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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규격과 다른데 합격이라니… ‘못 믿을 방화복 조달 검사’

“어디는 양쪽 어디는 한쪽” 검사 잣대는 제각각
마감 불량인데도 합격품? 불만 가득한 소방관들
통일성 잃어버린 검사, 과거 제도 회귀론 ‘솔솔’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11/25 [11:20]

 

[FPN 신희섭 기자] = 소방용 특수방화복(이하 방화복) 제품 검사 과정에서 똑같은 부위를 놓고 한 검사기관에서는 합격 판정을 내리고 다른 한 검사기관에서는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규격에 안 맞는 방화복이 합격 판정을 받아 일선 소방관서에 유통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방화복은 화재 등의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 중 하나다. 무엇보다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KFI인정 기준(한국소방산업기술원 인정 제도)에 따른 검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규격과 다르게 제작된 방화복이 소방관들에게 보급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고 취재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심지어 조달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기관 두 곳은 시료 채취와 방염성능 시험 등 서로 다른 방법을 적용해 제품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낳고 있다.

 

검사기관 방염시험 도대체 어떻길래?

 

문제에 대한 이상 징후는 약 1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3차례에 걸쳐 1만8천여 벌에 달하는 방화복을 낙찰 받은 업체가 납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다.

 

이 제조업체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검사를 신청한 뒤 지금까지 약 40차례에 걸쳐 제품을 검사 받았다. 하지만 처음 6개월 동안 16번의 검사에서 단 한 차례만 합격 판정을 받았고 결국 납품 지체로 쌓여가는 지체상금과 경영난 등이 겹치면서 계약을 중도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총 3건의 입찰 중 현재 2건의 입찰 계약을 포기한 상태”라며 “나머지 1건이라도 이행하기 위해 지금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검사를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그간 1년 넘게 검사를 진행해 오면서 느꼈던 의구심을 털어놨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업체가 검사에서 처음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던 시기는 2018년 10월이다. 이후 올해 3월까지 총 16번의 검사 중 15번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사유는 대부분 인식표시 불량이었다.

 

관계자는 “처음 방화복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꼼꼼하지 못했던 게 실수였다”며 “인식표시에 방염 부속품을 처음부터 사용했어야 했는데 초기에 비 방염 부속품을 사용하다 보니 불합격 판정이 이어졌다. 방염 부속품으로 변경한 이후부터는 합격 판정이 불합격 판정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구심이 들었던 건 똑같은 곳에서 부속품을 구매해 사용했는데 FITI시험연구원에서 검사를 진행한 업체들은 인식표시로 인한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우리는 방염 부속품으로 바꾼 뒤 인식표시로 인한 불합격 판정은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인식표시 위사 시험에서 4~5번 중 한 번꼴로 불합격 판정이 나올 때가 있다”고 했다.

 

방화복 제조사에 인식표시 부속품을 제공하는 업체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방화복 제조사들은 그간 인식표시 부속품을 비 방염 제품으로 구매해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올해 2월경부터 급하게 방염 부속품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방화복 업계 한 관계자는 FITI시험연구원은 인식표시에 대한 방염성능 시험을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조금 다르게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조사들이 과거 비 방염 부속품을 사용하면서도 FITI시험연구원에서 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식표시를 부착하지 않고 방염성능 시험을 진행했었기 때문”이라며 “규정에는 인식표시의 위사, 경사 양방향 모두 방염성능 시험을 하게끔 돼 있는데 FITI시험연구원은 지금도 한 방향 시험만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FITI시험연구원에서 최근 발급한 합격 표시 검사성적서를 보면 기준과 다르게 시험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된다. 인식표시 방염성능 시험에는 잔염시간과 탄화길이, 용융ㆍ적하에 대한 하나의 결과만 나와 있을 뿐 위사와 경사를 구분해놓지 않고 있다.

 

위사와 경사는 쉽게 말해 가로와 세로 방향이다. 인식표시는 가로 300㎜, 세로 90㎜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방화복 외피 등판에 부착되는데 위사는 길이가 긴 가로 방향을, 경사는 길이가 짧은 세로 방향으로 검사가 이뤄진다.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발급하는 검사성적서에는 인식표시의 위사, 경사의 시험 결과가 함께 표시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측에 따르면 경사 시험의 경우 시료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인식표시를 반으로 자른 뒤 잘린 부위를 위, 아래로 겹쳐 방염성능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위사와 경사 모두 시ㆍ도와 소속 소방서 등의 재귀반사 글자가 붙은 상태로 시험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위사 또는 경사 중 한 쪽만 시험을 했을 땐 양쪽 모두를 시험했을 때와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FITI의 성적서 하단에는 인식표시 방염성능 시험 항목에 주석을 별도로 달아 버젓이 의뢰자 요청에 의해 한 방향만 시험했다고 적시돼 있다. 업체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대놓고 규정과 다르게 한 방향의 시험만 한 셈이다.

 

▲ FITI시험연구원의 검사성적서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달리 인식표시의 위사, 경사 시험 결과가 나뉘어 있지 않다. 또 의뢰자 요청에 의해 한방향만 시험했다는 주석이 별도로 붙어있다. 

 

일선 소방공무원도 질려 버린 봉제 마감

 

허술한 봉제 문제는 지난 2017년 11월에도 불거진 바 있다. 서울의 한 소방공무원은 자신이 최근 지급받은 방화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이런 방화복이 검사기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었는지 정말 의문이다”며 “지급받았을 당시부터 여기저기 실밥이 터져 있었고 같은 날 지급받은 동료들 방화복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봉제 마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규격과 상이하게 봉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방화복의 성능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 소방공무원이 지급받았다는 방화복을 실제 확인해 보니 외피 좌ㆍ우 어깨선 등에 봉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틈으로 안쪽 패드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심실링 처리로 물이 새지 않도록 마감돼야 하는 소매 물받이 안쪽도 여지없이 봉제선이 벌어져 있다.

