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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발 등 떨어진 불조차 못 보는 소방은 진정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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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7/04/24 [11:20]

[기자수첩] 발 등 떨어진 불조차 못 보는 소방은 진정 '봉'인가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7/04/24 [11:20]
▲ 소방방재신문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최근 한 통의 전화 제보가 걸려왔다. 글로벌 기업인 P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심장충격기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고 출하가 중단된 상태임에도 대한민국 소방은 여전히 이 제품에 대한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진위를 확인해 본 결과 제품에 나타나고 있는 결함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기와 배터리 연결부위에 문제가 발생해 사용 중에 기기 작동이 예상치 않게 멈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 환자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셈이다.


P사 제품의 결함 문제는 올해 초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소문이 돌고 있던 상태였다. 소문이 커지자 P사는 지난 3월 6일 자신들의 제품을 수입하는 각 국의 대리점에 제품 결함에 대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 FDA에서는 지난달 24일 문제가 된 심장충격기의 리콜을 공지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FDA 공지 후 14일이 지난 4월 7일 안전성 서한을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공지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이 사이 문제의 심장충격기를 구매하겠다고 입찰을 진행했다. 후문에는 리콜 사실을 알면서도 입찰을 강행했다는 이야기기까지 돌고 있다.


소방은 정말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걸까. 심정지 환자의 소생을 위한 심장충격기의 기능상 이번 결함은 치명적일 수 있다. 몰랐다고 해도, 아니 몰라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심장충격기를 유통하고 있는 업계에서 올해 초 이미 P사 제품의 결함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알고 있었어야 했던 문제다.


단적인 예로 충남소방에선 작년 10월 P사 제품 29대의 입찰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납품 기일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제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알아보니 결함을 확인한 P사에서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심장충격기의 출하를 중단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충남소방본부의 담당자와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제품 수입이 지연되면서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며 “리콜에 대한 문제를 최근에서야 듣게 됐고 두 번이나 납품기일을 연장해준 상태로 끝내 어렵다고 판단되면 타사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방에서는 장비 구매에 있어 이와 같은 유사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소방장비를 전담하는 조직 자체가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안전처 조직을 살펴보면 소방장비를 담당하는 부서의 인원은 고작 대여섯 명뿐이다. 구급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는 더 열악하다. 이번 사태처럼 리콜 소식이나 장비의 하자는커녕 세계적 동향은 더더욱 살필 수 없는 구조다. 현안에 치여 업무를 그때그때 관장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는 소리다.


중앙에서 장기간 소방장비 규격 업무를 담당했던 한 소방공무원은 “소방장비는 소방공무원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지만 이 장비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은 정작 순환 보직으로 인해 매번 인사 이동되기 일쑤”라며 “전문성을 높일래야 높일 수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대선을 앞두고 소방조직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각 당의 대선 주자로 나서고 있는 후보들이 소방청 독립을 공약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만약 소방청 독립이 성공한다면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봉과 같은 조직에서 먼저 탈피해야 한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장비를 고작 4~5명에게 맡겨 관리ㆍ감독하게 하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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