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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119] “스스로 다독이며 견디지만 그래도 화재조사관이 좋아요”
[인터뷰] 화재조사 업무 8년 차 접어든 장민재 소방위
 
임희진 기자 기사입력  2017/01/10 [13:16]
▲ 울산중부소방서 화재조사관 장민재 소방위     © 소방방재신문


[FPN 임희진 기자] = 지난 2013년 3월 울주군 언양에서 대형 산불이 나 인근 주택 100여 채가 불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임시 주택 20채가 설치될 정도로 큰 화재였다. 다행히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11억원이 모여 원활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었다.


8년간 조사 업무를 맡아 온 장민재 소방위는 그때의 화재 현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처음 현장에 갔을 때 온 세상 불바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풍에 불덩이가 날아다니고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부족한 인력에 소방차량 지원까지 늦어졌고 화재의 끝은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은 다음 날이 돼서야 꺼졌고 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을 다시 방문한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불이 발생했던 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서 한 할아버지가 농사 부산물을 소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 산불로 큰 피해가 났는데도 불을 지피는 모습은 그에게 충격이자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장민재 소방위는 무심코 사용하는 불에 대한 안이한 생각은 불가피한 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매년 집계되는 화재 원인 분석 결과에서는 항상 부주의가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많은 화재는 담뱃불, 전열기 등 아주 사소한 실수에서 시작돼 큰 피해로 이어진다”며 “주변에서 언제든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습관처럼 대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장 소방위는 유독 이런 부주의 화재에 집착한다. 몇 년 전 전기난로 화재재현실험을 통해 방송 뉴스를 내보내는 등 국민에게 화재 위험성을 알렸고 틈틈이 부주의 화재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부주의로 인한 화재를 중요시 여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릴 적 살던 집 아래채에 불이 났었다. 할아버지께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자리를 비운 게 화근이었다. 목조로 된 집에 불이 붙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릴 적 눈으로 보고 느낀 부주의 화재는 그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고는 그의 인생도 바꿔 놓았다. 화재 당시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온 소방관들을 보며 막연한 동경심을 갖게 됐다는 장 소방위.


그는 결국 소방관이라는 꿈을 이뤄 벌써 22년의 세월 동안 화재 현장을 누벼 왔다. 현재 울산 중부소방서에서 화재조사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어릴 때 나처럼 어린아이들이 현장의 내 모습을 보고 소방관이라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작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장 소방위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한 할머님의 집에 불이 나 전부 타고 있었지만 두 손을 꼭 잡으며 ‘다치면 안된데이’ 라고 말씀하셨던 얼굴과 손길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소방관들을 걱정하는 할머님의 따뜻한 마음은 마치 화재 속 불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화재 원인을 확실히 밝혀 피해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누가 알아주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잘했어. 아주 잘했어. 너 때문에 저 가족이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을 거야’라고 칭찬하곤 한다”고 했다.

 

힘든 일은 자신을 토닥이며 견딜 수 있지만 화재 피해자와 부딪히는 일은 그에게도 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화재 진압과는 별개의 질문을 할 때 짜증을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그는 말했다.

 

장 소방위는 “처음에는 그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해마다 경험이 쌓이면서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겨가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장민재 소방위는 화재조사 업무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희망은 조금씩 현실이 돼가고 있지만 일부 동료들은 업무를 보고 있는 화재조사관들에게 ‘다 했지. 귀소하자’며 채근하기도 한다”며 씁쓸해했다.

 

그럼에도 화재 조사가 소방의 축이라는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루 빨리 인식을 바꾸는 것이 조사관들의 숙명이라는 그는 “화재 조사는 단지 눈으로 보고 상상으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아닌 현장의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증거물의 감정을 통해 보고서를 만든다”며 “이러한 자료는 결국 국민의 재산권이나 피해 여부 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중요성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사관들부터 열정을 갖고 더 노력해야 한다”며 “화재조사관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화재조사관이 원인은 ‘이것이다’라고 했을 때 국민이 ‘그렇구나’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 확보와 과학화가 이뤄지길 누구보다 희망하고 있다.

 

그는 “소방의 화재조사관들은 그 어느 조직보다 뛰어난 능력과 열정을 갖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는 기본적으로 화재조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나 교육 등 체계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 큰 원인이다. 이러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화재 원인과 판정을 하는 과정에 대한 더욱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기법 등을 습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조사 분야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재조사 분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그는 특이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퇴직하는 몇몇 선배님들이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를 집필하는 것을 봤다”며 “자서전 형식이 아닌 화재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화재 피해의 처참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이웃의 정을 보고 느낀 대로 생생하게 남겨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동료 소방관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작년 한 해 동안 4명의 동료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3명은 암이라는 무서운 병으로, 또 한 명은 태풍 차바 현장에서 구조작업 중 순직했습니다. 장례식에서 ‘귀소하라’는 조사를 낭독하며 울먹이는 동료의 오열과 흐느낌을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가 건강하길 희망합니다”

 

임희진 기자 hee5290@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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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10 [13:16]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