 

▲ ① 외피 어깨선이 봉제되지 않아 안쪽 패드가 그대로 노출됨 ② 외피 어깨 부위 봉제 불량 ③ 소매 안쪽 물받이 봉제 마감이 제대로 안돼 벌짐 현상 발생.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실수로 인한 봉제 누락이 아니라 박음질 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한 의도성까지 엿보였다. 모두 FITI시험연구원을 거쳐 조달 검사에 합격한 제품들이다.

 

KFI인정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경우 이 같은 봉제 형태가 확인될 경우 모두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이와 유사하게 봉제가 이뤄진 방화복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접수된 사례가 있었지만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제품 검사는 제조사가 최초 KFI인정을 받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어깨선 등이 벌어지도록 봉제한 형태로 KFI인정을 받은 업체는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시료 채취 수량도 검사기관 마다 달라

 

방화복의 제품 검사 수량은 매번 500벌로 제한된다. 이는 방화복 검사가 조달검사로 변경될 당시 검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안전처(현 소방청)와 조달청, 검사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500벌의 방화복 제품 검사를 신청하면 검사원은 이 중 3벌을 파괴 시료로 채취해 간다. 시료의 크기 등으로 시험이 불가한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조사에서 원단 등의 시료를 요청해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FITI시험연구원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달리 제조사가 검사를 신청하면 505벌에 대한 QR코드를 발급해주고 이 중 5벌을 시료로 채취한다. 이 사실은 FITI시험연구원에서 발급한 검사성적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두 기관의 시료 채취 방법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FITI시험연구원의 방법이 제조업체에게는 유리하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제품검사를 받을 경우 500벌 기준으로 3벌의 시료 채취를 하면 497벌이 남는다. 만약 업체가 500벌의 방화복을 납품해야 한다면 검사를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그러나 FITI시험연구원은 1번만 받으면 500벌의 방화복 검사를 끝낼 수 있다. 검사 횟수가 많아질수록 제조사 입장에선 제출 시료가 많아지고 시간은 물론 검사비까지 늘어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조달시장은 모든 업체에게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방화복의 경우 이미 검사기관 선택에서부터 이 공정성이 깨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FITI시험연구원 “검사 절차 문제없다” 

 

이번 방화복 논란과 관련해 FITI시험연구원 측에서 본지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해왔다. 일단 인식표시에 글자 부분 없이 방염성능 시험을 진행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FITI시험연구원은 “올해 2월 이후부터는 관계기관의 업무 협의를 거쳐 인식표시에 글자 부분이 붙어 있는 상태로만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인식표시 방염성능 시험을 한 방향으로만 실시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시료의 크기가 위사 시험만 할 수 있는 사이즈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방향 시험이 가능한 사이즈로 공시체를 준비하는 것도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봉제 불량 문제 역시 FITI시험연구원은 관능평가를 위한 시험을 그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FITI시험연구원은 “내피 투습방수천 봉제의 경우 내수 성능이 확보되도록 심실링 마감이 이뤄진다”며 “해당 부위에 쌈솔 봉제를 할 경우 심실링의 성능을 확보하기 어려워 제조사도 KFI에 인터록 방식으로 최초 인정을 받은 것으로 우리는 인지하고 있고 봉합 강도와 내수도 시험의 기준에도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①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내피 어깨 부위 마감을 규정에 따라 쌈솔로 마감하도록 하고 있으며 쌈솔이 아닐 시 불합격 판정을 내림 ②,③ FITI시험연구원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 일선 소방공무원에게 지급된 방화복 내피, 쌈솔이 아닌 한줄 봉제로 마감 

 

구관이 명관?… 방화복 검사 회귀론 ‘솔솔’  

 

방화복은 지난 2015년 2월 제품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이 일선 소방관서에 유통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당시 국민안전처(현 소방청)와 조달청은 나라장터를 통해 전국 소방관서에 5년간 납품된 특수방화복과 검사기관 검사수량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진행했고 무 검사품을 유통한 방화복 제조사 두 곳은 제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방화복 검사업무는 조달청 전문검사기관 방식으로 전환됐고 검사기관은 기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더해 FITI시험연구원까지 복수화가 이뤄졌다. 이때부터 제품검사에 대한 관리ㆍ감독 책임도 모두 조달청으로 넘어갔다.

 

검사 방식을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11월 또 한 번의 큰 사건이 발생했다. 조회도 안 되는 합격라벨을 붙인 방화복이 시장에 유통됐고 규격 미달이 의심되는 제품도 상당수 보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확산되자 조달청은 검사기관 두 곳을 불러 긴급회의까지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FITI시험연구원이 KFI인정 규정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제품 검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제품 검사도 업체가 KFI인정을 처음 받을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시험해야 한다는 설명을 했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검사방식을 준용한 문제 때문에 대책을 추진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규정과 다르게 제작된 방화복이 최대 구매처인 소방에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화복 검사 문제가 끊이지 않자 소방공무원과 업계 일각에서조차 검사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조달검사 체제로 변경되면서 검사 기관을 복수화했지만 정작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률적인 검사를 통한 방화복의 품질 보장을 위해선 기관의 시험방식이라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ㆍ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방장비를 담당하는 한 소방공무원은 “검사제도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조달청으로 검사 권한이 이양됐지만 오히려 허술한 검사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두 기관에서 처리하는 검사에 통일성 부족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방공무원은 “특수방화복은 화재 등 일선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장비”라며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위해 전문화된 기관에서 일관된 검사 기준을 운용할 수 있도록 기관 자체를 다시 일원화해 통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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