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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 뚫린 안전성… 불타는 방염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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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6/12/09 [11:25]

‘숭숭’ 뚫린 안전성… 불타는 방염합판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6/12/09 [11:25]
▲ 서울의 한 종교시설 강당에 설치된 방염합판. 합판 형태로 방염성능검사를 받은 후 부착된 방염 합격표시가 임의로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훼손돼 있다.     © 이재홍 기자


합판 형태로 방염성능 인증을 받은 뒤 구멍을 뚫어 이른바 ‘방염타공합판’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논란을 낳고 있다. 엄연한 편법이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태지만 제재할 방법도 마땅찮다. 관계당국이 무관심한 사이 방염성능검사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

 

방염이란?
방염은 섬유나 목재, 합판, 플라스틱 등 화재의 위험이 높은 물질에 난연처리를 함으로써 불에 잘 타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잇따른 화재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이런 방염성능을 갖춘 자재들을 사용해야 하는 대상은 점차 확대돼 왔다.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하는 실내장식물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물품은 방염성능기준 이상의 것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체력단련장과 숙박시설, 방송국 및 촬영소, 문화ㆍ집회시설, 종교시설, 수영장을 제외한 운동시설, 종합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노유자시설, 숙박이 가능한 수련시설 등을 비롯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규제를 받는 다중이용업소, 아파트를 제외하고 층수가 11층 이상인 모든 건축물은 그 대상이 된다.

 

이러한 대상물에서 인테리어나 내부구획, 마감 등을 위한 실내장식물로 합판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법에서 규정하는 방염성능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써야 한다.

 

흡음, 인테리어 이유로 타공되는 방염합판
그런데 방음과 미관상의 이유들로 타공합판이 각광 받으면서 방염합판에 구멍을 뚫어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제품들은 온ㆍ오프라인에서 ‘방염타공합판’, ‘방염흡음판’ 등의 이름을 달고 본래 방염합판보다 3~4배가량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합판 형태로 방염성능시험을 통과한 제품이 과연 타공 후에도 동일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국내 방염제품의 성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 측은 “인증 받은 방염합판을 임의로 타공한 경우 대부분 방염성능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답했다.  

 

KFI의 방염성능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합판을 특정소방대상물 실내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결국 비싸더라도 조금 더 안전한 제품을 찾았던 소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일반합판에 방염필름 붙여 방염타공합판 ‘둔갑’

방염성능이 전혀 없는 일반합판에 방염필름을 부착하고 타공한 뒤 이를 ‘방염타공합판’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 시장에서 방염합판 타공이 30%, 방염필름 붙인 일반합판 타공을 70% 정도로 보면 된다”며 “필름의 특성상 다양한 컬러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무검정 타공합판들은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염이 타공된 공간을 통해 목재의 심부까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방염성능기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성능은 물론 화재 시 피난을 위해 도입한 최대연기밀도기준(400Dm 이하)도 충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애매한 법규… 무지한 소방서와 힘 없는 KFI
이런 현상이 만연하게 된 데는 애매모호한 법 규정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에서는 특정소방대상물에 방염성능 이상의 제품을 쓰도록만 규정하고 있을 뿐 법 취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방염성능검사를 주관하는 KFI는 오직 방염성능기준에 따른 검사만을 수행한다. 성능 인증 후에는 제품이 다른 형태로 가공, 시중에 공급되더라도 알 수 없다. 안다고 해도 제재 역시 불가능하다.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합격증지를 도용하는 행위를 목격하더라도 당일 확인된 시료에 대해서만 합격증지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게 KFI의 현실이다.


이를 관리ㆍ감독해야할 소방서는 방염대상물품이 실제 방염성능을 갖췄는지 여부를 KFI 합격증지만 보고 판단한다. 성능검사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래 제품의 형상이 어떤지, 이 제품이 성능 인증을 받은 후 변형됐는지도 알 길이 없다. 합격증지가 잘려 있거나 구멍이 뚫려 있어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 한다.


이 때문에 시험을 통과한 제품의 형상을 임의로 변경해 판매하는 중간 단계를 걸러낼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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