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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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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장국진 | 기사입력 2019/09/10 [17:10]

[119기고]‘오늘도 무사히’

충북 괴산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장국진 | 입력 : 2019/09/10 [17:10]

▲ 충북 괴산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장국진

작열하는 태양에 달궈진 뜨거운 바람을 피해 에어컨 옆에서 무더위를 피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침ㆍ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의 일상도 직장과 가정에서 그날이 그날인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처럼 미세하게 변화하며 흘러가고 있다.

 

처음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또는 청춘의 꿈을 갖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연히 가까운 지인의 권유에 의해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선택한 직업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고민을 하면서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한 번쯤 갖기도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 우리에게 행복한 일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더욱 그렇다. 필자도 가정을 돌보기 위해 선택한 일이지만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

 

사람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게 된다. 하지만 소방관은 사람이 피하는 그 위험한 장소로 달려가야 한다. 간혹 자신의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야 한다.

 

폭설ㆍ폭우가 내리는 악조건의 기상상황에서도 사고ㆍ재난 종류에 관계없이 불안전하고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도사리는 현장일지라도 출동을 해야 한다. 

 

소방관은 교통사고로 차량 안에 낀 사람을 구조하고 수난사고로 인한 생존자 구조ㆍ익사자 수색작업, 등산객 실종자 수색, 말벌 퇴치 작업을 한다.

 

또 신병ㆍ가정 불화ㆍ채권채무 등으로 목을 매거나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자살 현장, 노 임문제 등으로 공중탑 위에서 고공시위를 하는 현장, 기차에 사람이 치인 사고, 주택ㆍ공장 화재 등 매번 심장이 벌렁일 정도로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치솟는 화염에 부탄가스, 기름탱크, LPG 가스통 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터지는 현장, 검은 농연 속에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지하실을 한 손으로 뜨거운 벽면을 더듬으며 촉감으로 감지하고 다른 한 손은 호스를 끌고 가는 화재 현장에도 가야 한다.

 

건물의 상층부가 전소돼 붕괴 조짐이 있는 진압 현장이나 많은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며 바람을 일으키는 고속도로 요구조자 구조 현장, 흙탕물 속 앞도 보이지 않는 저수지ㆍ강가에서 물안경과 잠수복을 착용하고 어깨엔 산소통을 맨 상태로 수초 사이를 손으로 수색하는 수난사고 현장도 있다.

 

무더운 날 말벌 방지 보호복을 착용해 속옷까지 젖은 상태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장수말벌이 윙윙 날개 소리를 내며 귀가를 맴돌고 보호안경에 침을 내뿜고 있는 장면은 잊기 힘들다.

 

안전장비를 완전하게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종종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사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순간 사랑하는 집사람과 아이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필자가 선택한 직업에 후회는 없다.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므로.

 

아침 출근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경치, 가로수 은행나무길 인근 저수지에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면서 작은 희망을 품는다. 가정생활이나 산업현장에서 사건ㆍ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하루, 소방대원들이 현장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하루를 꿈꿔본다.

 

현장에서 극적인 구조의 도움을 주는 의인이나 소방히어로가 탄생하지 않는 하루를 간절히 바라며 70~80년대 버스ㆍ택시 등 대중교통 안전운전 계몽용으로 부착한 ‘소녀의 기도’ 그림에 적혀있던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를 생각한다.

 

오늘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관 뿐만 아니라 위험직종에 종사하는 모든 직장인에게 사고가 없는 안전한 날이길 바란다.

 

충북 괴산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장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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