은 총 8만5637벌. 이 중 6만4500벌(67.2%)이 FITI시험연구원에서 합격 받은 제품이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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