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예술과 이야기, 그리고 소방의 만남… First In Last Out-46?47!

한국예술종합학교 FILO팀, “소방관과 시민의 연결다리 되고파…”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7/06/09 [11:56]
▲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된 문화예술창작기획팀 FILO. 왼쪽부터 왕동환, 이호원, 정비담씨     ⓒ유은영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시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용기없던 저에게 호원이가 힘을 북돋아 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아버지의 사고가 계기가 됐지만 점점 아버지 일보다는 소방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소방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소방관들의 모토인 First In Last Out-46?47!을 타이틀로 소방관 전시회를 열었다. 46, 47은 소방관들의 무전 용어다. 46은 “알아들었나?”, 47은 “알겠다”는 뜻이다.


‘First In Last Out-46?47!’은 국가 자산인 소방 폐자재와 장비를 지원받아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또 소방관, 심리상담가와의 토크, 문화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전시회 현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까맣게 그을린 방화복을 입은 마네킹이 관람객을 반긴다. 폐장비를 활용했지만 빨고 자르는 등 재가공을 거치지 않은 전시품들이 줄 서 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폐장비의 모습 그대로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 가장 먼저 까맣게 그을린 방화복이 입혀진 마네킹.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폐장비의 모습을 재연했다.     ⓒ유은영 기자


이 전시회를 기획한 이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된 문화예술창작기획팀 FILO다. ‘FILO’는 ‘Fist In Last Out’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이 팀의 리더인 정비담 씨는 3년 전 세월호 침몰 당시 헬기 구조작업 중 순직하신 소방관의 자녀다.


FILO팀은 문화 예술을 통해 소방관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소방관들이 가진 심리적인 고충이나 정신적 타격감을 완화해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술경영을 전공한 이호원 씨와 무대미술을 전공한 왕동환 씨가 정비담 씨의 든든한 양팔이 돼주고 있다. 이들의 예술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구리소방서와 함께 음악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구리소방서에 직접 방문해 들었던 다섯 소방관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 콘서트로 클라리넷을 취미로 배우게 된 소방관도 있었고 아들과 오랜만에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소방관도 있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시를 쓴 소방관분은 쑥스러웠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해주셨어요”


FILO팀은 음악 토크콘서트를 마치고 방학을 맞아 미국 소방서를 방문했다. 미국 소방관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에게 소방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소방관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


“미국을 방문했을 때 소방관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들은 소방관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는 사람들이었어요. 메모리얼파크에 911 참사 때 지어진 순직소방관 박물관 같은 곳을 보며 우리의 미래도 이렇게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들이 모여 소방관 전시로써 그 첫 등불을 밝혔다 생각합니다”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씨가 전시회와 함께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유은영 기자


같은 해 9월부터 12월까지 FILO팀은 다음스토리펀딩을 통해 ‘나의 영웅 소방관 그리고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소방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FILO팀 이호원 씨는 “88일간 진행된 이 펀딩에서 7백만7천원이 모였고 이 펀딩 금액으로 소방관 전시회를 세상 밖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펀딩을 기획할 수 있게 해주신 박승균, 오영환, 이건 소방관님과 119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님, 전시회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신 L153아트컴퍼니 대표님 그리고 무엇보다 후원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같은 팀 왕동환 씨는 “자극적이고 이미지적인 소방의 흔적들을 전시해 소통하고 싶었다”며 “토크쇼도 하나의 장치지만 작품이긴 하다. 여러 가지 형식 중 우리가 제일 잘하는 예술로 소방관의 여러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토크쇼는 리더인 정비담 씨와 김형욱 작가가 진행을 맡고 오영환 소방관이 참여해 무술로 극복한 트라우마를 내용으로 한 ‘소방관X武’와 ‘달콤함이 있는 심리토크’를 주제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PTSD 상담요원으로 활동 중인 홍성아 교수 진행, 박승균 소방관이 참여한 가운데 소방관 심리프로그램 전문가의 유쾌한 심리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또 미군 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소방관과 캘리그라퍼인 김정기 대표가 함께 ‘소방관 그 이야기, 캘리그라피로 기억하는 순간’이라는 소방관 문화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정비담 씨는 “기존에는 ‘시민이 바라보는 소방관, 소방관이 바라보는 시민’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느낌이었다”며 “이번 토크쇼를 통해 시민과 소방관이 만난 자리에서 ‘안전’이라는 이슈를 다루고 이 안전을 위한 책임감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민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가야 하는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고 토크쇼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어린, 그리고 소방관도 아닌 이들이 소방관의 복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서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용기를 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닌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다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민을 살리는 게 소방관의 역할이지만 시민 또한 소방관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알아줬음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많은 예술활동을 통해 소방관 전시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싶어요”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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