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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119] “국민 재산권 보장 위한 화재조사 이뤄져야”
[인터뷰] 춘천소방서 화재조사관 고기봉 소방위
 
임희진 기자 기사입력  2016/12/23 [14:11]
▲ 춘천소방서 화재조사관 고기봉 소방위     © 소방방재신문

[FPN 임희진 기자] = “대부분의 국민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당혹감과 화재조사에 관한 기초 지식 부족으로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1994년 12월 소방에 입문한 뒤 22년 동안을 주로 화재조사 업무만 맡아온 고기봉 소방위의 말이다.


화재조사 결과를 관계자에게 설명해 주고 당사자가 이를 바탕으로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고 소방위는 현재 춘천소방서에서 화재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소방의 화재조사는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화재예방과 화재진압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 수집과 더불어 화재 피해를 본 당사자인 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중요한 자료수집 활동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시행된 제조물 책임법과 2009년 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로 화재 피해 당사자가 피해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많은 일반 국민은 그 방법과 절차, 지식이 부족해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 소방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월 강원도 춘천시에 소재한 한 미용실 두피 마사지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고 소방위는 이 화재의 조사 과정에서 화재 취약성을 가진 제조물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제조사에 조사 결과를 제공했고 해당 제조사는 이를 받아들여 국내ㆍ외로 판매한 약 200여 개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그는 “당시 해당 기업은 화재 안전성을 고려한 제품을 새롭게 설계했고 이 제품을 사용한 미용실과 인근 상가 소유자 등도 약 1억 원의 피해보상액을 합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화재조사를 통한 국민의 재산권 보장 사례는 바로 이런 일들이다. 소방의 화재조사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를 본 국민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고 소방위의 화재조사 결과가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4년 3월에는 김치냉장고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규명해 제조사로부터 소유자가 보상을 받도록 했다. 이 사례는 제조물 책임법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나도 제조사 책임이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을 이끌어내 앞으로 동일 사례에 대해 국민 누구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고 소방위는 “전문화되고 정확한 화재조사 결과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화재에 안전한 제품이 생산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기업이윤 증대와 사회 안전시스템까지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재조사 분야에 입문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지난 10년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등 2개의 석사 학위와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화재조사관과 화재감식평가기사, 미국 화재폭발조사관(CEFI), 화재대응능력 2급 등 자격증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대학에서 전임교수로 소방학을 강의했으며 2012년부터 2013년까지는 중앙소방학교의 화재조사 전임교수로도 활동했다. 꾸준한 연구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33편에 이르는 연구논문도 펴냈다. 눈에 띄는 활동으로 지난해에는 제6회 화재조사 심포지엄 연구논문 발표대회에서 국민안전처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오랜 기간 화재조사 분야에서 몸담은 그에게는 분야 발전을 위한 고민이 많다. 고 소방위는 “우리나라 화재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재조사 관련 법률이 소방과 경찰,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보험사 등 각 기관별로 분산되어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기관의 중복조사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게 되고 타 기관을 배제하는 과잉대응, 화재조사 조직과 인력의 중복 운영 등으로 사실상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관별로 분산돼 적용되는 화재조사 관련 법률을 기능적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제언했다.


이어 “소방과 경찰 등 공적 영역의 화재조사 기능은 강화되는 반면 화재피해 당사자들을 위한 사적 영역의 화재조사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며 “사적 영역의 화재조사 기능 강화와 민사 소송 증가를 고려해 변호사 제도와 같은 화재피해 이재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고 소방위는 방화나 실화범 검거를 목적으로 하는 경찰의 화재조사 기능 강화로 소방의 화재 원인 분석을 통한 화재예방 기능과 이해관계인 자신의 권익 보호 기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따라서 “화재를 진압한 후 소방과 경찰이 1차 합동조사를 한 후 방화나 중실화의 협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방에서 화재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20년 이상 소방관으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화재현장에 출동해 화재진압과 화재조사를 해 온 고 소방위는 그동안 쌓은 현장 경험과 학위 취득과정을 통해 얻은 전문지식으로 우리나라 화재조사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화재조사 분야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논문을 펴내고 전문 소방기술인이 되기 위해 소방기술사 시험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는 “향후 화재조사관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교재를 집필해 이제 막 화재조사를 시작하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전수해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임희진 기자 hee5290@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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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23 [14:11]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