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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미래재난 대비하자!” 전문가들 ‘한자리’

서울소방학교 ‘2016년 정기 학술세미나’ 성료
재난환경 변화 대응 위한 연구활성화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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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16/12/09 [13:38]

[집중취재] “미래재난 대비하자!” 전문가들 ‘한자리’

서울소방학교 ‘2016년 정기 학술세미나’ 성료
재난환경 변화 대응 위한 연구활성화 방안 모색

김혜경 기자 | 입력 : 2016/12/09 [13:38]
▲ 지난달 29일 서울소방학교에서 열린 2016 정기 학술세미나     © 이재홍 기자


[FPN 김혜경, 이재홍 기자] = 올여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폭염과 태풍 ‘차바’, 9.12 경주 지진 등 예상치 못한 재난에 온 국민이 불안과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미래재난환경 변화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소방과학연구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지난달 29일 서울소방학교에서 열렸다.


서울소방학교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변수남 학교장과 지방소방학교 관계자, 일선 소방관, 소방관련학과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변수남 학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소방학교에서는 새로운 대응책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며 “오는 2018년에는 소방행정타운 이전과 함께 현장 업무에 맞춘 심화전문 과정으로 수요자 중심의 재난 유형별 교육훈련 강화와 현장대원 역량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토대로 서울형 미래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근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미나는 한국과학기술원 박희경 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박희경 교수는 ‘Innovation & 복합재난관리: 통합관리 및 사회기술 시스템의 확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사고의 단순 패턴을 찾아 제거함으로써 대형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패턴론’을 역설했다.

 

▲ 한국과학기술원 재난학연구소 박희경 교수  

박희경 교수 “재난으로 이어지는 패턴 찾는 것이 중요”


박희경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며 먼저 재해와 재난 관리에 대해 정의했다. 자연적 재해라는 것은 없으며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재난 관리의 기본이라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재해는 자연 현상이 일어나는 곳의 개발로 인한 인위적인 것”이라며 “사람의 발전을 관리하고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재난 관리”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서는 단순한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네트워크화되면서 재난 역시 복잡ㆍ대형화됐기 때문에 이러한 복잡계의 특성을 감안하고 제어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희경 교수는 “전체를 보는 사람은 풀지 못하지만 단순한 패턴 하나를 찾아내면 재난을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사고 현장을 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작은 사고 사례에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패턴을 찾아 개선함으로써 사고를 줄이고 결국에는 재난을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희경 교수의 기조 강연 후 1부 주제발표 시간에는 한국소방안전협회 소방정책연구소 류충 소장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최현상 연구위원이 강단에 섰다.

 

▲ 한국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 류충 소장 

류충 소장 “미래 재난 과학기술 의존 불가피”


류충 소장은 ‘우리사회 재난안전과 향후과제’라는 주제로 소방과학 연구와 관련한 현실 여건 속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방안전분야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설명했다.


류충 소장은 “완벽히 대응하지 못한 다기능 소방서비스와 후기산업사회를 거쳐 노후화된 시설은 재난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복합재난이나 테러, 메르스, 에볼라 등 글로벌 재난, 질적으로 높아진 국민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소방 생산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류충 소장은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복잡ㆍ다양해진 재난 유형에 대응하고 높아진 국민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류 소장은 SWOT 분석을 토대로 도출한 소방안전분야 연구 활성화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류충 소장은 “시스템 개념상의 약점을 분석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설정해 장기계획을 수립, 중복투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화재예측과 자체진압시스템뿐만 아니라 소방 대응력의 다양성ㆍ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체소방시설과 조기경보 등으로 골든타임 내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상물별 자체 복원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최현상 연구위원

최현상 연구위원 “재난관리 현장과 현장사이 자생적 구조 필요”


두 번째 발표자인 최현상 연구위원은 ‘ICT기반 복합재난 관리기술 확보 방안’을 주제로 대형복합재난 대응의 필요성과 ICBM 융합서비스 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최현상 연구위원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은 연쇄적,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인명ㆍ재난ㆍ기반시설 등을 마비시키고 극심한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범부처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서울의 경우에도 GDP 대비 재해 위험도가 세계 3위에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대형복합시설의 증가와 초고층 빌딩 증가, 교통시설 지하화 증가, 지하 공간 통합개발 증가, SOC시설 노후화, 기술 수준 낙후 등을 예로 들며 대형재난 가능성이 증가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어 그는 “IoT나 Cloud, Big Data, Mobile 등의 기술 분야는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어 향후 소방장비 고도화에도 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앞으로의 재난관리도 현장과 현장 사이에서 서로 자생할 수 있는 자생적 구조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마포소방서 김진근 팀장과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박사,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 전정석 선임연구원, 숭실사이버대학교 이창우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 마포소방서 김진근 구조팀장  

