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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수백억 혈세 들인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이대로 좋나

전통시장 화재 안전성 높이겠다는 정부 취지 무색, 소방법까지 무시
국고 지원 사업에 미승인 소방시설이 웬말… “소방법 근간 흔든다”
안전 위한 소방시설이 되레 안전성 외면, 원칙 실종한 가이드라인
무너진 질서 속 우후죽순 확산하는 설치사업… 눈치만 보는 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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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0/09/10 [08:46]

[집중취재] 수백억 혈세 들인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이대로 좋나

전통시장 화재 안전성 높이겠다는 정부 취지 무색, 소방법까지 무시
국고 지원 사업에 미승인 소방시설이 웬말… “소방법 근간 흔든다”
안전 위한 소방시설이 되레 안전성 외면, 원칙 실종한 가이드라인
무너진 질서 속 우후죽순 확산하는 설치사업… 눈치만 보는 중기부

최영,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0/09/10 [08:46]

▲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297개 점포가 소실되고 46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에는 잇따르는 따르는 전통시장 화재 예방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매년 백억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 FPN


[FPN 최영, 최누리 기자] =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297개 점포가 소실되고 460억원의 달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사고 아픔이 가시기도 전인 2017년 1월 15일 전남 여수 수산시장에서 불이 나 125개 점포가 타 16억가량의 피해를 냈다. 같은해 3월 18일에는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로 240여 개 좌판과 점포가 불에 타 6억5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 2일에도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 내 화재로 점포 40곳이 불에 타 41억원의 피해가 났다. 9월 22일에는 서울 제일평화시장에서 큰불이 나 716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냈다. 화재로 인한 시장 상인의 경제적 손해까지 따진다면 피해액은 산정조차 힘들다.


이처럼 잇따르는 전통시장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건 3년 전부터다. 소방관련법 손질과 함께 화재안전시설 설치와 보험 지원 등을 주요 대책으로 내놨다.


대표 정책 중 하나는 2018년부터 본격 시작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이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영선, 이하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조봉환)이 운용을 맡고 있다.


이 사업은 전통시장에 화재감지시설을 설치해 주고 화재 발생 시 소방관서와 상인 등에게 자동으로 통보해 초기 대응 가능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고 지원 사업이다.


중기부 예산 설명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5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31억원(실 집행 89억원), 올해 역시 2만3526개 점포에 약 13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까지 총 13만개 점포에 화재알림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게 중기부 구상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전통시장의 화재 안전을 위해 새롭게 정립한 소방법을 외면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국 지자체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고도 민원에 시달리는가 하면 시스템을 공급하는 관련 업계 역시 혼란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성능을 검증하지 않은 소방시설이 설치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중기부와 사업 시행을 맡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수백억 투입하는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1700여 곳에 이르는 전통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시장 특성상 화재 시 초기 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인접 점포로 급격히 확대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통시장에 대한 화재안전 대책은 정부와 정치권의 큰 관심거리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공약집에 수록된 국정과제(공약집 120~121p)이기도 하다.


전통시장 활성화 업무를 관장하는 중기부의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은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오는 2022년까지 매해 130억원이 넘는 규모로 이어질 전망이다.

 

▲ 전통시장  © FPN


한 점포당 8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70%(56만원)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30%(24만원)를 지자체 또는 상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업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지자체들 대부분이 부담해 주는 경우가 많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화재알림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한 초동대처와 소방관서의 효율적인 현장 대응을 위한 전통시장만의 특화된 화재안전 지원대책인 셈이다.

  

소방법은 먼 나라 얘기… 곳곳에 수두룩한 미 인증품


전통시장 화재알림설비는 기본적으로 화재감지기에서 신호를 받은 뒤 수신기로 이 신호를 전달하고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소방관서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상인이나 지자체 등에 화재 사실을 알려주는 기능도 선택 적용되고 있다.


점포 하나하나에 연기나 열, 불꽃 등 화재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전용 감지기를 설치하고 화재 발생 시 관할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해주는 자동화재속보설비를 갖추는 형태다.

 

▲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스템의 기본 구성도. 이 구성도에서도 화재감지기와 수신기, 자동화재속보설비의 속보기 등 소방관련법에서 형식승인품으로 지정한 품목들이 나열돼 있다.  © FPN

 

그런데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종 시설이 소방관련법에 따라 성능을 검증받지 않은 채 설치되고 있다.


화재를 감지하는 자동화재탐지설비 구성품인 화재감지기와 수신기는 물론 소방관서에 자동으로 신고해주는 자동화재속보설비 등은 소방관련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 엄연한 ‘소방용품’이다.


