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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퇴직 후 재취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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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상임 부회장 허성범 | 기사입력 2016/02/12 [14:50]

[기고]퇴직 후 재취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상임 부회장 허성범 | 입력 : 2016/02/12 [14:50]
▲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상임 부회장 허성범

20여 년 전쯤 어떤 모임에서 주최 측 한 사람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앞으로 90세까지 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내가 40대 후반으로서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들렸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니 내 건강상 돌발 변수나 사고만 안 당하면 앞으로도 20년 안에 죽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정년퇴직을 하는 이들은 퇴직 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비상 시 긴급출동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퇴직 후 마음껏 놀아봐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노는 것도 석 달, 길어야 여섯 달이면 몸이 쑤시기 시작하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다행히 우리 소방공무원들을 비롯해 모든 공무원들은 일찍부터 기여금을 부어온 관계로 어느 정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연금수령 때문에 그럭저럭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문제는 우리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해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유와 일을 통한 건강유지를 할 것인 가다.


직장이라면 누구나 은퇴한다. 그럼에도 퇴직하기 전에는 영원히 자기 직장에 몸담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다가 덥석 그만두고 나면 당황해 한다.


본인은 10년 전 퇴직한 사람으로서 퇴직 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퇴직을 앞둔 후배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참고 조언하는 바이다.

 

1. 투자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마라.
퇴직을 하면 바로 61세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그런 노래도 인기이고 다들 오래 사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업을 하기 엔 너무 늦은 나이다. 평생 소방에 몸 담았으니 그래도 좀 아는 소방 쪽 사업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방시장도 녹녹치 않다. 지나친 경쟁에 저가 수주가 만연 한데다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지급, 경상경비 등 등 지출이 만만치 않은데다 기존 시장을 뚫고 나가기란 바늘구멍이다. 누가 어떤 업을 해서 잘 산다는 소문에 현혹 돼서는 안 된다. 60세가 넘어 실패하면 재기 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스트레스 받아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2. 자존심을 깔끔히 버려라.
요즘은 아니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동료들보다 먼저 승진하겠다고 영향력 있는 상사에게 점수 따려고 자존심도 버려 가면서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자기 만족에 두 팔 흔들고 다녔지만 퇴직 후에는 자세를 확 바꾸어 끝없이 굽혀야 한다.


재직 중 상사에게 경례하고 지낸 것은 그저 했던 것이지만 사회에 나오면 힘있는 자에게 그저 공손히 그것도 진심으로 굽혀야 한다. 진심으로 굽히지 않으면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굽히기 싫다면 연금 가지고 취미생활이나 즐기고 친구들과 등산이나 다니고 그저 고고한 학처럼 살면 된다.

 

어쩌면 그게 제일 바람직한 은퇴 생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학처럼 살려다가 나중에는 일을 갖고 싶어 한다.

 

내가 사회에 나와 보니 이 사회는 갑과 을로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예전에 알았던 갑과 을은 부동산 매도자가 갑이고 매수자가 을이라고 여겼는데 이 사회 거래 구조 모두가 갑과 을이었다. 갑은 일거리 발주자이고 을은 일거리 수행자다. 그런데 갑과 을의 관계는 조선시대 주종관계나 마찬가지였다. 군대의 상, 하 관계 이상이다.  


우리 소방 퇴직자들의 일자리는 소방관리 업체, 감리업체가 대부분인데 이들 업체가 일거리를 따 내는 방식이 소위 아웃소싱 용역계약으로서 바로 을의 위치이다. 그렇다면 우리 퇴직자들이 이들 업체에 취업한다면 ‘을’에게 고용되는 것인데 ‘을’보다 못한 ‘병’의 신세가 되는 것이니 자존심을 깔끔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꽤 괜찮은 일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기에 그저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굽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3. 후배에게 부담주지마라.
소방관계 업체에 재취업을 하고 나면 이따금씩 단속에 걸리거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면 사장은 으레 소방공무원 출신을 보고 어떻게 풀어 보기를 원한다.


이럴 때 자신의 잘 못이면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비치고 그게 아니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평생 몸 담았던 소방에 대한 예의이다. 취업을 할 때는 소위 근로계약서란 것을 쓴다. 이미 정해진 서식이 있긴 하지만 특약으로 소방관서를 상대로 청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거나 구두로 라도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한다는 옛말처럼 후배에게 구차한 부탁은 바로 치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후배에게 억지를 부려 부탁하면 후배도 곤혹스러워한다. 그리고 후배는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면 자연히 그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개 때문에 못 살겠다느니 어찌 그 양반은 그 모양인지 하면서 말들이 많다.


자기 자신도 퇴직자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안한다. 퇴직자 전체가 모독을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배에게 부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4. 적은 월급에 만족하라.
요즘 후배들은 우리들이 근무할 때 보다 상당히 좋은 처우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건 시간 외 수당 때문이다. 우리는 상급자로부터 공직자는 국가에 대해 무제한 봉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며칠씩 집에도 안 보내 주고 강행군 근무를 시켰고 우리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려러니 하고 지냈다.

 

지금은 시간외 수당 때문에 상당한 급여를 받고 있는데 비하여 퇴직 후 재취업을 하면 재직 중 받는 급여의 1/3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 정도에 만족할 자신이 없다면 독락당(혼자 즐기는 집)을 지어 놓고 청빈한 선비처럼 사는 것도 제 멋이다. 갑의 갑인 공무원 신분에서 을의 을 소위 병의 신분으로 급전직하 하는 마당에 어찌 마음에 맞는 일자리와 급여를 기대 하겠는가!


급여도 시중 시세가 있다, 일자리 발주처도 시중 시세에 맞춰 인건비를 책정하고 여기에서 낙찰 받은 금액에 맞춰 인건비를 지급하니 자연히 적은 급여를 받게 된다. 올 해부터 시행되는 개정연금법에 따라 월220만원을 초과해 급여를 받으면 비율에 따라 연금액이 감액되기 때문에 좀 많이 받아봐야 그거다.

 

5. 모임에는 자주 나가라.
퇴직 후 일자리를 얻으려면 일자리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소방동우회가 우리 퇴직자들에게 일자리 알선 사업도 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다. 동우회를 잘 알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왕년에 계급깨나 달았던 사람들의 조직체라는 선입견 때문에 퇴직 후에까지 먼저 인사하기 싫어서인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만 알았으면 한다. 퇴직 후에도 계급과 비슷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이다. 재직 중의 계급은 소용없다. 오로지 나이 많은 사람이 높은 사람이다. 간혹 재직 중에 계급의 환상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반기지도 않고.
 

우리 동우회가 그 간에 일자리 알선도 많이 했다. 제일 많이 한 곳이 전국 고속도로 장 터널(1㎞ 이상)상황관리, 발전소의 자체소방대 등 이었는데 희망자들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결과는 모르겠다.


우리 퇴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얻는 데는 퇴직자 개인별로 알음알음에 따라 재취업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임에 자주 나가라는 것이다.


사실 모든 일자리를 우리 소방동우회를 통해 제공하는 것을 상례화 한다면 적은 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게 하고 구인 업체는 사람 구할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는 수고도 덜고 여러모로 좋을 테지만 그리 쉽게 이뤄 질 것 같지는 않다.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상임 부회장 허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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