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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멈춘 공기호흡기 충전함 개발사업… 불법에 방치된 소방

감사원까지 간 공기충전기 충전함 연구사업… 왜?
국회는 연구 결과 개선 요구, 국민안전처 발 동동
알고도 못 고치는 소방관서 불법 공기 충전 실태
문제 해답은 특례 고시… 사업 지연에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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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7/04/10 [13:23]

[집중취재] 멈춘 공기호흡기 충전함 개발사업… 불법에 방치된 소방

감사원까지 간 공기충전기 충전함 연구사업… 왜?
국회는 연구 결과 개선 요구, 국민안전처 발 동동
알고도 못 고치는 소방관서 불법 공기 충전 실태
문제 해답은 특례 고시… 사업 지연에 발목 잡혀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7/04/10 [13:23]
▲ 폭발 테스트를 마친 알루미늄 용기(좌) 탄소섬유 용기(우)     ©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공기호흡기 충전 시 우려되는 안전사고와 장기간 불법으로 운영돼 온 소방관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기호흡기 안전 충전함 개발사업’이 부실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감사원까지 진위 파악에 나섰다.


‘공기호흡기 안전 충전함 개발 사업’은 공기호흡기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폭발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된 연구과제다. 이 연구의 진행 배경에는 고압으로 충전되는 공기호흡기의 특성상 관련법(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규정하는 적정 시설 설치 의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사실 전국 소방관서에서 고압의 공기호흡기를 충전하려면 고압가스 관련법에 따라 적정 안전거리를 두거나 방호벽을 갖춰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소방관서 대부분은 부지 확보 문제나 열악한 예산 등의 이유로 불법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불법 충전 환경을 가진 소방관서는 전국 1,013곳 중 987곳에 이른다. 적법한 26곳의 소방관서마저 적정 인력 배치 기준은 제대로 충족조차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4년 국민안전처 전신인 소방방재청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기호흡기 안전 충전함 개발 사업을 구매조건부 개발사업으로 중소기업청에 제안했다. 이후 총 3억6천만원 예산 규모로 약 2년 동안 연구가 추진돼 왔다.


당시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택된 곳은 콤프레셔를 전문 생산ㆍ유통하는 에이앤지테크라는 기업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연구원도 이 사업의 위탁 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2016년 과제 종료 후 과제 심사 기관인 중소기업청 산하 한국기술정보진흥원으로부터 과제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관련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 시작부터 ‘잡음’, 기간조차 줄어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으로 2014년 7월 1일부터 진행된 이 사업의 개발기간은 총 24개월이다. 하지만 에이앤지테크에서 사업을 수주하자 동종 업계의 한 경쟁사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업자 선정에 대한 재심의가 진행됐다.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모 업체는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기술적인 심의를 담당하는 기관이 한국가스안전공사”라며 “이 기관에서 운영하는 가스안전연구원이 위탁연구기관으로 선정된 것을 확인하고 사업자 선정 과정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업체는 “향후 이 사업이 성공 판정을 받게 되면 관련 고시가 제정되고 제품에 대한 기술기준이 마련될 예정임에도 기술기준을 제정하고 제품 인증까지 담당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산하 연구원에서 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문제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재심의 결과 사업자 선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연구 참여기업과 기관은 사업 수주 이후 6개월이 지난 2015년 1월에서야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 부실 논란… 국회서도 도마 위

 

이 사업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K-2 소총 탄환 크기(5.56mm)와 비슷한 탄소섬유 파편이 수류탄 폭발력과 유사한 공기호흡기 용기의 폭발력으로 비산하면 작업하는 소방관에게 총기 수준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연구를 통해 나온 폭발 테스트 결과는 허위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연구의 정량적 목표 중 하나는 36㎫ 이상의 압력용기 폭발 시 파편이 외부로 비산되지 않는 제품 개발이다. 그러나 우 의원은 실제 테스트 과정에서 소방관이 사용하는 탄소섬유의 공기호흡기 용기가 아닌 알루미늄 용기로 폭발 테스트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당시 우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추가 폭발 테스트를 통해 파편이 외부로 비산되는 것이 확인됐다”며 “잘못된 시험 성적서를 발급한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한 국민안전처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면서 현재 국민안전처 등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우원식 의원실 측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번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보좌관은 “공기호흡기 안전 충전함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 다수의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NFPA 코드로 안전 충전함의 성능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런 국가들조차 파편 비산이 없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위로 시험 성적서를 발급하면서까지 정량적 목표를 높게 설정할 것이 아니라 당초부터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 자체의 무효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니 일각에서 오해하는 사람도 생겨나는데 지금껏 사업 중단이나 무효를 요구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들춰낸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줄곧 해명 나섰던 연구기관 “테스트 배경엔 이유 있어”

 

감사원 감사까지 착수되자 연구는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연구가 정상적으로 끝났다면 실제 충전함 보급을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돼야 할 시기지만 답보 상태에 놓여버린 것이다.