일반 건축물 등에 설치되는 소방시설 용품은 모두 소방관련법에서 정한 기술기준에 따라 반드시 승인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통시장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은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통시장이 소방관련법에서 규정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8년 소방청은 시장 화재 대책의 일환으로 전통시장을 소방관련법상 판매시설로 새롭게 분류하고 각 시설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을 반드시 갖추도록 법규를 강화했다. 그런데 과거 지어진 전통시장의 경우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신규 대상물에만 적용되는 법률의 불소급 원칙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 개정 이전 지어진 전통시장의 경우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게다가 관련 제품 역시 승인받은 제품을 안 써도 된다. 누가 봐도 명백한 소방시설이 형식승인이나 성능인증조차 안 받은 채 설치되고 있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기부의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에 따라 설치되는 대다수 화재감지시스템은 내구성이나 안정성, 감지 센서의 적합성조차 판단 받지 않은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적용되고 있다.


오래전 지어진 전통시장 특성상 대형화재 이후 바뀐 소방법은 의미를 잃었다. 여기에 더해 소방은 성능검증조차 없는 소방시설의 설치까지 눈 뜨고 방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더 황당한 건 새롭게 지어지는 전통시장일 경우 소방법에 따른 형식승인 제품 등을 설치해야 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지방의 한 예방 담당 소방공무원은 “법은 강화됐지만 과거 지어진 전통시장 대부분이 특정소방대상물이 아니어서 단속하기 위한 근거가 없는 게 현실이다”며 “전통시장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을 형식승인 받지 않고 설치하는 게 소방 예방행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도 사실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불법 아닌가?”… 교묘히 빠져나간 법망


소방시설을 설치하면서도 소방법에 따른 승인조차 안 받은 제품을 설치하고 있는 건 과연 문제 되지 않는 걸까.


원래 소방용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려면 소방관련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드시 형식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정 기준의 시험시설을 갖춰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양산되는 제품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검사를 거쳐야만 유통할 수 있다.


만약 형식승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 또는 공사에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양산되는 제품마다 검사를 받지 않아도 같은 벌칙이 적용된다.


실제 지난해에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에어로졸식 소화기를 인터넷으로 유통한 업체 두 곳을 적발해 형사입건하고 두 명의 업주는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소방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미형식승인 제품의 수입과 유통이 처벌 근거가 됐다.


현재 전통시장에 설치되는 화재감지기와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은 화재를 감지해 소방관서에 알려주는 기능을 가진 소방시설이다. 그러나 전통시장에 설치되는 소방시설 대다수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나가고 있다.


관련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화재를 감지하는 감지기의 명칭을 소방법에서 규정하는 것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소방관련법상 사용되는 정식 명칭을 피해 법 저촉을 피하는 셈이다.

 

▲ 실제 전통시장 점포에 설치돼 있는 미형식승인 화재감지기 ©최영 기자


관련 법에서는 형식승인 대상 소방용품의 품목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재감지기를 ‘센서’나 ‘감지장치’ 등으로 다르게 사용할 경우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소화기를 소화장비 또는 소방용구 등 기이한 명칭으로 둔갑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급적용되지 않는 소방관련법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소방시설은 소방관련법에서 정한 대로 건축허가 동의를 소방관서로부터 받고 설계부터 공사, 감리까지 이뤄진 후 건축물의 최종 사용승인을 받는다.


소방청이 2018년 6월 전통시장을 특정소방대상물로 새롭게 분류했지만 법 시행 이전 지어진 전통시장은 대상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소방시설 설치는 물론 소방시설공사의 전문 시공과 감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소방관서의 관리ㆍ감독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의 국고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된 소방시설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관리되지 않더라도 소방에선 정작 손 쓸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안전시설 구축 사업이 법의 사각지대 속에 놓이면서 소방법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 놓고 민원 걱정에 뒷짐 진 중기부


전통시장에 미승인 소방시설이 버젓이 설치되는 이유는 중기부가 만든 가이드라인 탓이 가장 크다.


소방시설 중 화재감지시설(자동화재탐지설비)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화재알림시설은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소방청과 기술 지원 행정을 협업하고 있다. 중기부는 예산의 집행과 운용을 담당하고 전국 소방관서는 사전협의를 통해 시스템 설치와 위치 적정성을 판단하는 등 기술적 행정을 지원한다.


특히 중기부와 소방청은 지난 2018년 6월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의 기술적 사항을 제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화재알림시설 사업을 위한 표준 규정의 개념을 갖는다.


가이드라인에선 자동화재탐지설비, 감지기, 발신기, 중계기, 수신기, 경종, 화재속보설비 등 구성품별 용어 정의와 화재알림시설의 구성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기부는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소방관련법에 따른 형식승인 또는 성능인증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소방 관련 기준도 준수하도록 했다. 소방관련법에서 규정하지 않더라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이 확보된 정식 소방용품을 사용토록 했던 것이다.


