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대피공간으로 쓰겠다는 국토부… 우려 확산

- 대피공간 범위 확대 개정안 입법예고… 실효성 의문
- 가연물 가득한 방에서 불나면? 안전성 확보 우선돼야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5/10/19 [17:58]

[FPN 이재홍 기자] = 아파트 세대 내 방을 방화구획하는 경우 대피공간으로 인정하겠다는 국토교통부 정책을 두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10월 19일까지 의견 수렴 기간을 가졌다. 

 

▲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대피공간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당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사고 없는 아파트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문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현재 대피공간이 창고 등으로 이용되며 실질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방을 비상시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입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4층 이상 각 세대가 2개 이상의 직통 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피공간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다만 ▲인접 세대와의 경계벽이 경량칸막이인 경우 ▲경계벽에 피난구를 설치한 경우 ▲발코니에 국토부령으로 정하는 하향식 피난구를 설치한 경우 ▲기타 중앙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피공간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이 있다고 인정된 구조 또는 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는 대피공간 설치가 면제된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에서는 5㎡ 이상 방의 바닥과 벽을 내화구조로 방화구획하고 갑종방화문을 설치하면 이러한 네가지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피공간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소방과 건축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을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효성과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건축 현장에서 소방감리업무를 수행하는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논리 자체가 모순”이라며 “비상구 앞 물건 적치로 인해 피난이 어렵다고 해서 창문을 크게 만들면 비상구로 인정을 해주겠다는 말과 다를게 뭐가 있나”라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또 실질적으로 대피공간으로서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평상시에는 방으로 사용하는 만큼 전기용품은 물론, 가구나 침구류, 벽지, 장판 등 가연물이 많아 대피공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피공간에 물건을 적재하지 말라는 건 비상시 공간 확보를 위한 이유도 있지만, 방화구획 내 가연물을 두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만약 방화구획한 방에서 불이 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방화문은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하지만 이처럼 편의상의 이유로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 이재홍 기자

 

건축피난 설비 전문 관계자도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피공간으로서 유지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갑종방화문의 의미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상시 닫히는 구조여야 할 텐데 이를 위해서는 도어클로저 등 관련 시설도 필요하다. 그런데 출입이 잦은 방에서 이런 구조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관계자는 “생활상의 편의 때문에 하부 문턱을 없애는 최근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며 “만일 입주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도어클로저나 문턱을 철거해버리면 방화문의 기능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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