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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119] “화재조사는 알려고 노력하는 열정만큼 보인다고 믿습니다”

[인터뷰] 11년차 소방공무원 이승석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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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진 기자 | 기사입력 2017/02/10 [16:05]

[Hot! 119] “화재조사는 알려고 노력하는 열정만큼 보인다고 믿습니다”

[인터뷰] 11년차 소방공무원 이승석 소방교

임희진 기자 | 입력 : 2017/02/10 [16:05]
▲ 제주서부소방서 화재조사관 이승석 소방교     © 소방방재신문

[FPN 임희진 기자] = “아래층 창문에서 분진이 계속 나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문틈으로 그을음을 확인하고선 당연히 화재로 인식했다. 하지만 바닥에만 그을음이 있을 뿐 화재로 판단할만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보일러실 문에서 출화 흔적은 찾았지만 보일러 전원은 이상하게도 꺼져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이승석 소방교는 의문감에 보일러실 내부를 집중 조사했고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그 아파트는 공용 굴뚝을 사용했는데 집주인이 보일러실 연통을 건물 밖으로 빼면서 기존 구멍을 막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며 “화재 원인 규명에 있어 건물 구조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승석 소방교는 11년차 소방공무원으로 현재 제주 서부소방서 현장대응과에서 근무 중이다. 화재조사 업무를 맡은 지는 1년 7개월에 접어들었다. 그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누구보다 큰 열정을 갖고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제주서부소방서 관내 양돈장에서 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재산피해액만 10억원이 넘는다. 이 소방교는 이 사고 이후 예방대책 강구를 위해 양돈장 화재 재현실험을 추진했다. 그런데 결론은 뜻밖이었다.


그는 “양돈장 화재는 보온등 과부하를 원인으로 많이 지목하는데 실제 실험을 해보니 보온등에 아무리 플라스틱 등을 가깝게 가져가도 불이 붙지 않았다”고 했다. 실험에서는 플라스틱이 용융되기만 할 뿐 결국 화염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

 

또 “전기적 요인 또한 배선 상 순간적인 단락보다는 먼지와 타르 등이 많이 끼어 콘센트 등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더 위험하다”며 “많은 분이 화재 조사 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화재조사 과정과 실험 등을 통해 도출된 내용이 많은 이에게 전파되길 바란다. 시설 관계자나 조사를 진행하는 조사관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소각 부주의로 인한 창고 화재로 100여 평이 불에 타 2억여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나기도 했다. 창고화재가 늘 그렇듯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문제였다.

 

그는 “샌드위치 패널에는 스티로폼과 우레탄, 그라스울 등이 내부 단열재로 쓰이는데 제품 자체에 난연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축 시공 시 난연 테이프를 이용해 접합부위를 막으면 패널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막아 연소 확대를 저지할 수 있다”며 “그동안 건물화재 진압 시 많은 소방관이 생명을 잃은 것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런 세세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민하는 것은 이제 그의 생활이 됐다. 화재 현장을 접하며 알아낸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화재 예방대책을 고민하는 것이 화재조사관의 기본 임무라고 말하는 이승석 소방교.

 

그에게 화재조사의 문제점은 무엇이냐 묻자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열정을 쏟는 조사관들이 대부분이지만 소수는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화재조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미약한 제도적 근거에 원인이 있지만 일부 화재조사관들의 자세 또한 문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부 화재조사관들은 자신이 다치지 않고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알려고 노력하는 열정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화재조사관 모두가 초심을 잃지 않고 업무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소방교의 열정과 노력도 현실 앞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는 “불이 커지면 건물 붕괴 위험이 있어 건물을 해체해 가며 잔화 정리를 하는데 철거 건물에서 화재 원인을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현장 보존이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원인을 미상으로 두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화재진압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화재조사를 고려한 진압작전이 전개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그는 화재조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화재조사를 맡고 있지만 이 외의 부가적인 일이 더 많아 사실은 본 임무에 충실할 수가 없다”며 “화재조사관들이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조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며 웃어 보였다.

 

이승석 소방교는 화재조사관이기 전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발로 뛰는 소방공무원이다. 그는 “예전에 젊은 분이 축구를 하다가 갑작스러운 발작 증세로 심정지까지 이어졌는데 구급차를 카레이서처럼 몰고 달린 적이 있었다”며 과거 일을 회상했다. 그는 “한 달 후 찾아온 환자분이 ‘목숨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소방공무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뿌듯함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그는 “그렇지만 소방공무원이기에 느껴야만 하는 참담함 또한 안고 가야 할 소방관의 고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소방관은 현장에 나갈 때마다 제발 무사하길 기도하지만 환자는 그런 소방관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숨을 거두곤 한다”며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는 사람을 보면 아련해지는 건 숨길 수가 없다. 그건 우리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가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희진 기자 hee5290@fpn119.co.kr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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