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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국민안전처 음식점 주방 화재 대책, 실효성 있나
8년 만에 내놓은 개선안 “현실 반영 못했다”
‘무용지물’ 자동확산소화기, 알고도 방치하나
식용유 화재 키우는 스프링클러, 존치 논란
주방 화재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해야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5/11/19 [14:18]

 

▲ 2009년 10월 29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파이낸스센터(구 스타타워) 지하1층 중식당에서 발생한 화재 직후 현장 모습.    © 최영 기자

 

국민안전처가 고심 끝에 내놓은 음식점 주방화재 대책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무용지물 소화기구를 십수년 째 강제 설치토록 규제해 오면서도 정작 내놓은 개선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6일 음식점 주방 등의 화재 예방 대책을 담은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기준에는 K급(주방화재) 소화약제의 적응성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현행 음식점 등 주방에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자동확산소화기를 대체해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음식점 등 주방에는 식용유 화재 진압이 가능한 K급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번 개정안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정립된 식용유 화재를 우리나라에서도 별도의 화재 유형으로 분류하고 잇따르는 음식점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소방시설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동안 소방관련법에 따라 음식점 주방에 강제 설치되는 자동확산소화기와 스프링클러는 주방 후드로 인한 위치 확보가 어려워 실질적인 소화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소화기에 적용된 분말소화약제는 식용유 화재에 적응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문제점은 지난 2007년 안양 평촌 주상복합건물 중국집 화재와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패스트푸드점 화재 사례를 보도한 본지(FPN)를 통해 최초 드러났고 2008년 수원 영통 중국집 화재, 여의도 하나증권 빌딩 19층 중국집 화재, 2009년 강남 파이낸스 빌딩 화재, 2012년 대구 이마트 등 주요 주방 화재 때마다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 좌 위부터 = 1.2009년 강남 파이낸스빌딩에서 발생한 중국집 화재 당시 2명이 유독가스에 노출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입주자 1천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2. 2007년 안양 평촌 주상복합건물 내 중국집에서 발생된 화재는 옥상 환기구까지 옮겨 붙었고 주차장까지 확대되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3. 2007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패스트푸드점 화재로 2시간 동안 공항 운영이 멈췄다. 4. 2007년 수원 영통동에서 발생한 중국집 화재로 건물 내부 천정이 모두 불에 탔다.     © 소방방재신문

 

이후 국정감사와 공중파 뉴스 등에서도 지적이 이어졌으며 올해 초에는 감사원도 주방화재에 대비한 자동확산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 올해 초 감사원이 발표한 특정감사 결과에서는 자동확산소화기의 설치 위치와 방법 등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소방방재신문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안전처는 약 8년 만에 관련 기준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개선책은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발생된 화재는 2천 4백여 건으로 169명에 이르는 인명피해(부상)와 88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냈다. 이 중 식용유에서 발생된 화재는 700건에 달한다.


지난달 23일에도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 주방에서 식용유 과열로 불이 났고 화재를 진압하던 업주가 화상을 입기도 했다.


31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음식점에서도 식용유 과열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 9일에는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한 중국음식점에서 식용유 유증기에 착화된 불이 건물 외벽과 덕트 등을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의해 진압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소방 전문가들은 식용유 화재에 적응성을 갖춘 소화기를 비치토록 하고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의 설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와 불 못끄는 ‘자동확산소화기’의 문제점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본지(FPN)는 음식점 주방화재 대책으로 내놓은 국민안전처의 화재안전기준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인지 긴급 진단했다.

<최근 8년간 음식점 등 주방화재 관련 문제 보도 내용>

[2008]

잇따르는 음식점 주방화재 대책 절실

현실성 없는 법규정 '초기진화 어려워'

[2009]

[집중취재 ①] 강남파이낸스 센터 화재 ‘국가 책임 크다’

[집중취재 ②] 강남파이낸스 센터 화재 ‘국가 책임 크다’

[2012]

[2012 소방방재청 국감] 음식점 주방화재 대책 마련 촉구

[현장M출동] 물 뿌리니 '펑'‥불 못 끄는 소화장비[MBC 뉴스]

[2013]

"설마 하다.." 주방 기름때 화재 빈발‥ 관리 사각지대[MBC 뉴스]
[2014]

영업용 주방화재 소화장치 기술기준 제정 추진

영업용 주방화재 소화장치 기술기준 정립 '분주'
상업용 주방화재소화장치 기술기준 제정안 행정예고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 성능인증 기준 제정ㆍ고시

KFI, K급 주방 화재 신규 분류 추진

미흡한 화재안전기준 개정안 “현실 반영 못했다”

주방화재 관련 화재안전기준 내년 상반기 내 개선

[2015]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 정식 소방시설 등재

가든파이브 7층 중국집 주방 화재… 1명 부상

식당 주방 '덕트' 큰불 부른다…환풍시설이 굴뚝 역할[MBC 뉴스]

소화기구ㆍ옥내소화전 화재안전기준 개정안 행정예고

[현장M출동] 식당주방에서는 소화기도 무용지물, 왜?[MBC 뉴스]

 

 불 못끄는 소화기, 알면서도 방치하나


현행 소방 관련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점,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등의 주방에는 스프링클러설비나 자동확산소화기를 반드시 설치해야만 한다.

