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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화재안전기준 개정안 “현실 반영 못했다”
- “현실적 문제 알면서도 방치하나” 비판 여론
- 탄력적인 개정도 힘든데… 고치려면 잘 고쳐야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4/11/25 [10:35]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구 소방방재청)가 추진하고 있는 화재안전기준 개정 작업과 관련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 10월 23개 화재안전기준 개정안을 입안예고했다. 그러나 개정이 진행되는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현실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가 제기되는 기준은 소화기구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화재안전기준이다. 소방당국은 소화기구 화재안전기준 중 소화약제별 적응성 규정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개선하겠다는 개정 배경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제 기준에 맞추겠다는 명분이 무색할 만큼 시급한 사항들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소방당국은 소방용품 기술기준에서 주방 화재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K급(주방화재, 식용유화재) 소화약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기준 개정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는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주방화재 적응성을 갖춘 소화약제가 별도로 구분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소화약제 적응성을 분류하는 국내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이러한 사항을 반영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식용유 화재를 별도 화재로 분류해 전용 소화기가 사용되고 상업용 주방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자동소화시스템도 보급되고 있다.

국내에도 음식점 주방 등에서 식용유 과열로 인한 화재가 빈발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달리 화재 진압을 위한 소화기나 소화시스템은 제도적 근거가 없어 보급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형태의 고가 자동소화시스템을 호텔이나 음식점 주방에 설치했더라도 소방법상 인정받을 수 없어 법에서 정한 소화기구를 중복적으로 설치해야만 한다. 올해 초에는 고비용을 들여 주방자동소화시스템을 설치한 대상물들이 소방관련법에 근거가 없는 소방용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위법 논란에 휩싸이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현행 소화기구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음식점이나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공장 등 주방에 소화효과도 없는 ‘자동확산소화장치’를 설치토록 강제하고 있다. 자동확산소화장치는 화재 시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소화약제를 방사하도록 한 기구로 천정에 설치된다. 그러나 분말소화약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식용유 화재에는 적응성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업용 주방에는 대형 환기구(덕트)가 설치되고 있어 ‘무용지물’ 소화장치로 전락한지 오래다.

현실성 없고 낙후된 화재안전기준이 국민들의 돈 낭비도 모자라 범법자로까지 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이러한 문제는 매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등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연이어 국정감사 도마위에 오르면서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은 올해까지 관련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정작 이번 개정안에서는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내용은 반영하지 않아 현실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잇따라 인명사고를 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개정안 역시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질식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목표라면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개정안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가스방출에 따른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일부 안전장치들을 추가했다. 기동장치의 누설여부 확인을 위한 게이지 설치와 수동잠금밸브를 의무 설치, 가스 방출시 시각경보기 설치, 소화약제 위험성 경고표지 부착 등이 주요 골자다.

선진국 규정과 비교할 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질식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외에도 추가적인 규정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일부만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지하층과 밀폐된 거실 등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설치할 경우 반드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는 ‘배출설비’ 규정이 미흡해 실효성이 없음에도 이 규정은 손질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주먹구구식으로 배출설비를 갖추는 경우가 많아 가스방출 이후 잔류 가스를 빼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안전성 확보방안을 추진하는 최초 계획 수립 과정에서 배출설비 규정을 고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정작 고시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빠트렸다.

우리나라 화재안전기준은 1년에 고작 두 차례 정도 개정된다. 이 시기에 선정된 기준들은 한번 고쳐지면 수년간 그대로 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방분야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화재안전기준을 탄력있게 고쳐 현실을 반영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기적인 개정작업이 힘들다면 개정 대상 기준을 선정했을 때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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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25 [10:35]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