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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남 돕고 싶어’ 선택한 소방관, 이젠 베테랑 화재조사관으로
[인터뷰] 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 소방장
 
임희진 기자 기사입력  2016/12/09 [11:39]
▲ 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 소방장     © 대전동부소방서 제공

[FPN 임희진 기자] = 7월 대전의 한 커피숍에서 불이 났다. 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간 화재조사관에게 주인은 “불 다 꺼졌고 장사에 방해가 되니 나가달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화재조사 업무는 고유 소방 행정 영역 중 하나다. 원인을 밝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도 하고 정확한 화재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화재 피해가 발생한 건물 관계인이 현장을 찾은 소방관에게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적지가 않다. 곽맹걸 소방장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이기는 하지만 화재사고로 고통을 받은 시민들과 조사를 위해 마주하는 것이 때로는 힘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조사 업무의 결과가 도움이 될지, 피해가 될지는 원인 규명 이후에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당장 피해 입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곽 소방장은 지난 2002년 대전동부소방서에 첫 임용과 함께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5년 전부터 화재조사 보직을 맡은 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화재조사학회와 한국화재감식학회, 경찰청장으로부터 화재감식 분야 논문과 포스터 등으로 동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화재감식평가기사 자격증을 당당히 취득했다.

 

그는 군 제대 후 한 주택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들에게 주민들이 거듭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걸 보고 “나도 주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방관의 길이었다.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거나 사람을 구조하며 그들과 눈을 마주쳤을 땐 표현 못 할 감격에 휩싸일 때가 있다는 그는 “몇 년 전 화재 현장에서 한 할머님을 구조해 드렸는데 그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비록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사람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실감할 때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남을 돕기 위한 그의 마음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얼마 전에는 91번째 헌혈을 했다. 왜 그렇게 많은 헌혈을 하냐는 질문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나눔의 실천이기 때문”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과거 화재진압 업무만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소방이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소방업무도 과학화가 이뤄지고 있다. 화재조사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국민 또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화재조사 결과를 갈망하고 있어 앞으로도 화재조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화재조사관은 화재에 대한 개념과 기본 이론의 충실한 학습, 재현실험, 다양한 논문 등으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2년 전 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지금까지 봐왔던 화재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불길에 솔직히 두려웠다. 건물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불을 보며 나 자신의 무능함과 초라함을 느꼈다”고 했다.


큰 재산 피해를 보게 된 화재 현장에서 원인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했다. 원인에 따라 막대한 재산 피해의 보상이나 책임 등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능력 밖의 일이 존재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화재조사에 대해 자만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과거 일본 소방 견학을 갔을 때 ‘붓으로 집을 다 발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사에 임한다’는 한 조사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곽 소방장은 “일본의 선진적인 장비와 인원뿐 아니라 조사에 임하는 조사관의 마음가짐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눈에 보이는 패턴과 감식결과에만 화재 원인을 판단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렇다고 보다 정확한 화재감식이 조사관들의 역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곽 소방장은 “화재 원인조사는 현장보존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현장은 여러 이유 때문에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조사자뿐 아니라 진압대원들과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곽 소방장은 10년 전 소방훈련 중 예상치 못한 사고로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 무려 6개월이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다. 모든 소방관이 화재, 교육 훈련 등 현장에서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소방관인 나는 나만의 몸이 아니라 시민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 공인이란 걸 잊지 않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역시 소방관다운 당부의 말을 했다.

 

“지난달 용전동 주택에서 단독경보형의 화재 감지로 자고 있던 거주자가 대피해 피해를 예방한 일이 있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기존 주택 소유자는 내년 2월 4일까지 구획된 실에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셔야 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설치한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중한 재산과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그 첫걸음을 지금 내디뎌 주셨으면 합니다”

 

임희진 기자 hee5290@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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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09 [11:39]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