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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저지른 자 권리 보장하는 법의 현실을 견딜 수가 없어요”

‘전북판 구하라 사건’ 고 강한얼 소방관 언니 강화현 씨
“천륜 앞세워 권리 보장하는 잘못된 법 꼭 고쳐주세요”
30일 법사위 전체 회의 상정, 18명 상임위원 선택에 촉각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0/11/29 [12:51]

“패륜 저지른 자 권리 보장하는 법의 현실을 견딜 수가 없어요”

‘전북판 구하라 사건’ 고 강한얼 소방관 언니 강화현 씨
“천륜 앞세워 권리 보장하는 잘못된 법 꼭 고쳐주세요”
30일 법사위 전체 회의 상정, 18명 상임위원 선택에 촉각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0/11/29 [12:51]

▲ 전북의 한 카페에서 고 강한얼 소방관 언니 강화현 씨를 만났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소리내서 울지 못했다고 했다. 언젠가 할 도리를 다 했을 때 동생 앞에 가서 엉엉 소리 내 울고 싶다고 말하던 강화현 씨.  © 최영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패륜을 저지른 사람의 권리를 법으로 인정하는 현실에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하고 괴로워요. 왜 우리나라 법은 부모 연을 끊고 자식을 버린 사람에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건가요”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의 유족인 고 강한얼 소방관 언니 강화현 씨의 말이다. ‘전북판 구하라 사건’은 고 강한얼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32년간 만나지도 못한 생모에게 유족연금과 급여가 돌아간 일이다. 살아생전 함께 한 가족이 그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 재해보상법, 공무원연금법)’이 지난 23일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만을 남겨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갑)이 발의한 공무원 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안은 오는 3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된다.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에 대해 양육책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유족에게 유족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7일 전북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화현 씨는 “심장이 아팠다면 심장을 내어주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눈을 내어줄 수도 있을 만큼 끔찍하게 아끼던 동생이 세상을 떠났어요. 우릴 버렸던 생모는 단 한 번도 ‘내가 없이 너희가 어떻게 살았니, 힘들지 않았니, 한얼이는 어디에 묻혔니’라는 질문조차 안 한 사람입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구급대원 꿈 안고 살아온 ‘고 강한얼 소방관’

 

▲ 고 강한얼 소방관은 평소 밝고 고운 성품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활동에 임했다고 동료 소방관들이 입을 모은다(오른쪽 고 강한얼 소방관).  © 강화현 씨 제공

 

평소 남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했던 고 강한얼 소방관. 그녀는 응급구조학을 전공하면서 ‘소방관’이라는 꿈을 안고 응급실과 병원에서 실습을 마쳤다. 2012년 경기도 소방공무원으로 입직한 그녀는 그간 수많은 구급현장에서 많은 이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의 아픔을 다독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찾아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만난 본인 또래 남성은 아파트 15층에서 떨어져 심장이 멈춰있었다. 눈을 뜨고 생을 마감한 그 남성과 눈이 마주쳤고 그날 이후 고인은 끊임없이 그녀의 주변에 맴돌았다.

 

눈을 떠도 감아도 그 남성이 떠올랐다. 심지어 “뛰어내리면 다 괜찮아진다. 좋아질 거다”란 환청도 들렸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 목소리는 마치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또래 남성인 것만 같았다.

 

소방관이 된 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고 강 소방관의 낯빛이 너무 어두워졌다. 언니 강화현 씨는 고 강 소방관에게 치료를 권유했다. 병원을 찾은 고 강 소방관의 병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결국 그녀는 1년이란 기간 동안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복직할 당시 많이 좋아진 상태였어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냥 가지 말고 언니랑 살자. 너 말고도 그 일 할 사람 많다’며 재차 붙잡았죠. 그때 한얼이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무나 못하는 일이야. 내가 쉬어서 동료들도 엄청 고생하고 있어”라고 얘기하는데 할 말이 없어 그냥 보내줬던 게 너무 한이 됩니다”

 

복직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고 강한얼 소방관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안타깝게도 그녀 주변에서 맴돌던 사건 현장 속 또래 남성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 이후 2월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해 한 차례 불승인됐지만 재심 과정에서 인사혁신처는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고려해 10월 순직으로 처리했다. 