김진근 팀장 “재난 경험없이 준비한다는 것 있을 수 없어”


마포소방서 김진근 팀장은 ‘재난환경변화와 재난관리정책 개선방안’을 주제로 재난관리의 첫 부분인 ‘대응’을 부각시키며 재난관리 4단계를 강조하고 재난회복의 탄력성에 대한 연구 목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난관리는 역사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팀장은 “재난을 경험하지 않고서 준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재난 이후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그 당시 재난관리 사이클 체계가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재난관리 4단계인 대응, 복구, 완화, 대비는 하나만 잘해선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근 팀장은 “재난회복 탄력성과 지역 공동체의 재난관리 회복성을 높여 고통은 짧게, 회복력은 급속하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을 펼쳐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난 대응기관의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김 팀장은 소방에서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산업체, 민간과 함께 재난 대비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공업연구관

김수영 연구관 “소방연구 패러다임 전환돼야”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김수영 공업연구관은 ‘소방과학연구실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과거 기획재정부에 예산 요청을 했던 사례를 들며 소방 연구기관으로서의 명확한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다.


김수영 연구관은 “화재조사 업무를 위해 예산 요청을 했더니 기재부에서는 경찰에서 하는 화재조사와 뭐가 다르냐고 되묻더라”며 “소방의 연구기관으로서 그 목적이 무엇인지 뚜렷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일을 계기로 소방 연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는 김 연구관은 현장 지원을 위함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김수영 연구관은 “건설기술연구원이나 소방산업기술원, 방재시험연구원 등 국내에도 화재를 연구하는 기관은 많다”며 “하지만 이 기관들의 메인 연구 목적은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 설비나 건축자재 등이지, 소방대원들의 현장 안전이나 화재진압 기술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김 연구관은 소방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방관이 직접 로봇이나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현장의 경험을 전해주는 ‘셰르파’ 역할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수영 연구관은 “누군가 우리에게 소방의 역량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장 경험”이라며 “소방과 해경만이 가진 이러한 자산이 재난대응 연구 과정에 축적됐을 때 향후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재난대응정책의 총체적인 방향성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 전정석 선임연구원

전정석 선임연구원 “도시 환경 변화에 따라 소방방재 역량도 제고돼야”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 전정석 선임연구원은 ‘서울 미래소방연구 발전방향’을 주제로 서울의 재난특성을 분석하고 향후 소방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전정석 연구원은 도시의 노후화와 밀집화가 심화되고 경제적 격차에 따른 취약계층의 증가와 기후 변화 등의 요인으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 발생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도시환경 변화에 따라 소방방재의 역량 또한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연구원은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반복적인 재난이 발생하고 특히 돌발형 재난에 의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재 서울의 재난 특성”이라며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미래의 환경변화를 예측해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소방과학연구센터의 과제로 체계적 재난 DB 구축을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시급성과 중요도를 고려한 우선순위의 개별 재난 대응체계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난 DB를 구축해 중장기적으로는 정책개발 연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정석 연구원은 또 “외부와 협업하면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실증적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서울소방과학연구센터의 추진 목표”라며 “이를 통해 재난 환경을 예측하고 일상재난을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숭실사이버대학교 이창우 교수 

이창우 교수 “재난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에 주목”


숭실사이버대 이창우 교수는 ‘미래재난위기관리 선진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미래재난의 정의와 재난관리의 선진화 전략을 설명하고 예방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우 교수는 “미래 사회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복합적이고 새로운 형태로 발생해 원인별, 피해 형태별로 구분 짓는 것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재난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사고 시 인명ㆍ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특수 재난과 미래 재난의 차이를 비교하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도 미래 재난을 따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스마트 재난관리의 측면에서 예시를 통해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예방은 1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복구하는 데는 8달러가 든다”며 “예방과 대비를 집중 연구해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보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창우 교수는 모건스탠리의 기적을 예로 들었다. 1993년 WTC 지하 테러 이후 분기별 대피훈련을 약 7년간 30번 이상 실시한 결과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2,697명의 직원 중 10명만이 사망했고 방문객 250명 모두가 생존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훈련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시나리오에 맞춰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4천억인 우리나라 소방ㆍ재난 관련 R&D 예산을 타 선진국과 GDP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려면 9천억에서 1조2천억 정도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혜경, 이재홍 기자 hye726@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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