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2년 넘게 끈 기동복 논란, 엉킨 매듭 풀릴까

일선 요구 이어지자 정책숙의 토론회 자리 마련한 소방청
참석자 57% “개선된 기동복과 현행 활동복 입게 해달라”
소방청 “토론 결과 수용키로”… 개선사업 올해 중 마무리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06/25 [11:19]

▲ 토론회에 참여한 일선 소방관들은 새롭게 개선되는 기동복을 직접 착용해 보고 궁금한 점을 소방청에 질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소방복제 개선사업의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소방기동복 문제가 타협점을 찾았다. 소방청은 최초 설정한 정책 방향과 같이 소방기동복은 개선하되 일선에서 폐지를 반대해 온 활동복은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일선 소방관들의 요구로 시작된 소방복제 개선사업은 지난 2009년 이후 9년 만에 시행되는 사업이다. 2016년 1월 29일 당시 국민안전처(현 소방청)는 복제 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인 2017년 2월 12일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사업은 본격화됐다.


1차와 2차로 나뉘어 추진된 이 사업은 우선 1차 사업으로 정복과 근무복, 점퍼, 외투, 조끼, 기동화 등을 개선했다. 지난해 말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보급도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기동복과 활동복은 방한 파카와 임부복 등과 함께 2차 사업 대상이다. 소방청은 2차 복제 개선사업을 올해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현재 규격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방한 파카와 임부복의 규격은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기동복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지난 14일 개최한 ‘소방복제 개선 정책숙의 토론회’를 끝으로 향후 방향을 최종 확정했다.


아직 제조업체 협의 등 추후 과정은 남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정책방향이 정해진 만큼 규격 작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소방청 판단이다.

 

정책숙의 토론… 기동복ㆍ활동복 타협점 찾아

 

14일 열린 ‘소방복제 개선 정책숙의 토론회’는 일선 현장과의 공통가치관 형성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소방기동복 개선을 중점 과제로 117명의 현장 직원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간 소방청이 진행해온 회의와는 달리 신선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토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전체 진행을 전문기관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특히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의 토론회 개입을 최소화했고 참여단 구성부터 최종 투표까지 전 과정을 전문기관에서 전담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전문기관에 따르면 공론화 과정에서 지자체 행정포탈을 통해 토론 참여의사가 있는 1천여 명의 소방공무원을 우선 모집했다. 이렇게 모아진 인원 중 소방청에서 제시한 기동복과 활동복 개선안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참여단 구성을 완료했다.


소방청 제시안은 ▲A안(기동복 개선ㆍ소방활동티셔츠 개선ㆍ활동복 하의 폐지) ▲B안(기동복 개선ㆍ소방활동티셔츠 개선ㆍ활동복 하의 유지) ▲C안(기동복 개선ㆍ현행 활동복 유지) ▲중립(정책결정에 따름) 등 네 가지다.


토론의 합리성이 지켜지고 고른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단 중에서 각 선호 안 별로 2명씩 총 8명을 선정해 패널로 참여시켰다. 교수 등 외부 전문가 2명도 토론에 함께했다.

 

“활동성 부족하다” 기동복 불만 여전

 

▲ 토론회에 참여한 일선 소방관들은 새롭게 개선되는 기동복을 직접 착용해 보고 궁금한 점을 소방청에 질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 신희섭 기사


소방청은 그동안 활동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소방기동복을 개선하고 활동복을 폐지시키되 소방활동 티셔츠를 신설해 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소방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활동성 높은 복제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전성과 대국민 신뢰성 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복제 개선 방향을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방조직 내 일선 직원들이 기동복을 불신하는 이유는 불편해서다. 특히 화재 등의 현장에서 기동복 위에 방화복을 착용할 경우 땀 배출은커녕 몸마저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활동성이 부족해 ‘장애복’이라는 표현까지 서스럼없이 내뱉는다.


이 같은 불만은 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쏟아졌다. 특히 이들은 “아무리 잘 개선된다 하더라도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하는 이상 활동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실제로 착용을 해야 하는 현장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일선 소방관들 “기동복 바꾸고 활동복 유지하자”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 117명을 대상으로 소방청에서 제시한 A, B, C, D 등 네 가지 안에 대한 사전 선호도 조사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패널 토론이 끝난 뒤에는 테이블 토론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12개 조로 나눠 그룹 방식의 토의를 이어갔다.


테이블 토론에서는 편의성와 기능성이 좋은 활동복을 굳이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 기동복이 꼭 필요한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활동복을 폐지하면서 소방활동 티셔츠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일부 테이블에서는 도출한 결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3번 테이블의 경우 “개선된 기동복과 현행 활동복을 착용하는 C안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편의와 기능이 좋은 활동복을 굳이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를 논의했고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행 활동복도 입을 만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12번 테이블에서는 “조원 모두가 활동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며 “화재진압과 구조ㆍ구급활동 등을 감안한다면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활동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117명의 참석자들은 토론회가 끝난 뒤 전자투표로 자신이 선호하는 소방복제 개선안에 투표를 진행했다.     © 신희섭 기자


테이블 토론이 끝난 뒤에는 소방복제의 최종 개선 방향에 대한 전자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117명의 참석자 중 57%에 해당하는 약 67명이 C안을 선택했다. B안은 23%의 참석자가 A안은 20%의 참석자가 선택했다. 소방청은 토론회 결과를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고 마무리했다.

 

소방청 “현장 의견 수용하겠다”… 현행 활동복 유지 결정

 

 

토론회 3일 뒤인 17일 소방청은 당시 회의 결과물을 정책에 반영키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향후 기동복 등이 포함된 복제 개선 2차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행 활동복은 기존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규격 등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동복의 경우 향후 제조업계와의 협의가 남아있는 상태다. 1차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복제에 냉감을 주는 시차주사 문제로 업계와 갈등이 빚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시차주사를 위해서는 특정 약품이 필요한데 해당 약품의 유통권을 모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모 업체는 독점이 아니라며 맞서는 등 논란이 이어진 바 있다. 게다가 현재 소방청이 추진하는 기동복의 규격은 연구용역 후 한차례 더 변경된 상태여서 업계의 의견차는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소방청 관계자는 “기존 연구용역 결과물에 더해 기동복 하의의 경우 활동성과 통기성 등에 대한 규격 개선이 한 차례 더 이뤄졌기 때문에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반드시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복제 원단과 봉제 패턴 등 제조업계와 협의를 마무리한 뒤 최종 규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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