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재단법인 한국지진안전기술원 최규출 초대원장

“정부 정책 발맞춰 지진 예방ㆍ대응 대책 마련할 것”
지진 체험장ㆍ건축물 진단ㆍ인증기관 등 사업 추진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02/11 [11:28]

▲ 최규출 한국지진안전기술원장     ©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2016년과 2017년 리히터 규모 6에 가까운 지진이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재단법인 인가를 받은 민간기관인 한국지진안전기술원(이하 한지원)이 출범했다. 관련 분야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지원은 교육을 통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에게 알리고 관련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지원 초대 원장은 동원대학교 최규출 교수가 선임됐다. 최 교수는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해 소방방재청(현 소방청)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과 화재조사 특별자문위원, 한국소방시설협회 기술심의위원, 경기도 성남시 설계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화재 안전 강화방안 연구와 위험물시설의 안전진단업무 도입방안, 소방설계감리제도 절차서 개발 등 다양한 정책 연구 활동을 맡기도 했다.


최규출 원장은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국민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앞장서는 기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최규출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한지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이란 단어는 항상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단어입니다. 30년 동안 소방 안전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지진 안전에 관심을 갖게 돼 재단법인 한국지진안전기술원(한지원)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자연재난의 한 분야인 지진에 필요한 많은 기술을 개발ㆍ보급해 국민 안심시대의 한 축으로 한지원을 이끌고자 합니다.


Q. 한지원은 어떤 기관이며 향후 무슨 업무를 추진할 계획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한지원 이사장과 이사들이 기금을 출연해 지난 2017년 지진으로 파손된 포항시 장성동 크리스탈 빌라를 매입, ‘지진피해전시체험장’으로 바꾼 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사업을 목적으로 출발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건축물 구조로 지진피해 상태를 보존하는 건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항이 입은 지진피해를 모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지진으로 파손된 필로티 기둥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내진보강을 통해 건물의 안전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 지진체험전시장을 운영ㆍ관리하는 게 첫 번째 사업입니다.


두 번째로는 현재 국내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갖춰진 건축물은 7.9%인 56만 동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2017년 박찬우 국회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공동주택 내진설계 확보비율 46.6%, 의료시설 43.3%, 단독주택은 4.4%로 가장 낮았습니다. 학교시설 17.1%, 공공 업무시설 7.1%, 노유자시설도 13.1%로 지진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건축물에는 내진보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한지원은 내진보강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이에 따른 내진보강 용품을 개발하려 합니다. 이런 사업 추진을 위해 세미나와 포럼을 연 2회 정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계획 사업은 건축물의 안전진단 업무입니다. 공공건축물이나 사회복지시설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시설물 안전진단업무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현재 시설물 안전진단업무 등록과 지진 안전시설물 인증기관 지정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 관계기관에 등록해 안전진단업무를 수행할 방침입니다. 이는 국토교통부 관련 업무지만 이 업무를 통해 행정안전부가 실시하고자 하는 ‘지진 안전 시설물의 인증 사업’을 할 수 있는 인증기관으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필로티 구조 건축물, 한지원은 현재 이 건축물을 매입한 상태로 향후 지진안전체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소방방재신문



Q. 2016년 발생한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사고 이후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후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습니다. 경주 지진 피해로 부상자 23명과 재산상 피해는 1118건이라 발표됐습니다.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5.4였지만 도심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는 경주보다 훨씬 컸습니다. 13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85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재산 피해만 따져도 경주의 6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재민도 무려 1797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이 두 번의 지진으로 우리나라에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고 정부 역시 지진재난에 대한 대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2018년 10월 ‘지진ㆍ화산 대책법 제16조의3’을 개정해 내진보강이 이뤄진 시설물에 대해 지진 안전 시설물을 인증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됐습니다. 


인증 대상 건축물에는 도시철도와 철도역사, 요양병원 및 종합병원, 교사, 체육관, 강당, 여객시설, 군사시설, 공항 여객시설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맞춰 지진재난 예방ㆍ대응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내진 관련 전문 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한지원은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난 전문 연구기관을 목표로 행정안전부의 인가를 받아 출범하게 됐습니다.


Q. 우리나라 지진 산업의 수준과 향후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국내의 지진 관련 산업은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지진 발생이 빈번한 일본의 내진보강 용품이 국내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기존 건축물에 사용되는 내진 용품은 대부분 댐퍼(Damper)에 의해 내진보강이 시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강용 댐퍼는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적층 고무로 만들어진 면진용 용품이나 내진용 용품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희 한지원은 이처럼 해외 제품에 의존하는 내진 관련 용품을 개발하는 신기술을 연구과제로 선정해 정부 R&D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Q. 개원식 당시 지진 피해건물을 통한 피해 전시장을 운영하신다고 했는데 전시장 구성과 운영, 대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포항에 마련되는 지진피해 전시체험장은 4층 구조 건물입니다. 이 건물의 필로티 층은 기둥이 10갠데 이 중 3개 기둥이 지진으로 인해 심하게 파손됐습니다.


이 층은 그대로 보존해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진피해 현상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층은 내벽에 금이 간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국내ㆍ외 지진 관련 자료를 전시할 예정입니다. 3층은 내진 관련 용품과 건물 내진진단에 필요한 장비와 계측기 등을 전시하고 4층은 운영사무실과 강의장, 회의실 등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Q. 법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신지요.


한지원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크게 ▲지진체험전시장 운영 ▲건축물 진단업무 및 지진 안전 시설물의 인증기관 참여 ▲내진 관련 세미나ㆍ포럼 개최에 따른 간행물 발간 및 지진안전교육 ▲내진 관련 용품 연구개발 등 4개 분야입니다.


Q. 지면을 통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재난안전관리는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 등 4단계로 이뤄집니다. 지진 안전에서는 무엇보다 발생경보를 신속히 전달해 재난 현장에서 벗어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신속한 피난은 반복된 피난훈련이 선행돼야 합니다. 평상시 훈련에서 익숙해진 행동은 긴급 재난 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재난 현장에서 침착하게 정해진 장소로 피난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최근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초등학교에서 800여 명이 질서정연하게 피난하는 장면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대형 화재 앞에서 신속하게 정해진 장소로 피난을 유도하는 선생님들의 행동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교육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진은 물론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안전교육과 훈련에 대한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자세로 교육ㆍ훈련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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