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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불산 유해성 논란 휩싸인 노벡1230, 왜?
화재 진압 과정서 나오는 불산… 노벡 1230만의 문제인가
논란 불러온 보고서 입수해 보니 ‘특정 약제 두 가지만 시험’
군용 소화장치 경쟁 과정서 진행된 연구용역, 진정성 있나
전문가 “할로카본계열 소화약제 위험성 고민 필요한 시점”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6/07/25 [12:38]

최근 청정소화약제로 분류된 노벡1230(NOVEC-1230) 소화약제가 불산 과다 발생 논란에 휩싸였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실험결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할로카본계열의 소화약제 중 노벡1230 청정소화약제만 불산이 발생되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독 특정 약제에 대해서만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화재 진압 시 발생되는 불산의 문제가 과연 특정 소화약제만의 문제일까.

 

▲ 지난 2014년 진행된 '지상전투장비 소화약제의 화재 시 독성분석 평가 연구' 보고서.     © 최영 기자

이번 노벡1230소화약제 유해성 논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실험결과물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연구는 지난 2014년 7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지상전투장비 소화약제의 화재 시 독성분석 평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연구센터가 외부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했다.


군에 사용되는 지상 전투 장비 병력 탑승구역의 화재 시 특정 청정소화약제로 자동 또는 수동으로 진압한 뒤 가스유해성을 확인하는 게 주 내용이었다. 이 실험 결과 노벡1230은 화재 진압 이후 불산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노벡1230으로 화재를 진압하자 불산 가스가 최대 6,138ppm이 검출됐다. 흰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불과 2분 52초 만에 쥐의 행동이 멈췄다. 과다 노출 시 피부 괴사나 호흡기 손상 등 생명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불산이 과다 발생된다는 이 연구 결과는 노벡1230의 유해성 문제를 도마 위로 끌어 올렸다.


불산 등 부산물 문제, 왜 노벡만 불거졌나


소화설비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로 화재를 진압할 경우 불산이 발생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응성이 크고 약제 특성 자체가 열분해에 따른 HF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청정소화약제는 할로겐화합물과 불활성가스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이 중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의 종류로는 HFC-227ea, HFC-23, HFC-125, HFC-236fa, FK-5-1-12(노벡1230)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불활성 가스의 경우 질소만을 사용하는 IG-100, 질소와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이 혼합된 IG-541이 대표적인 소화약제로 쓰인다.


그럼에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이 연구에서 유독 노벡1230 소화약제에 대한 불산 발생 문제가 불거졌다. 그 배경은 뭘까.


본지(FPN)가 건설기술연구원이 작성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확인해 보니 실험 자체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실험을 실시한 소화약제가 FM-200이라고 불리는 HFC-227ea와 노벡1230 브랜드로 알려진 FK-5-1-12 단 2가지였기 때문이다.


HFC-227ea나 FK-5-1-12 모두 소화약제 상태 그대로 화재를 진압했다면 불산은 둘 다 발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HFC-227ea 소화약제에 Sodium Bicarbonate이라는 분말약제를 10% 혼합한 상태로 실험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할로카본계열의 청정소화약제는 화염과의 반응 시간이 길면 길수록 불산의 생성량이 많아진다. 청정소화약제 소화설비 중 할로겐화합물 소화설비를 건축물 등에 적용할 때 10초 내 모든 소화약제를 방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불산과 같은 부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만약 화재를 진압하지 못할 경우에는 더욱 과다한 불산이 나올 수밖에 없어 위험성은 더 크다.


하지만 연구 당시 FM-200에는 소화가스 외 분말약제를 혼합한 상태로 비교 실험이 이뤄지면서 유독 노벡1230의 불산 수치만 두드러졌던 셈이다. 이러한 혼합 약제는 미군이 불산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보고서에도 ‘FM200+BC에서 HF가 검출되지 않은 이유로는 소화약제에 첨가한 분말약제의 10% 혼합 성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소화가스 분석 시 발생량은 시험조건 및 방법(화염크기, 화염노출시간 등)의 조건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이라는 단서도 달려 있다.

▲ 연구 보고서에는 소화가스 분석 결과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3번의 시험에서 각각 다른 수치의 불산 가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 소방방재신문


즉 불산이 발생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 방법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의 화재 소화시험에서는 노벡1230 소화약제의 방출 이후 불산 발생량이 1차에서는 6,138ppm, 2차 4,991ppm, 3차 1,154ppm 등 제각각으로 나오기도 했다.

▲ 유독 노벡1230 소화약제에 대해서만 불산 수치가 나온 이유는 비교 대상이었던 FM-200소화약제(HFC-227ea)에 다른 성분의 물질이 혼합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소방방재신문


청정소화설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로겐화합물을 사용하는 청정소화약제는 어떤 약제가 불산이 많이 나온다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소화약제가 불과 반응할 때 무조건 불산이 발생된다”며 “이 때문에 적정 소화약제량으로 단시간에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고 진압 이후 현장에 접근하는 것은 어느 약제나 동일한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청정소화약제 중 할로카본계열의 약제는 소화기용을 포함해 약 5가지가 넘지만 두 가지 소화약제에 대해서만 실험이 진행됐던 배경에도 이유가 있다.


연구 시점은 우리나라 육군에서 오존층 파괴물질로 분류된 할론가스를 대체하기 위한 소화기 교체 사업과 연구를 추진하던 시기다. 당시 검토된 소화약제가 바로 FK-5-1-12(노벡1230)과 HFC-227ea(FM-200)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의 경우 일반 소방용품과 달리 국방부에서 특정 규격을 정하기 때문에 국방기관에서 여러 소화약제에 대해 실효성을 검토하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FM-200을 사용해 군용 소화장치를 개발하려던 모 업체가 7,000만원의 용역비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주고 이 연구를 의뢰했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쟁업체가 돈을 주고 의뢰한 시험 결과가 전 세계에서 청정소화설비로 사용되는 특정 소화약제의 안전성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는 시각도 내비친다.


이와 관련, 당시 연구를 의뢰했던 해당 업체 대표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국내 군용 소화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어떤 소화약제를 쓰는지 확인해 보니 노벡1230에 대한 독성 실험 결과가 있었다”며 “자사에서는 독성이 적은 소화장치 개발과 약제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해 국내 실험을 의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FM200 소화약제도 불산이 발생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에서는 BC라는 약제를 첨가해 불산 발생을 줄이고 있었고 이를 확인해 보려던 것”이라며 “경쟁 약제에 대한 문제 제기 목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건설기술연구원 조남욱 박사는 “당시 두 가지 소화약제로 연구가 진행된 것은 미군과 국내 군에서 사용하는 소화약제의 비교를 위해 관련 방산업체가 의뢰했었기 때문”이라며 “연구 과정에서는 해당 약제로 화재를 소화하고 실제 나타난 현상을 확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청정소화설비에 대한 안전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할로카본계열 소화약제에 대한 부산물 문제를 실험하고 연구 논문을 펴낸 최병철 소방기술사(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는 “실제 실험을 해보면 친환경성과 독성이 비교적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할로카본계열의 청정소화약제로 화재를 진압했을 때 인명안전 기준치의 수십에서 수천 배의 불산가스가 발생되는 것이 확인된다”며 “이는 인명안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논란을 노벡1230이라는 특정 약제의 불산 생성 문제로만 치부할 일이 결코 아니다”며 “일반 건축물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청정소화설비의 화재 소화 시 부산물에 따른 위험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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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25 [12:38]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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