그러나 관련 시설 설치 과정에서 지자체와 전통시장 소유주들이 유선 배선 공사 등이 불필요한 무선 방식의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를 원하면서 사업은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에는 소방관련법에 따른 무선 방식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정식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2017년 12월 6일 전통시장 등 무선 자동화재탐지설비의 필요성을 고려해 무선 방식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관련 제품(감지기, 중계기, 수신기 등)의 형식승인 기준을 개정했다. 하지만 기준 마련 후 1년 10개월이 넘도록 무선 방식으로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은 개발되지 못했다.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해야만 했던 중기부는 소방관련법에 따른 형식승인 제품이 보급되지 않자 2019년 5월 1일 가이드라인을 완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형식승인을 안 받은 제품도 한시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일정 기간 이후에는 이전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문구도 명확히 명시했다.

 

▲ 2019년 5월 수정된 ‘화재알림설비 설치사업’ 가이드라인에는 무선 자동화재탐지설비의 미출시로 인해 일정 기간 적용 이후 이전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 FPN


가이드라인의 완화 조치가 이뤄지고 석 달 뒤 무선 방식의 자동화재탐지설비 제품이 첫 형식승인을 받았다. 이후 11월 두 번째 형식승인 업체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총 다섯 개 기업이 무선 방식 자동화재탐지설비에 대한 형식승인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최초 승인품을 사용토록 했던 가이드라인이 완화된 지 1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지금도 전통시장에 설치되는 화재알림시설은 여전히 소방관련법에 따른 승인조차 안 받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한 차례 완화 조치 이후 무선 자동화재탐지설비가 다수 출시된 지금도 중기부는 여전히 가이드라인을 방치하고 있다. 기술 지원을 하는 소방청은 중기부에 형식승인품을 사용토록 가이드라인의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중기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용품으로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들이 다수 개발된 만큼 가이드라인을 승인품으로 사용하도록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중기부와 공단에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중기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담당자는 “형식승인품 사용에 대해서는 원안(최초 가이드라인)처럼 하면 좋지만 업체 등의 민원이 많다”며 “다각적으로 만족할 방안이 있을지 고민하면서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화재안전시설 설치사업의 성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을 두고 미승인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들끓는 민원… 사업수행 부처ㆍ지자체ㆍ관련 업계도 ‘골치’


올해 초부터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고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업을 시행하는 중기부도, 지자체도, 협업하는 지역 소방서 역시 골치를 썩고 있다.


사업 입찰을 진행하는 지자체에선 입찰참가 조건에서 제시하는 형식승인 제품 사용 여부에 따라 관련 업체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입찰 자격 조건 중 공사 자격 면허 제한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소방용품 형식승인을 득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형태의 입찰이 나오는가 하면 어떤 곳은 반드시 형식승인 제품을 적용하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상대 업자 간 이견이 나타나면서 결국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별다른 제한 없이 입찰을 진행했다가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로부터 민원을 받아 수정했는데 또 다른 업체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와 난감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사업수행 자격 조건으로 내건 사업자 제한사항이 구설에 올랐다. 소방시설 설치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소방시설 특성을 무시한 채 정보통신공사업 또는 소프트웨어사업자 등으로 제한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소방관련법에서는 소방시설 설치 시 반드시 소방시설공사업자가 수행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의 경우 소방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이 역시 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방관련법에 따라 소방시설은 전문 공사업자가 수행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정작 정부가 지원하는 소방시설 설치사업이 이를 준용하지 않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설의 적정한 설치와 성능 보장을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가이드라인 재설정과 공사 면허 기준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민원은 소방관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소방관련법에 준하는 관리와 감독을 해달라는 요구부터 미형식승인품에 대한 제재를 가해 달라는 민원까지 발생한다.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한 소방공무원은 “전통시장을 관할하는 소방서라는 이유로 소방법에 따라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을 설치하도록 제재해 달라고 하지만 법 체계상 손 쓸 근거가 없고 가이드라인에서도 허용하고 있어 대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하소연했다.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도 민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체와 시장 간의 협의를 거쳐 사업을 진행하다 틀어지면 민원을 제기하고 심지어 정치권 인사까지 나서서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업무 담당 주무관은 “시장이나 상인회가 원하는 업체와 계약 또는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 온갖 민원을 제기한다”며 “감사원에도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전통시장의 화재안전을 확보하겠다며 추진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은 이처럼 크고 작은 잡음으로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대다수 민원은 화재알림시설의 인증 규격이나 계약 조건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이다. 불필요한 민원 해소를 위해서라도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재정비하고 소방관련법 수준의 입찰 참여 조건으로 표준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 최누리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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