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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점검 ‘불법 저가입찰’ 일삼는 공공기관들

정부 부처, 서울시, 공기업 등 대부분 법정 기준 안 지켜
예산 없어서, 관행이라… 문제 제기하자 공고 취소하기도
소방시설관리협회 “법정 기준 준수해달라” 공문 접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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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06/09 [12:03]

소방시설점검 ‘불법 저가입찰’ 일삼는 공공기관들

정부 부처, 서울시, 공기업 등 대부분 법정 기준 안 지켜
예산 없어서, 관행이라… 문제 제기하자 공고 취소하기도
소방시설관리협회 “법정 기준 준수해달라” 공문 접수키로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6/09 [12:03]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T센터 전경     © 이재홍 기자

 

[FPN 이재홍 기자] = 다수의 공공기관이 법정 단가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소방시설점검 입찰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발주 담당자들은 법정 단가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예산이 없다거나 관행이라며 묵인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센터)는 소방시설 방화관리 대행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견적제출 마감일은 6월 2일, 용역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2년간이었으며 대상은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aT센터로 18,038㎡에 달하는 대지와 지하 3층, 지상 15층의 연면적 59,103㎡ 규모 건물을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aT센터는 방화관리 대행 범위에 월 1회 이상 정기점검과 연 2회(종합정밀점검, 작동기능점검 각 1회 포함) 이상 특별점검을 명시했다. 소방훈련과 교육, 대관청 업무를 비롯해 고장 등의 수리 자문, 기타 소방관계 법령에서 규정한 사항도 포함했다.

 

특별점검에 대한 용역 수행 기간은 4일 이상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소방시설관리사 또는 소방기술사가 참여할 것과 점검 기술자 역시 특급과 중급, 초급기술자 각 1명 이상 총 4명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했다.

 

월 1회 이상 수행하도록 한 자체 정기점검 역시 소방시설관리사나 소방기술사가 참여토록 했다. 또 고급과 중급, 초급 기술자 각 1인 이상 총 4인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런데 aT센터는 해당 용역을 부가세 포함 28,336,000원에 발주했다. 방화관리 대행과 함께 2년간 수행해야 하는 점검 용역일이 최소 32일에 이르고 참여 기술인력의 등급까지 정해놓은 것을 감안하면 aT센터의 발주 금액은 법정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현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소방시설점검 용역의 대가를 엔지니어링사업 대가 기준 중 실비정액 가산방식에 따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직접 인건비 외에도 인건비 기준 10%의 직접경비와 115%의 제경비, 30%의 기술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기준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에 따르면 소방기술사의 하루 노임은 309,039원이다. 소방기술사가 32일 참여했을 때의 인건비만 9,889,248원에 이른다. 특급(일 269,759원)과 고급(일 213,462원), 중급(일 190,700원), 초급(일 145,234원)기술자 참여분, 방화관리 업무대행 수수료까지 가산하면 부족분은 더욱 커진다.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 장필준 사무총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aT센터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점검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서 산정한 금액이라 답했다”며 “관행적으로 그래왔는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FPN/소방방재신문)는 지난 2일 aT센터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자 했지만 aT센터는 답변을 피했다.

 

문제는 공공기관들의 이런 행태가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되레 법정 기준을 준수한 경우가 드물었다. 다수 공공기관의 점검용역 입찰 공고를 분석한 결과 법 규정을 준수했던 곳은 육군 제3808부대(2016년 후반기 소방시설점검)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체육산업개발(주)은 올림픽공원 내 체육시설(연면적 161,476㎡)을 점검하는 2017년 소방시설종합정밀점검용역 공고에서 입찰기초금액을 16,149,000원으로 책정했다. 해당 용역은 엔지니어링 사업대가기준을 적용하면 33,915,416원이 산출되는 규모였다. 낙찰예정금액은 14,211,120원으로 법정 기준의 41.9%에 불과했다.

 

SH는 7,630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2017년 은평권역 임대아파트 소방시설물점검용역 공고에서 34,023,000원의 입찰기초금액을 공고했다. 8,210세대를 점검하는 양천센터 임대아파트 소방시설물점검용역에서는 36,985,597원으로 책정했다. 엔지니어링 사업대가기준을 적용한 두 대상물의 점검수수료는 각각 44,451,000원과 46,557,500원이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서울시내 15개 공영주차장(연면적 280,676㎡)에 대한 2017년 공영시설주차장 소방시설점검용역에서 64,759,000원을 입찰기초금액으로 제시했다. 해당 대상물 역시 법정 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99,167,298원이 산출되는 규모였으나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입찰 공고를 낸 것이다.

 

법을 준수해야 할 공공기관이 불법적인 저가입찰 공고를 내는 상황. 담당자들 역시 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기관명을 밝히기 꺼린 한 기관의 담당자는 “예산이 없다. 이제껏 해왔던 금액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두 배 가까운 예산을 더 배정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회장 남상욱, 이하 관리협회)는 저가입찰 공고를 낸 공공기관들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회신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관리협회 남상욱 회장은 “개인도 아닌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공공 입찰에서 법으로 정해진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 소지가 있다”며 “향후 예산 배정에는 반드시 법정 기준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접수하고 회신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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