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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수리온, ‘애국심 호소’인가? ‘국산 차별’인가?

서울소방 입찰 강행 속… 항공업계 “입찰 원천 배제” 반발
“과잉 스펙, 의도적 배척” VS “국제기준, 적법 절차” 대립
이원화된 인증 체계… 미흡한 관련법 개선 필요성 제기도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6/09/09 [10:24]
▲ '참수리'란 이름으로 경찰에서 활용하고 있는 수리온     © KAI 제공


[FPN 이재홍 기자] = 서울시가 소방헬기 입찰 과정에서 국산헬기 수리온을 원천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처음부터 수리온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격을 정해놓고 입찰을 실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발주처인 서울소방재난본부(이하 서울소방)는 우리에게 필요한 성능과 기준을 수리온이 갖추지 못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서울소방의 의도적인 수리온 배척이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에겐 불가능한 조건들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형식증명과 표준감항, 이외에도 800km 이상의 항속거리와 카테고리 A등급을 요구한 것 등은 수리온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소방은 적법한 절차와 규정에 따른 진행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소방 관계자는 “소방헬기는 법적으로 국토교통부의 형식증명과 표준감항을 받아야 하는 민수용으로 분류된다”며 “카테고리 A등급 역시 도심지를 비행하는 구조헬기에 대해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 중 하나는 항속거리다. 항공업계에서는 서울소방이 제시한 입찰 조건 중 항속거리를 800km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과도한 스펙 요구이자 수리온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관계자는 “지난 소방헬기 입찰 규격들을 보면 2010년 인천이 항속거리 730km를 요구했고 2013년 충남이 500km, 2015년 강원과 제주가 각각 750km와 630km를 요구했다”며 “서울보다 몇 배나 넓은 관할 구역을 관장하는 지역에서도 750km를 필요한 최대항속거리로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리온의 항속거리는 약 770km로 이는 사전 설명회 당시에도 서울소방 관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부분”이라며 “만약 국가적 재난이 발생해 타 지역으로 지원을 나간다해도 770km와 800km는 미미한 차이다. 그런데도 굳이 800km 이상으로 규격을 요구해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소방 관계자는 “항속거리를 800km 이상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은 심의위원으로 위촉된 외부 전문가로부터 나왔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지난해 각 지자체와 헬기를 운용하는 모든 정부부처들 사이에 출동 공조 등에 대한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언제, 어느 지역으로 출동을 나가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속거리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KAI 측에서도 사전 설명회 당시에는 분명 항속거리 800km가 된다고 말했다”며 “그에 관련된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논란은 카테고리 A등급 요구다. 카테고리 A는 다발 회전익항공기로서 1개의 엔진이 고장 등의 이유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지점까지 비행 가능한 능력을 말한다.

 

ICAO에서는 도심지에서 수색구조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의 경우 이 카테고리 A등급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소방은 이러한 국제기준에 따라 카테고리 A등급을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ICAO는 전 세계 항공정책과 질서를 총괄하는 UN 산하 전문기구다.

 

항공업계에서는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은 애초에 카테고리 A 대상 기종이 아니었으며 이는 엔진 고장에 따른 절차적 문제일 뿐, 도심에서의 비행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카테고리 A를 받도록 하는 건 민수용 헬기로 최대이륙중량이 9톤 이상이면서 탑승인원이 10명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그나마도 권고사안일 뿐, 탑승인원은 10명 이상이지만 군용이고 최대이륙중량도 8.7톤에 불과한 수리온은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그렇다고 수리온이 카테고리 A 등급의 성능을 갖추지 못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며 “수리온 운전자 교범에 보면 한 쪽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라고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카테고리 A 등급의 다른 헬기 교범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의 본질은 결국 안전에 대한 신뢰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년 이상 헬기를 조종하고 있다는 현직 헬기조종사 A씨는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 아니겠나”며 “KAI는 수리온이 안전하다 주장하지만 서울소방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A씨는 “일반적으로 가장 오래된 헬기가 안전한 헬기라고들 한다. 그만큼 긴 시간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런 이유로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수리온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현행법의 미흡함을 꼬집기도 했다. A씨는 “현 체계에서는 군용으로만 인증 받은 수리온의 안전성을 100% 확신하긴 어렵다고 본다. 군용항공기는 군 작전 목표에 맞는 성능 검증을 위해 인증하지만 민간항공기는 안전 확보를 목표로 인증하기 때문”이라며 “민군 겸용의 감항인증이나 승인제도가 마련되기 전에는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는 소방안전교부세를 활용한 국고 지원으로 소방헬기 교체가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국책사업인 헬기 국산화 명분을 앞세운 KAI와 수리온 구매를 꺼리는 소방당국 간의 갈등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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