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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유사 합격 표시된 미인증 소방 방열복 유통 논란
- 뒤죽박죽 라벨에 처벌 어려워…감독기관도 전전긍긍
- 성능검증 없이 유통되는 미인증 방열복, 문제는 없나
- 인증 안 받은 방열복, 멋모르고 썬다간 ‘큰코 다친다’
- 소방ㆍ산업용 방열복, 인증 확인 필요성과 확인법은?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6/04/11 [00:05]

# 지방에서 안전장비를 취급하는 한 유통업체 대표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말 거래처로부터 소방용 방열복과 산업용 방열복을 주문받은 A씨는 한 제조사에 제품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 방열복들을 받은 김 씨는 거래처로부터 납품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성능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소방용 방열복’에는 방열복 성능인증 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검사를 통과한 것처럼 유사 도장이 찍혀 있었고 ‘산업용 방열복’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결국 제품을 납품 못한 A씨는 거래처로부터 핀잔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성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소방용 방열복’이 마치 성능인증품처럼 유사 표기된 채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소방산업기술원 등 관계 기관이 조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처벌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안전처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최근 성능인증을 받지 않은 방열복에 대한 관련 민원이 접수돼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성능인증 제품검사(유통 전 생산 제품의 개별검사)를 받지 않은 소방용 방열복’이 전문기관의 합격 표시까지 위조ㆍ날인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고발이 접수된 것.


지난 2015년 8월 3일 제조됐다고 표기된 이 방열복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니지만 'FI인정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

▲ 최근 국민안전처에 고발된 미인증 '소방용 방열복'. 이 방열복 표시사항에는 과거 성능기준으로 운영돼 오던 형식승인과 KFI인정이 혼용 표기돼 있다.     © 최영 기자


‘FI인정’ 도장은 지난 2014년 8월 이전까지 방열복의 성능 검증 기준으로 운용돼 오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자체 인정기준의 합격 표시다. 제도권 내 성능인증 기준이 새롭게 제정된 현재는 전혀 쓰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국민안전처 고시(방열복의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로 운용되는 ‘소방용 방열복’에 과거 검사 도장이 찍혀 있던 셈이다.


관련 민원을 접수한 국민안전처는 서울 송파소방서에 이 사건을 이첩시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열복에 표기된 사항들이 뒤죽박죽이어서 처벌하기조차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현행법상 성능인증 소방용품은 법적인 강제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은 반드시 제품검사(유통 전 생산 제품의 개별검사)를 받아 시중에 유통해야 하고 제품검사를 안 거친 소방용품에 합격 표시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조사를 맡고 있는 송파소방서 특별사법경찰 담당자는 지난달 31일 “관련 민원에 따른 조사를 진행해 왔으나 제품에 표기된 사항이 현재 없는 사업자로 표기돼 있고 인증 표시도 여러 가지 형태로 돼 있어 법규상 명확한 처벌이 힘든 상황”이라며 “국민안전처 소방산업과와 소방산업기술원에 변호사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내용에 따라 위법 사항을 최종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처벌도 어려운 뒤죽박죽 무검증 방열복?


성능인증 대상 품목인 ‘소방용 방열복’이 미인증 상태로 유통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관계 기관이 처벌에 애를 먹고 있는 이유는 방열복에 부착된 모호한 라벨 때문이다.


‘소방용 방열복’은 최근 10년 새 3가지 종류의 제품 기준 체제를 거쳐 왔다. 2004년 이전에는 소방법상 강제 인증 제도인 ‘형식승인’으로 운용돼 오다 2004년 5월 30일 소방산업기술원의 자체 인정기준인 ‘KFI인정’기준으로 변경ㆍ제정됐다. 이후 2014년 8월 14일 소방관련법에 따른 ‘성능인증’ 기준으로 또다시 제정돼 현재는 성능인증 품목으로 구분해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에 중심에 선 ‘소방용 방열복’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해당 방열복에는 과거 ‘형식승인’ 번호가 표기돼 있으면서도 국가검정 표시란에는 'FI인정'이라는 도장이 찍히는 등 뒤죽박죽으로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능인증’기준으로 운용되는 방열복은 관련법에 따라 인증을 받았을 경우 제품검사(유통 생산제품 개별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만약 이 제품검사를 받지 않거나 허위로 검사 표기를 했다면 명확한 불법이다. 그러나 성능인증품이라는 표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 때문에 법규상에서 벌칙으로 규정하는 위법 사항으로 보기에는 난감하다는 게 관련 기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방열복에는 업체 이름도 현재 폐업한 과거 업체명이 명기돼 처벌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다. 해당 제품을 납품한 J사가 현행법에 따라 ‘성능인증’ 보유 업체인 것은 맞지만 문제가 된 방열복에는 현재 성능인증 보유업체가 아닌 과거 사명이 기재돼 있는 탓이다.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성능인증 소방용품을 판매하거나 미검사(제품검사) 제품에 합격 표시를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기재 사항 등을 따져볼 때 처벌 대상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의 제품을 납품한 J업체 관계자는 “당시 판매된 방열복은 과거 사업자가 만들었던 제품으로 주문 당시 라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보내줬었다”면서 “당시에는 사용처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과거 제품을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제조일을 표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검증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도장 표시 배경에 대해서는 “과거 만든 제품이라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널리고 널린 성능 미인증 방열복?

