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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현장 배치… 공사업체 “시기상조” vs 소방기술자 “대세”

공사업체 “현실적 부담 커… 기술자 자격 완화, 유예기간 필요”
소방기술자 “기술인력 부족하지 않아… 열악한 환경 개선 먼저”
국민안전처, 소방기술자 배치기준 강화 관련 단체 현안 조정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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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6/08/10 [10:53]

1인 1현장 배치… 공사업체 “시기상조” vs 소방기술자 “대세”

공사업체 “현실적 부담 커… 기술자 자격 완화, 유예기간 필요”
소방기술자 “기술인력 부족하지 않아… 열악한 환경 개선 먼저”
국민안전처, 소방기술자 배치기준 강화 관련 단체 현안 조정회의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6/08/10 [10:53]

[FPN 이재홍 기자] = 강화된 소방기술자 1인 1현장 배치기준을 둘러싸고 소방시설공사업체와 소방기술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양측을 대표하는 기관ㆍ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도 팽팽한 대립은 이어졌다.


공사업체 측은 소방기술자 배치기준을 준수하기엔 소방기술자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계약을 따낸 공사마저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방기술자들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며 현장에서 소방기술자들이 부족한 것은 업계의 열악함 때문이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처럼 이미 시행 중인 법안을 놓고 양측이 현저한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본지(FPN/소방방재신문)에서는 강화된 소방기술자 배치기준과 양측의 주장들을 조명해봤다.

 


 

소방기술자 1인 1현장 배치기준 강화


소방기술자 1인 1현장 배치기준 강화는 지난 1월 21일부터 개정(1월 19일)된 ‘소방시설공사업법’이 시행되면서 불이 붙었다. 


개정된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에서는 소방시설공사의 규모와 난이도에 따라 배치해야 할 소방기술자의 등급을 정하고 1인 1현장 배치기준(연면적 3만㎡ 이상 또는 16층 이상으로서 500세대 이상인 아파트의 경우)을 도입했다.


기존(2013년 11월 23일 시행)에는 사실상 소방기술자 1인의 제한 없는 다수현장 배치가 가능했다.


연면적 5천㎡ 미만인 공사 현장에만 배치하는 경우 연면적 합계 2만㎡ 이하까지 다수현장 배치가 가능하고 연면적 5천㎡ 이상인 공사 현장 2개 이하와 5천㎡ 미만 현장에 같이 배치할 경우 5천㎡ 미만인 현장의 연면적 합계가 1만㎡ 이하까지는 배치가 가능했다.


당시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은 중ㆍ대형 공사장의 경우 공사의 시작과 종료 등 시공 공백기에 유휴 기술인력이 발생함으로써 공사업체의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기준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계가 아닌 단일 현장 연면적에 대한 상한선이 없다 보니 본래 도입취지에 맞지 않게 매일 소방시설공사가 진행되는 대규모 현장의 경우에도 소방기술자를 2개 이상 현장에 다수배치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5일간 실시된 중앙 특별점검반 상주공사 감리현장 표본점검에서는 57개 현장에서 무려 39건(68%)의 소방기술자 미배치 사례가 적발됐다. 이 때문에 품질시공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소방기술자 업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배치기준 강화… 소방기술자 수급 문제로 이어져                     


1인 1현장 배치기준의 강화는 공사업체에 고급 이상 소방기술자 인력 수급 부담으로 이어졌다.


소방기술자의 배치기준을 보면 연면적 20만㎡ 이상이거나 지하층을 포함한 층수가 40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의 공사 현장에는 특급 소방기술자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연면적 3만㎡ 이상 20만㎡ 미만이거나 지하층을 포함한 층수가 16층 이상 40층 미만인 특정소방대상물 공사 현장에는 고급 이상 소방기술자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서 연면적 3만㎡ 이상 또는 16층 이상으로서 500세대 이상인 아파트의 경우 소방기술자 1인을 1개 현장에만 배치하도록 하면서 고급 소방기술자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논란이 대두돼 왔다.


특히 지방에 위치하거나 소규모 공사업체인 경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소방시설공사업계는 고급 이상 소방기술자를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계약한 공사마저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업계 건의문 접수… 기준 완화, 유예 요구


공사업체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한국소방시설협회(회장 최영웅, 이하 시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회장 이상일, 이하 건설협회)는 국민안전처에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접수했다.


시설협회와 건설협회는 최근 공식 건의문을 통해 강화된 소방기술자 배치기준의 시행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국민안전처에 요구했다. 이 건의문에는 현행 기술자의 1인 1현장 배치기준인 연면적 3만㎡ 이상 또는 16층 이상 500세대 이상 아파트 규정을 연면적 5만㎡ 이상 또는 26층 이상으로 1,500세대 이상 아파트로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협회는 또 현장의 원활한 소방기술자 수급을 위해 소방기술자의 학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특급과 고급에 대한 기술등급 경력 기준도 완화해줄 것을 함께 요구했다.

