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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소방관도 누군가의 남편 혹은 아내, 아들… 사람 아닐까요”

[인터뷰] ‘잡다한 컷’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 작가, 동대문소방서 강동구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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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17/02/24 [11:00]

[Hot!119]“소방관도 누군가의 남편 혹은 아내, 아들… 사람 아닐까요”

[인터뷰] ‘잡다한 컷’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 작가, 동대문소방서 강동구 소방교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7/02/24 [11:00]
▲ (왼쪽부터)‘잡다한 컷’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 작가, 동대문소방서 강동구 소방교     © 유은영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어지럽고 일도 안 잡히고 현실도피 하고 싶고 불안하고 그래요” “상사병입니다” “에? 사랑에 빠진 건가요?” “아뇨. 직장 상사가 주는 병”


위트 있는 멘트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만화에 녹여내며 2, 30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그림왕 양치기(본명 양경수)가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잡다한 컷 ‘사람, 소방관’이라는 웹툰의 연재를 마쳤다.


잡다한 컷은 직업군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양경수 작가는 작업 전 직업군을 선택할 때 본인 기준에서 처우나 사람들의 인식이 낮은 직업을 우선 선정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소방관이기 때문에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고 과연 그분들이 받고 있는 처우가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사총사로 어울리던 단짝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웹툰 작가가 됐고 한 명은 소방관이 됐다. 나머지 두 명도 각자의 길을 훌륭히 걷고 있다.


양경수 작가는 잡다한 컷 ‘사람, 소방관’을 기획하면서 친구인 강동구 소방교가 근무하고 있는 동대문소방서를 방문해 8명의 소방관을 인터뷰 했다. 다큐멘터리와 ‘심장이 뛴다’ 같은 소방관 관련 프로그램들을 챙겨보며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소방관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많이 밝으셔서 내심 놀래기도 했어요. 또 소방관은 공부와 체력, 사명감 3박자를 다 갖춰야 하는데 직업군 중에 이렇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직업이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양경수 작가의 그림을 보면 ‘글ㆍ그림 그림왕 양치기’가 아닌 ‘feat. 그림왕 양치기’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제 그림들은 99%가 직업인들의 애환이나 고충을 담은 일인칭 시점으로 그려집니다. 저는 그저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자 스토리 텔러이기 때문에 피처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직업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니 직업들에 관해 어느 것 하나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양 작가는 “내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한다면 반드시 그들에 관해 공부해야 하고 사명감을 또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경수 작가의 20년 지기인 동대문소방서 강동구 소방교는 “사실 친구가 소방관 관련 웹툰을 그린다고 했을 때 도움을 주면서도 너무 어둡게 그려지거나 동정론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이렇듯 양경수 작가가 현장의 생생한 소방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던 건 강동구 소방교 덕분이다. 강 소방교의 피드백으로 독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소방관의 이야기를 알차게 그려낼 수 있었다.


“소방서에서 하는 일이 화재 진압뿐 아니라 구급, 구조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는 것부터 기본적인 용어, 대처하는 법 등에 대해 조언해 줬습니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것도 제 역할이었죠”


강동구 소방교는 2009년 임용돼 올해로 9년 차를 맞이한 소방관이다. “9년여의 시간을 소방관으로 살다 보니 어느덧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별 느낌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저 위험하고 다급한 상황을 보게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해 저도 모르는 사이 현장에 뛰어들게 되곤 합니다”


위험에 무뎌지는 게 가끔은 무섭기도 하다는 강동구 소방교는 “현장에 오래 있는 소방관이라면 누구나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실조차 묵인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소방관들의 현주소”라며 안타까워했다.

 

▲ ‘사람, 소방관’  마지막 화 (출처=네이버 웹툰)    


‘사람, 소방관’ 마지막 화를 보면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영웅”, “사람, 소방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소방관은 영웅이다’ 이런 말들이 오히려 소방관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제목을 ‘사람, 소방관’으로 짓게 됐습니다”


“그동안 그림들은 재미 위주로 그렸지만 소방관 관련 웹툰의 경우 재미는 없어도 정확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너무 무거워지면 독자들이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썼죠”


양경수 작가는 ‘사람, 소방관’을 연재하고 받은 원고료를 순직소방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국민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점점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번 돈을 뭔가 의미 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기부’”라며 “평소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아 순직소방관 자녀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 소방관에게 ‘당신들도 돈 받고 일하는 거잖아’라고 한다면 세상에 돈을 버는 방식은 얼마든지 많은데 누군가를 구하고 힘든 일들을 대신해주는 일을 선택하고 행하는 사람들이 과연 본인의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이 일을 선택한 것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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