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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병상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강제화 임박… “돈이 문제”

소방청 내달 공포 예정, 중소병원 의사들 “예산지원 없인 안 돼”

박준호 기자 | 입력 : 2019/06/25 [10:49]

▲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47명이 숨지는 등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영 기자

 

[FPN 박준호 기자] = 정부가 중소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안을 내달 중 공포할 예정이다. 기존 병원까지 소급 적용하는 법 개정을 두고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는 예산지원 방안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기 어려웠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진화를 못 한 점이 대형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5개월 후 소방청은 30병상 이상 병ㆍ의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소방청에 따르면 내달 중 해당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스프링클러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소급 대상 중소병원은 1066개소 정도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비용 지원을 위해 올해 예산으로 1천여억원 규모를 지난해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신청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3:3:4(국비:지자체:자부담) 비율로 책정했다. 스프링클러를 공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영세한 중소병원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재부는 복지부의 예산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병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민영병원에 정부 예산을 지원한 전례가 없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지역 중소병원 중에는 형편이 어려운 곳이 많아 정부 지원 없이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은 “전국 3천여 개 중소 병원 중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개원하는 병원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모든 병원에 설치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병원은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공사를 위해서는 건물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반대하면 추진하기 어렵다”며 “공사 기간 동안 입원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송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정부가 최소한의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법을 개정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관계부처와 단체들은 재정만 지원된다면 스프링클러 소급 설치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내년 예산에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포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예산을 지난 5월 기재부에 다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오는 6월 말부터 예산을 심의해 8월 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예산안을 요청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논의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복지부의 예산 삭감 이후 국회 차원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예산 증액을 추진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 충남 아산시갑)은 17일 “의료인과 환자의 화재 예방과 안전 강화를 위해 병ㆍ의원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며 “관계부처와 지속적인 협조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정부의 예산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7월 중순까지 시행령을 공포한다는 방침이다. 3년간 유예기간을 거치고 그 이후부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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