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집중취재] 불나도 안 터진다고? 스프링클러 헤드 ‘콜드 솔더링’ 논란

세계 어디도 없는 특정 업체 시험 탓에… 업계 ‘들썩’
논란 끊이지 않자 기준 강화 나선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련 업계 “신뢰성 강화 좋지만 씁쓸함 감출 수 없어”

최영 기자 | 입력 : 2019/06/10 [10:26]

▲ 일명 콜드솔더링으로 불리는 현상으로 인해 스프링클러 헤드 감열체 부분이 녹다 말고 이슬 방울처럼 맺혀 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국내에서 사용되는 스프링클러 헤드가 서서히 열을 받는 상황에선 정상 작동하지 못한다는 논란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혼란이 이어지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롭게 도입하는 기준을 두고 업계는 씁슬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방송 뉴스 등에서 제기했던 스프링클러 헤드의 비정상 작동 논란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정 업체가 지난 몇 년간 제기해 온 이른 바 ‘콜드 솔더링(Cold Soldering)’ 현상이 발단이 됐다.


콜드 솔더링은 화재 시 열이 서서히 올라갈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 내 금속재질의 감열부가 배관에 채워진 물로 인해 냉각되면서 제대로 이탈하지 않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열이 천천히 성장하는 화재에서 헤드 감열부의 연결부 틈새로 물이 누설되면 감열부를 적시면서 헤드 개방을 지연시키거나 개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는 지난 2013년 경 스프링클러 헤드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특정 업체가 최초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이 콜드 솔더링이라는 용어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업계에선 이 명칭 역시 문제를 최초 제기한 해당 업체 등이 명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많은 양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되는 대한민국에서 어쩌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일까. 오랜 기간 논란 끝에 내려진 결론은 뭘까. <FPN/소방방재신문>이 ‘콜드 솔더링’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일본서 건너온 ‘콜드 솔더링’ 논란


우리나라의 소방시설 대부분은 일본 제품과 유사성이 많다. 애초부터 법규 자체가 일본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스프링클러 헤드의 기술기준 역시 최초 일본 규정을 따와서 정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오랜 기간 스프링클러 헤드를 생산해 온 A사 관계자는 “사실 지난 2007년 일본에서도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콜드 솔더링 논란이 빚어진바 있다”며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일본 업체로부터 기술제휴를 받은 특정 업체가 국내에서 동일한 논란을 확산시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 차례 논란을 겪은 콜드 솔더링 문제는 지금 잠잠해진 상태다. ISO나 미국의 UL 기준 등을 통해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이 논란이 뒤늦게 불거진 이유는 일본 업체에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이전 받은 특정 업체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2013년 최초 이 문제를 거론한 해당 업체는 지금 도산한 상태다. 하지만 또 다른 업체가 해당 업체를 인수해 동일한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이 콜드 솔더링 논란이 스프링클러 헤드의 구조 문제와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스프링클러 헤드 내 구조의 실링을 오링(O-ring)으로 사용했을 때 소위 말하는 콜드 솔더링 문제 대응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업체는 이러한 오링 구조가 아닌 테프론시트(판 구조)가 적용돼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문제를 최초 제기한 업체만이 오링 타입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국내 스프링클러 대표 기업들은 오히려 이런 오링 구조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형태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A사 관계자는 “콜드 솔더링 현상은 오링을 적용해 스프링클러 작동에 대한 딜레이 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오링은 재료 고유의 물리적 또는 화학적 성질에 기인한 고착현상 등으로 인해 미작동 사고 사례가 있어 UL과 ISO, FM 기준 등에서 스프링클러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링 사용을 허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라면서 “국내에서는 콜드 솔더링 문제를 제기한 해당 업체가 일본 기업과 기술제휴를 맺으면서 2008년 도입됐지만 오히려 이러한 제품이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드 솔더링’ 정말 문제 없을까


콜드 솔더링 현상을 문제 삼는 영상이나 뉴스 등을 보면 우리나라 스프링클러 헤드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천천히 성장하는 ‘저성장 화재’를 재연할 때 실제 스프링클러 헤드가 개방되지 않고 스프링클러 헤드 내 감지부(감열체)가 녹다 만 상태로 응고되면서 물을 제대로 뿌려주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콜드 솔더링 현상 문제     © MBN뉴스  캡쳐

 