 

강화현 씨 “천륜 앞세워 권리 보장하는 잘못된 법 꼭 고쳐주세요”

 

▲ 강화현 씨는 하늘에서 맺어준 천륜을 땅에서 스스로 끊은 사람에게 오히려 천륜을 앞세워 권리와 권한을 보장해 주는 잘못된 법을 국회에서 꼭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영 기자

 

“제 인생에 가족이란 아빠와 새어머니, 한얼이 뿐이었어요. 그러다 한얼이의 유족급여를 타가면서 잊고 있던 생모가 갑자기 나타났죠. 천륜으로 이어진 자식에게 패륜을 저지른 사람의 권리를 법에서 보장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공무원연금공단은 순직 처리 후 고 강 소방관의 생모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며 퇴직금과 유족급여 등 8100여 만원을 전달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순직유족급여 6천만원과 일반 사망급여 1400만원, 순직유족연금 월 91만원씩 5개월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유족’이란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사망할 당시 그가 부양하고 있던’ 배우자나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를 뜻한다.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유족 순위는 ‘민법’에 근거해 상속받는 순위를 따르고 같은 순위자가 두 명 이상일 경우 급여를 똑같이 나눠 지급해야 한다. 

 

현행 민법 제1000조에 따르면 상속권자 1위는 사망한 자의 자식이고 자식이 없는 경우 사망한 자의 부모가 2순위가 된다. 민법 제1004조에는 사람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위조ㆍ은닉 등을 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상속인의 결격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고 강 소방관 친부와 생모에게 급여가 똑같이 나눠진 배경이다.

 

이후 유족은 올해 6월 전주지방법원에 양육비 청구소송을 했다. 고 강 소방관과 언니 강화현 씨의 과거 양육비 1억1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일시금으로 나온 돈을 돌려주면 일생 나오는 걸 건드리지 않겠다고 소송 전 생모에게 얘기했지만 이미 다 쓰고 없다고 하더라고요. 노점에서 일생을 일하신 아버지는 그 돈을 어떻게 쓰냐며 십원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계시는데 받자마자 다 썼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죠. 그래서 소송이라도 해서 그 권리를 되찾고 싶었어요”

 

법원은 협의 이혼 당시 양육비에 관해 구체적으로 협의한 사실이 없고 청구인이 이 심판 이전엔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과거 양육비를 7700만원으로 정했다. 

 

“다 썼으니 깎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일시금 4천만원조차 깎아 달라고 했지만 협의하지 않았고 5년 동안 분할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들어줬어요. ‘공무원 구하라법’이 통과하지 못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까 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

 

얼마 전 고 강 소방관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 보훈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강화현 씨는 선뜻 신청할 수 없었다. 또다시 동생의 죽음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중 보훈처의 연락을 받았다. 이미 국가유공자 보훈급여 신청이 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청인은 다름 아닌 생모. 강화현 씨는 보훈처 관계자로부터 부양하지 않았으면 보훈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막무가내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다행히도 국가유공 보훈급여는 양육과 부양 사실을 판단해 지급 대상을 정하고 있다. 고 강 소방관 생모는 보훈급여 대상이 될 수 없는 셈이다.

 

“생모의 파렴치함을 벌해달라 할 순 없지만 동생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어요. 하늘에서 맺어준 천륜을 땅에서 스스로 끊은 사람에게 오히려 천륜을 앞세워 권리와 권한을 보장해 주는 잘못된 법을 국회에서 꼭 고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니가 다 돌려놓을게, 미안하고 보고 싶다. 하루만 꼭 안고 언니 냄새 잊지 말라고… 어디 있든 언니가 꼭 찾아갈게’ 강화현 씨 SNS 메신저에 적힌 말이다. 

 

“동생을 지키지 못한 저는 죄인입니다. 한 번 더 안아주지 못하고 돌봐주지 못한 시간이 너무 후회돼요. 제 이런 외침들을 통해 법 개정에 힘이 된다면 나중에 마주할 동생과 또 저희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는 많은 분들 앞에서 조금은 떳떳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이 법안의 최종 관문으로 여겨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오는 30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52개 법안 중 공무원 재해보상법은 32번째, 공무원연금법은 37번째 안건으로 18명의 소속 위원이 심의한다.

 

소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위원장(경기 구리시)을 비롯해 같은 당 백혜련(간사/경기 수원을), 김남국(경기, 안산단원을),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김종민(충남 논산ㆍ계룡ㆍ금산군), 박범계(대전 서구을), 박주민(서울 은평갑), 소병철(전남 순천ㆍ광양ㆍ곡성ㆍ구례갑), 송기헌(강원 원주을), 신동근(인천 서구을), 최기상(서울 금천구) 의원과 국민의힘 김도읍(간사/부산 북구강서을), 유상범(강원 홍천ㆍ횡성ㆍ영월ㆍ평창군), 윤한홍(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 장제원(부산 사상구), 전주혜(국민의힘 비례), 조수진(국민의힘 비례), 김진애(열린민주당 비례) 의원 등이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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