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화재수신기 직접생산확인 부실 조사 논란

업계 “소스프로그램 잣대는 말도 안 돼” 반발
미적발 업체마저 인정 못하는 조사 결과라니…
업계 행정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 강력 대응
조달청 “정리되는 대로 공식 입장 밝히겠다”

최영 기자 | 입력 : 2016/12/30 [17:16]
▲ 지난 28일 조달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안전분야 직접생산확인 공동점검 결과 17개사 중 8곳의 제조사가 부당납품업체로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조달청의 소방안전분야 화재수신기 제조업체의 ‘직접생산확인’ 부당납품 적발 결과가 부실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 업계 내에서는 모호한 규정을 잣대로 표적조사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달청은 지난 28일 ‘직접생산확인’을 받은 화재수신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조달청과 중소기업청,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직접 생산 여부를 조사한 결과 부당 납품업체 8개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직접생산확인’은 중소기업의 공공구매 입찰 참여를 위한 필수 절차 중 하나로 대기업이나 수입 제품의 납품 하청 생산 등에 따른 경쟁 저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중 하나로 구분되는 화재수신기의 경우 공공기관 등이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할 때 납품 중소기업은 이러한 직접생산확인 증명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조달청에 따르면 현재 직접생산확인 증명을 받은 수신기 제조업체는 총 17곳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47%에 이르는 8개의 수신기 제조사가 부당업체로 적발돼 직접생산확인 증명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취소 처분을 받은 업체 대다수는 이번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조사 과정에서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사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가장 큰 사안은 수신기에 적용되는 소스프로그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컴퓨터 전문회사, 소방전문 대기업 등이나 가능한 소스프로그램 개발 부분을 타 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신기를 자체 생산하지 않는다고 단순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화재수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각 소화설비나 중계기, 수신기 등 개별적인 동작과 연동 등을 위한 동작 로직과 알고리즘 등 소스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업계는 이러한 소스프로그램 개발은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신기 제조사가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들은 “수신기 제조업계 대부분은 소스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하거나 전문업체로부터 구매한 뒤 감지기와 중계기, 수신기 연동 등을 위한 동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설계해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를 직접생산확인 필수 생산 공정의 이행 의무 위반으로 규정해 직접생산 취소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소스프로그램 개발 여부에 잣대를 둔 것이 문제라는 시각은 적발 업체뿐 아니라 조사에서 문제되지 않은 업체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문제가 안 된 한 업체 관계자는 “직접 생산이라는 의미가 제품의 소스프로그램 개발을 어디서 하느냐보다는 조립과 같은 중요 공정을 실제 어디서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라며 “사실 현장 조사를 할 때 예고를 하고 나갈 경우 이를 가려내기가 힘들고 현재 직접생산에 대한 기준 자체도 모호한 상황에서 이런 결론을 낸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수신기의 직접생산 확인을 위한 기준(중소기업청고시)에는 ‘원재료인 컴퓨터, 모니터와 부분품 케이스 등을 확보(직접생산 혹은 외주 구매)하고 이를 보유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수신기, 중계기, 감지기 등의 동작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며 조립공정(외주불가)과 테스트(외주불가) 등 각 생산 공정을 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동작 프로그램이라는 정의를 두고 조달청은 소스프로그램까지 자체 생산의 범주로 본 반면, 업계는 이 소스프로그램을 타 전문업체로부터 공급받더라도 감지기와 중계기, 수신기 간 상호 연계 구성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자체 생산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교차하는 셈이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에도 각종 부품이나 프로그램 등 생산 공정에 따라 제품 특성을 고려해 외주에 맡겨 부품으로 공급받아 완성품을 만들어 업체의 상호를 걸고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전문 영역인 소스프로그램의 제작을 외부로부터 받았다는 이유로 자체 생산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해석”이라며 “규정부터 명확하게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내에서는 조달청의 이번 조사가 특정 업체를 겨냥한 표적조사였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수신기 제조업체 대부분이 수신기에 삽입되는 소스프로그램을 외부로부터 공급받거나 과거 받았던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 업체로부터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업체들만 문제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번에 적발된 업체 8곳 모두는 A사라는 특정업체로부터 수신기 프로그램 또는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업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는 하나의 특정 업체로부터 소스프로그램과 제품을 공급받은 모든 수신기 제조사가 문제가 됐다”며 “이번에 적발되지 않은 업체들의 경우도 소스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면 문제되지 않을 업체는 사실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를 현장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달청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는 특정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수신기 제조업체 리스트를 갖고 다니며 집중 조사를 진행했다”며 “업계 내에서는 사실상 타깃을 정하고 진행됐던 조사였다고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결국 이같은 특정 업체를 중심으로 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부실조사로 이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소스프로그램 개발 여부에 따라 직접생산확인을 판가름한다면 자유로울 업체가 없지만 특정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업체만 문제를 삼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직접생산확인을 제대로 단속하기 위해서는 소스프로그램이 아니라 중계기 등 일부 제품의 생산을 자체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을 외주로 처리해 완제품으로 받아 유통하는 업체들부터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불합리한 부실조사라는 지적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조달청(조달품질원 조사분석팀)의 박미라 사무관은 지난달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는 원칙대로 정리한 것이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기준도 없이 정리한 내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된 8개 제조사의 상세 적발 내용을 제공해 달라는 기자 요청에는 “오늘은 (자리에) 아무도 없어 자료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현재 업계의 반박 내용이 확인돼 입장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당장은 힘들고 월요일(1월 2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문제 제기에 따른 조사 결과의 변동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조사 결과는 중소기업청에서 취소가 된 사항이기 때문에 번복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한편 수신기 제조사 등이 모인 한국소방산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7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직접생산확인 증명 취소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28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 제품을 지속 납품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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