 

▲ 방열복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방열복’은 고온의 복사열에 가까이 접근해 소방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 내열피복이다. 이러한 방열복은 열에 대한 반사ㆍ단열성이 있는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내열성능이 필요한 화재 현장에나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된다.


소방관련법에서는 일정 규모가 넘는 관광호텔이나 병원, 초고층건물 또는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등에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경우 고온의 작업현장에 근접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철소나 화학단지 등 다양한 곳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사용된다.


문제는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이런 방열복이 성능검증조차 받지 않은 상태로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열복 납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열복을 사는 수요처에서 특별히 인증품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들도 다수 납품하고 있다”며 “성능검증은 소방용과 산업용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시장에서는 싼 가격 위주로 미인증품을 찾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작업 현장에 맞춰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방용과 산업용은 성능상 차이가 있고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방열복을 찾는 곳들 중에는 두 제품 중 중간의 성능을 원하는 곳들도 있다”며 “제도에 따라 인증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런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칫하면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용처가 모두 인증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미인증품을 공급하는 게 오히려 범법자로 몰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취재결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방열복을 소비자 요구에 따라 임의제작이 가능하다고 표기해 놓은 채 판매하는 업체도 있었다. 인증제품이 규격화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인증 제품들이 버젓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적정 수준 이상의 열방호 성능을 갖추지 못한 성능미달 방열복의 유통 방지를 위해서는 인증 기준이 엄격히 준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열복, 막 사용하다간 날벼락


사용 목적에 따라 관련 인증이 없는 방열복을 사용했다가는 관련법에 따라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미인증 방열복에 대한 강력한 규제나 단속이 없는 상황이어서 방열복을 구매하는 소비자 차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관련법(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 비치되는 시설은 국민안전처 고시(화재안전기준) 규정에 맞춰 성능인증 ‘소방용 방열복’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설물 관계인은 관련법에 따라 화재안전기준을 어긴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제품검사에 합격하지 않은 소방용품을 판매하거나 진열, 소방시설공사에 사용할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공장 등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방열복도 반드시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에서 인증 받은 제품을 써야 한다.

 

관련법(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고열에 의한 화상 등 위험을 동반하는 작업을 할 경우 보호구를 지급해 줄 의무가 있다. 이 때 지급되는 방열복은 강제 인증으로 운용되는 ‘안전인증’을 통과한 제품을 써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방열복을 미인증품으로 썼다가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인증 방열복, 특성 고려한 선택도 중요


방열복의 종류는 크게 ‘소방용’, ‘산업용’, ‘선박용’ 등 3가지로 나뉜다. 육상이 아닌 선박용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혼란을 빚고 있는 소방법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방열복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소방용 방열복’의 기준이 강하다. 소방용의 경우 화재 등 고위험 지역을 고려한 기준에 따라 제작되는 반면, 산업용의 경우 고온의 산업현장에서 근로하는 작업자에 적합하도록 기준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소방용은 열방호 성능시험과 내열시험, 복사열시험 등을 중심으로 시험을 거치지만 산업용의 경우 내열시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소방법이나 산업현장 등 법적 의무 인증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방열복을 구매할 때에는 설치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고 열 방호 수준을 판단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방법 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대상에 포함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열복 인증 여부 확인은 어떻게?

▲ 좌)소방용 방열복과 KFI성능인증 표시, 우)산업용 방열복과 KCs 안전인증 표시     © 소방방재신문


방열복을 무턱대고 미인증품으로 구입했다가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등 예상치 못한 낭패를 볼 수 있다. 안전성 확보는 물론 인증 여부의 확인 방법을 사전에 숙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소방용 방열복의 성능검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제품에 붙은 라벨부터 확인해야 한다. 방열복은 인증 과정에서부터 상의와 하의, 두건, 장갑, 신발(방열화, 덮개) 등 총 5가지가 하나의 세트로 인증되기 때문에 각 구성품에 대한 인증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정상적인 성능인증 방열복은 각 구성품마다 라벨이 붙고 표시사항에는 성능인증 번호와 제조번호, 로트번호, 검사번호 등이 적시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상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인증 번호 등에 대한 정상 제품 여부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홈페이지(www.kfi.or.kr)에 접속한 뒤 합격표시 조회란에 번호를 입력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산업용 방열복’ KCs라는 강제 인증마크가 표시된다. 두건, 상의, 하의, 신발 등 모든 구성품에는 이 KCs마크가 있는 라벨이 부착되는데 만약 이 라벨이 없거나 부분에만 있다면 정상 제품이 아닐 수 있다. 산업용 보호구의 안전인증을 담당하는 ‘안전보건공단’에 인증 획득 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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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4/11 [00:05]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