 

연구를 주관한 업체 측은 부실 테스트 논란 등에 대해 줄곧 해명을 해왔다. 지난달 31일 만난 에이엔지테크 관계자는 알루미늄 용기로 최초 폭발 테스트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사업은 국민안전처 제안으로 소방에 초점이 맞춰 시작됐다”며 “소방조직은 탄소섬유의 공기호흡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수난구조 시 알루미늄 용기의 공기호흡기도 사용한다. 탄소섬유의 공기호흡기보다 알루미늄 공기호흡기가 폭발 시 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는 탄소섬유 공기호흡기 용기에 대한 폭발 테스트도 추가 진행했다”며 “실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정말 위험한 용기는 탄소섬유의 용기가 아닌 알루미늄 용기였다”고 강조했다.


탄소섬유 용기의 경우 폭발 시 용기를 감싼 탄소섬유가 잘게 조각나며 흩어지게 되는데 이 조각이 시각적으로는 날카로워 위험해 보이지만 말 그대로 섬유조직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알루미늄 용기는 폭발 시 생성되는 파편이 커 충전함 외부 벽을 뚫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만에 하나 작은 알갱이 크기의 파편이 형성될 경우 작업자를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결과물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파편이 비산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파편이 비산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정량적 목표가 설정됐던 것은 맞다”면서 “탄소섬유 용기 폭발 시 압력 배출 통로를 통해 일부 탄소섬유 조각들이 외부로 비산되는 것을 확인했지만 섬유조직이기 때문에 작업자를 위험에 빠뜨릴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 탄소섬유 용기가 폭발하면 사진과 같이 잘게 조각난 섬유조직이 충격파를 따라 비산하게 된다.     © 신희섭 기자

 


특히 그는 “테스트 당시 비산한 탄소섬유 조각을 파편으로 봐야 하는지도 모호했다”며 “NFPA 규격에도 파편의 종류와 크기에 대한 기준이 없고 단지 폭발 시 공기 충격파가 작업자와 주변인에게 직접적으로 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업을 수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고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안전 충전함 테스트에서는 매우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며 “탄소섬유의 용기 폭발 시 탄소섬유의 잔해가 압력 배출구를 통해 함 좌우측과 뒤쪽 배출구가 있는 방향으로 빠져나갔고 작업자 정면이 아닌 함 바닥 부분의 틈새 배출구를 통해 미세 양만이 작업자 발 쪽으로 배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 국민안전처 “오해는 없어야”


최초 사업을 제안했던 국민안전처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국 소방관서의 불법 공기 충전 실태를 해소하고 소방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추진한 기초 연구에 제동이 걸리면서 난감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통해 충전함의 안전성 확보가 입증되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소방조직에 대한 특례 고시와 안전 충전함 기술기준 제정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하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구결과가 새롭게 제정되는 안전 충전함의 규격이 돼 해당 업체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외부에서 우려하는 문제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한 결과물은 안전 충전함 기술기준 제정의 기초자료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특혜 의혹을 부정했다.


또 “안전 충전함 기술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연구를 통해 나온 기초 자료를 토대로 일선 소방관과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사업의 결과물이 안전 충전함의 기술기준이 그대로 규격이 될 것이라는 소문은 터무니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5월 초 나오게 되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문제가 나타난다면 그에 합당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며 “만약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회 등에서 요구하는 작업자 안전수칙 등은 반드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멈춘 특례 고시 마련… 소방관 안전만 위협

 

불법 공기호흡기 충전 실태와 소방관 안전 확보를 위해 추진한 기초 연구가 표류하면서 일선의 소방관들은 여전히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사실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이번 연구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던 게 사실이다. 충전 시 발생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불법적인 요소도 함께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소방관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는 소방본부와 소방서, 119안전센터 등에서 매일같이 충전이 이뤄진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충전 시설과 안전관리자 선임 등 법적 요건은 여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철도나 광산, 항공, 전기사업, 원자력 등 공익 목적에 사용하는 고압가스는 관련 법규 적용이 제외되고 있다.

 

▲ 실제 소방관서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기호흡기 충전기, 고압가스를 충전하지만 관련법령에서 요구하는 방호벽 등의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다.    

 


그간 국민안전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통해 장기간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고심해 왔다. 그 결과로 관련 법상 특례 고시를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본 연구 중 하나가 바로 안전충전함의 개발이다.


향후 제정 예정인 특례 고시에는 안전 충전함을 충전시설 내에 설치할 경우 안전거리 유지 의무와 방호벽 설치기준 면제 등의 내용이 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법규 정비가 늦어지면서 소방관들은 여전히 불법 환경에 안전조차 확보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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