그러나 이를 두고 관련 업계는 시험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한 조건과 시점에서만 발생 가능한 일을 마치 일반적인 모든 제품의 문제처럼 비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사 관계자는 “콜드 솔더링이라는 현상은 저성장 화재 중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화원이 커지는 경우에는 정상 작동한다”며 “저성장 화재는 화재의 양상 또는 과정 중의 일부로 가연물이 한정적인 공간에서만 발생 가능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 등과 같이 가연물이 다양한 일반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 때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콜드 솔더링 현상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될 확률은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다른 업체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C사 관계자는 “만약 콜드 솔더링이라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해당 시험이었다면 UL 등 글로벌 기준에서는 벌써부터 준용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해당 시험은 문제가 최초 제기된 일본에서도, 전 세계적으로도 없는 방법이라는 것만 봐도 타당성 여부를 누구나 판단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D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받아 온 자료를 활용해 국내에서 콜드 솔더링 현상을 제기하며 영업을 시작한 뒤 최근 한 경제 방송 뉴스에 나오기까지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해당 업체의 실험 방법은 세계적으로 없고 목적에 맞도록 설정된 자체 기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사 관계자는 “통상의 스프링클러는 ISO 기준으로 3분 내 400도 전후의 가열 조건에서 작동 여부를 판단하지만 해당 업체의 시험은 시험기구 내 온도를 72~100도 전후로 해 놓고 10여 분 정도를 유지하면서 스프링클러 헤드 본체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조건을 임의로 만들어 놨다”며 “온도와 시간의 함수 곡선의 기준도 정립돼 있지 않고 헤드의 누기만을 유도하는 비현실적인 왜곡된 시험 구조”라고 비판했다.

 

열반응시험 신규 도입, 기준 보강키로


스프링클러 헤드 업계에서는 콜드 솔더링이라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문제를 제기하는 특정 업체의 언론 제보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논란은 확산됐다.


지난해 말 MBN 뉴스가 마치 국내 스프링클러 헤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하면서 또다시 논란은 불거졌다. 급기야 국내 소방용품 검ㆍ인증을 맡고 있는 소방산업기술원은 스프링클러 헤드의 신뢰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문제 검토에 들어간 기술원은 우선 방송 등 언론과 특정 업체가 제시하는 실험 방법은 공인 시험 방법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문제 제기 제조사가 시행한 임의적 시험방법이기에 이를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신뢰성 논란이 야기된 만큼 안정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간 해외기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온 기술원은 일명 콜드 솔더링 현상 방지를 위한 실험은 아니지만 UL199에서 규정하는 ‘room heat test’가 스프링클러 헤드의 작동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상태다.
실제 스프링클러 설치 환경과 유사한 조건의 시험기준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room heat test’의 도입으로 신뢰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기술원 입장이다.


‘room heat test’는 가로 세로 4.6m, 높이 2.4m 크기 공간 내 천장부 중앙 등에 물이 채워진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고 화재를 가정해 작동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는 우선 5개의 스프링클러 헤드를 천장에 설치하고 천연가스(메탄가스)를 공급하는 샌드버너를 점화시킨다. 그리고 일정 가스 유량으로 조정한 뒤 온도와 시간을 측정하면서 헤드의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한다.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새롭게 기준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조기반응헤드의 열반응시험(room heat test)
장치 평면도     © 소방방재신문


기술원은 이 room heat test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차후 목재 화재 시험 등 실화재 기준 도입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현행 형식승인 기준과 우수품질 기준을 통합시켜 스프링클러 헤드의 신뢰성을 높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문제 검토 과정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콜드 솔더링이라는 현상만을 고려한 공인된 실험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UL의 일부 시험방법으로 작동 신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긴장감 도는 관련 업계… “씁슬함 커”


기술원이 UL의 room heat test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업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새로운 기준의 도입은 추가적인 시험을 진행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에서 스프링클러 헤드의 형식승인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업체는 앞으로 정해지는 일정 기간 내에 시험을 재실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품의 형상이 변화될 공산도 크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스프링클러 헤드의 특성상 제조공정의 변화까지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많게는 한 업체당 수십종에 이르는 스프링클러 헤드의 승인을 전량 다 다시 받으려면 이 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을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며 “불가피하게 기준이 강화되는 경우에는 승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성능 기준 강화로 인해 안정화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특정 업체가 자체적인 잣대로 거론한 문제 때문에 기준 자체를 변경한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광고
광고
심층 인터뷰
[심층 인터뷰] 소방청 개청 2주년, 정문호 제2대 소방청장
1/2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