 

▲ 한국소방시설협회에서 건의한 소방기술자 승급 경력 기준 완화안     © 소방방재신문

 

소방기술자들 “배치기준, 기술등급 오히려 강화해야”


반면 소방기술자들은 지금의 배치기준도 책임시공에 한계가 있어 부실시공이 이뤄질 소지가 있다며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회장 김기항, 이하 기술인협회)는 국민안전처에 제출한 건의문을 통해 소방기술자 배치기준 시행 유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되레 기존 배치기준에 거리제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술인협회는 이 건의문에서 1인 2현장까지 배치할 수 있는 연면적 5천㎡ 이상 현장에 실질적인 책임시공이 가능하도록 동일한 시ㆍ도 또는 거리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소방기술자의 자격과 학력, 경력에 대한 인정기준을 완화하면 기술능력의 하향 평준화가 우려된다며 전기와 통신, 건설 등 유사 공종과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소방기술자 인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안전처, 관련 단체 현안 조정회의 개최


양측의 건의문을 접수한 국민안전처는 갈등의 골을 해소하기 위한 공식적인 회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9층 스마트워크 회의실에서 열린 ‘소방기술자 배치기준 강화에 따른 관련 단체 현안 조정회의’에는 관련 협회와 단체 주요 관계자 19명이 참석했다.


공사업체와 소방기술자 간의 상반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 날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회의를 주재한 국민안전처 이일 소방산업과장은 회의에 앞선 인사말에서 “법의 개정 등 모든 것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하는 부분인데 각자의 영역에서 갈등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며 “덮어두거나 회피하지 않고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장은 또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겠다는 건 아니지만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련 단체 현안 조정회의     © 이재홍 기자

 

긴장감 속 팽팽한 논쟁… 업계 vs 기술자 확연한 입장 차


이어진 회의에서는 공사업계와 소방기술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기술인협회는 배치기준 시행 유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기술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현장에 소방기술자 없이 공사를 해왔다”며 “죄송한 얘기지만 그동안 공사하신 분들은 특혜를 받으며 사업을 해오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물론 갑자기 인원을 구하기 힘들고 비용도 부담스러운 것은 안다”며 “그런데 지금 유예시키면 과연 3년 뒤에는 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술인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방기술자 부족 현상의 배경에는 업계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70개가 넘는 소방학과가 있음에도 졸업생들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여기 삼성물산에 계시던 기술자분도 와 계시는데 우리 현장에 계시는 소방기술자들 임금이 삼성의 1/3이나 되나”라고 되물었다.


또 “임금을 그렇게 안 주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배치가 안 되는 것”이라며 “소방업이 영세하다고 하는데 계속 영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태까지 여러분이 만들어가고 우리가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업계 전반의 자성을 촉구했다.


공사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공사업체 대표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봤을 때 16층 이하 500세대 미만은 전체 현장에 5%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500세대에 1인 1현장 배치를 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7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력이 수급 돼야 되는데 자격 요건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니까 몸값이 올라간다”며 “이는 소방공사업체의 경영악화와 저품질, 결국에는 기업 도산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공사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방시설공사업계 특성에 맞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대부분 하도급으로 이뤄지는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에까지 기술인력 배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시각이다.


그는 “원도급자와 감리가 결정하면 하도급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데 하도급자에게도 똑같은 기술인력을 갖추라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원도급자가 특급을 갖췄으면 그 아래 하도급은 한 단계를 낮춰주던가 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술사회, 유예ㆍ자격 기준 완화는 반대… 하도급 문제에는 공감


기술사회는 하도급 관행에 의한 문제점 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배치기준의 시행 유예와 소방기술자 자격 기준 완화에는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기술사회의 한 관계자는 “소방에서 보면 고리가 잘못 끼워진 부분이 있는데 이게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에 대한 문제가 그렇다”며 “책임까지 하도급에 전가하다 보니 인력을 이중으로 배치하고 시공사에는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자 배치에 대한 부분을 도급자 책임 원칙으로 해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고 하도급자는 거기에 대한 기술을 책임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치기준의 시행 유예와 자격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배치기준 강화에 대해 지난해 열린 회의에도 참석했었다는 기술사회 관계자는 “이미 몇 개월간 입법예고를 했을 때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며 “법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되는데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긴 시간 의견 수렴을 거쳐서 만들어진 법을 시행하자마자 유예하자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기술사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실제 해당 업무를 하지 않고도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건 소방밖에 없다”며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기사를 따고 8년이 지나면 특급이 되기 때문에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소지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건설사나 발주처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니까 기술자들에게 줄 수 있는 돈도 적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개선해나가야지 소방기술자의 자격 기준만 완화하자는 건 타 공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수협, “어렵게 만든 법 유예는 안 돼… 기술자 단기 양성 필요”


교수협의회 대표로 참석한 동원대학교 최규출 교수 역시 배치기준 시행의 유예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최 교수는 “언젠가는 시행돼야 할 법인데 물론 시기가 빠를 수는 있지만 3년 유예를 둔다고 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유예가 아니라 기술자들을 단기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현재 소방에 없는 기능사 제도를 도입하고 그 기능사를 단시간에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을 할 수 있는 법정 기준을 조금 완화해 한국소방안전협회에 몰려 있는 교육 기능을 분산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안전처 “사실관계 확인 중… 신중히 검토할 것”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의에서 제기된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소방시설공사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고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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