▲ 실제 음식점 등에 설치돼 있는 자동확산소화기의 모습     ©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


문제는 이 소화기가 음식점 등 주방의 화재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행 음식점 등 주방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동확산소화기’는 관련 기술기준(국민안전처 고시)에서 ‘일반화재용’과 ‘주방화재용’, ‘전기설비용’ 등 3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정작 이 소화기가 설치되는 시설에는 설치 환경의 고려 없이 단 한 종류(일반화재용)로만 설치되는 실정이다.

▲ 국민안전처가 고시로 운영하고 하고 있는 자동확산소화기(소화장치)의 형식승인 기준에는 국가 화재안전기준에서 규정하는 장소별 특성에 따라 제품을 별도 분류하고 있다.     © 최영 기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자동확산소화기의 형식을 승인받은 업체는 총 8개사가 있다. 그러나 모두 일반화재용 제품만을 승인 받아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주방용 자동확산소화기의 경우 식용유 화재의 적응성을 판단하기 위해 철제 냄비에 대두유 800ml를 넣고 가열한 뒤 불이 붙으면 자동적으로 소화약제를 방사해 소화시키는 성능을 갖추어야만 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돼 음식점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자동확산소화기는 이러한 시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이다. 부연하면 화재 적응성이 검증조차 안 된 소화기구를 설치하도록 강제해 온 셈이다.


소방시설 설치 대상을 규정한 국가 화재안전기준(국민안전처 고시)에서 보일러실이나 음식점, 호텔 등의 주방, 변전실, 지하구 제어반 등 각각 다른 시설에 설치토록 하면서도 용도별 특성에 맞춰진 소화기구를 구체적으로 구분해 놓지 않은 탓이다.


다양한 시설에 자동확산소화기를 설치토록 강제하고 있으면 당연히 각 대상에 대한 소화효과도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은 ‘일반화재용’ 자동확산소화기를 모든 시설에 일률적으로 설치해도 규정상 문제될 게 없다. 이 때문에 소화기를 개발하는 제조사들 역시 만들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소화기를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 “일반 자동확산소화기를 설치하는 시설과 주방용이 별도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도 않은데 용도별로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뭐가 있겠냐”며 “수요 없는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고 만들어야 할 의무도 없지 않나”고 말했다.

 

불 키우는 스프링클러, 규정 존치 논란


음식점 등 주방에서 발생되는 식용유 화재에 물을 부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다. 화재 진압은커녕 수증기 폭발로 오히려 불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식용유 화재에 물을 뿌리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소방방재신문


화재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주방의 초기 소화 목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허용해 온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는 11층 이상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 식용유 화재에 적응성을 갖춘 액체계(강화액) 소화약제를 활용하는 ‘자동식소화기’를 추가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해외의 경우 이러한 주방(식용유) 화재를 K급 등 별도의 화재 종류로 구분하고 전용 시스템이나 소화기에는 반드시 적응성을 가진 소화약제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K급 소화약제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물을 활용한 소화방식을 인정하는 것은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시각이 크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방에 스프링클러를 허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식용유 화재 때문에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식용유 화재에 물을 뿌리는 것은 오히려 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아파트에 스프링클러와 자동식소화기가 공존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라며 “만약 스프링클러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식용유 화재에 대한 대비책은 별도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 반영 못한 기준안, 해결책 없나


이번 개정안은 주방에서 발생되는 식용유 화재를 별도 분류하면서 K급 소화기를 도입하는 등 특성에 맞춘 대비책을 정립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그동안 국내 일부 호텔이나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등은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하더라도 소방법상 정식 소화시스템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무의미한 소화기구(자동확산소화기)를 추가적으로 설치해야만 했다. 국내 법규에 등재되지 않고 구체적인 설치 기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자동확산소화기의 용도별 구분과 적응성 검증, 스프링클러를 식용유 화재의 대비책으로 인정하는 후진국형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음식점 등 주방에 일률적으로 설치되는 ‘일반화재용’ 자동확산소화기 문제에 대한 해소방안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소화기구를 강제로 설치하는 것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국민에게 경제적인 부담만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치 대상별 소화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은 자동확산소화기가 적용되도록 구체적인 설치 기준 정립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제도과 관계자는 “일반화재용이 일률적으로 설치되는 문제점은 알지만 아직 주방용 자동확산소화기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소화기구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구체적인 설치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는 용도별로 제품을 개발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다”고 반문한다. 비정상적인 제도의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놓고 따지는 꼴이다.


현재 주방용 자동확산소화기의 개발품 부재 문제는 관련 기준 개정과 시행 과정에서 제품의 개발 기간을 충분히 고려해 시행 시기를 조정한다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제도의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비정상적인 소방시설 기준을 개선하고 선진화를 이루는데 있어 시행 시기보다는 실효성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설비를 주방화재 대비책으로 인정하는 과거 규정을 존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안전처는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이달 26일까지 접수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최종 입법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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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19 [14:18]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