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소방공사업법 개정안 두고 들썩이는 소방시설업계

원ㆍ하도급 공동책임제 도입에 업계 “시장 현실 모르나”
하도급 제한 규정 주요설비 지정은 “불법만 양산될 것”
과징금 2억으로 상향 조정은 “하도급 업체만 부담 가중”
소방청 “업계 의견 타당성 검토 후 반영 여부 결정할 것”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7/08/10 [13:11]
▲  지난달 12일 소방청(구 국민안전처)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FPN 신희섭 기자] = 수급인과 하수급인 공동책임제를 도입하고 과징금을 상향해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자마자 시설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시장 현실을 무시한 채 명분만 앞세우는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지난달 12일 소방청(구 국민안전처)은 하도급자의 부실시공 등 법률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원도급자에게도 동일하게 물도록 하는 내용의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개선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방시설업계의 시각이 날카롭다. 원도급자의 책임을 강화시키면 오히려 면피를 위해 하도급자인 소방시설업자에게 과다한 업무와 책임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는 또 과징금을 현행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 내용도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더해 하도급 제한 조건에 원도급자가 주요설비(자동화재탐지설비, 스프링클러설비, 옥내소화전설비, 제연설비) 중 하나를 반드시 시공토록 하는 조항 역시 불법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방시설업계는 이 세 가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까지도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소방청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고 소방시설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지에서는 명분을 내세우며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소방청과 시장의 현실을 알아달라며 법률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소방시설업계 양측의 주장을 들여다봤다.


법률 개정 명분은 ‘국민안전’

 

소방청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주요 법률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 강화와 원도급자의 책임시공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부실시공을 줄여 국민안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명의 또는 상호 대여행위에 대한 금지규정 추가 ▲수급인과 하수급인 공동책임제 도입 ▲과징금 부과제도 금액 상향조정 ▲원도급자에 주요설비 시공ㆍ감리 의무 부여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률이 개정되면 우선 등록증과 등록수첩 대여만 금지하던 현 규정이 명의와 상호 대여까지로 확대된다. 특히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공동첵임제가 도입돼 소방시설업자가 하자보수기간 내 하자보수를 하지 않거나 공사현장에 기술자 등을 배치하지 않을 경우 수급인도 하수급인과 동일하게 처벌받게 된다.


과징금 부과제도의 상한액은 현행 3,000만원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된다. 적은 과징금으로 인해 업체의 부당 행위 제재에 한계가 있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공사업에 대해서만 명확하게 규정돼 있던 하도급 제한 규정도 손질한다. 공사업에 더해 소방시설의 설계와 감리까지 포함시켜 원도급자가 주요설비 중 하나 이상을 직접 설계ㆍ시공ㆍ감리할 경우 소방시설업자에게 한 번에 한해 하도급이 가능토록 했다. 소방청은 원도급자를 소방시설 설계ㆍ시공ㆍ감리에 직접 참여시켜 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명분 좋지만 현실 달라… “불법 양산될 것”


소방시설업계에서는 법률을 개정하려는 소방청의 궁극적인 명분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재 소방시설업의 시장을 감안할 때 법을 따라가지 못할 수밖에 없어 법률 개정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달 26일 입법예고된 개정 법률안의 대책마련을 위해 소방시설협회 제도개선위원회가 긴급 소집됐다.     ©신희섭 기자


▲ 공동책임제, 당장 기술인력 어쩌나 = 소방청은 지난해 1월 법률 개정을 통해 소방기술자의 현장 배치기준을 강화했다. 소방시설공사의 규모와 난이도에 따라 배치해야 할 소방기술자의 등급을 정하고 1인 1현장 배치기준(연면적 3만㎡ 이상 또는 16층 이상으로서 500세대 이상인 아파트의 경우)을 도입한 것이다. 사실상 소방기술자의 현장 배치를 상주 개념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소방시설업계가 이번 법률 개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기술자 배치기준에 있다. 기술자를 상주 개념으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별로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 채용 가능한 기술자마저 부족한 상태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소방시설업계 관계자 A 씨는 “시장 상황이 이런데 법을 강화시켜 원도급자에게 공동책임을 요구하게 된다면 면피를 위해 이들은 우리에게 기술자 배치가 아닌 완전 상주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인력이 부족해 퇴직 소방공무원들마저 시장에 끌어들이고 있는 현재의 시장 구조 상황으로는 특단의 완화조치가 없는 한 거짓 배치 등 범법자만 양산되고 인력난으로 인해 소방시설업계는 사실상 심각한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하도급 제한에 주요설비? 설계ㆍ감리 하도급은 웬 말 = 소방청은 법률 개정을 통해 원도급자가 소방시설의 주요설비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시공토록 해 수주 공사를 시공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공종을 하도급 하는 원도급자의 단순 중개인 역할 실태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방시설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분리발주가 법제화돼 있지 않은 소방시설업은 하도급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공사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요설비를 원도급자가 시공하게 된다면 하도급에 의존하는 소방시설업계의 경영난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불법이 양산될 것이라는 주장도 거세다. 소방시설업계에 따르면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사 등은 구조상 모든 공종을 하도급형 관리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주요설비를 시공토록 하면 불법에 의한 직영 시공 또는 서류만 꾸민 편법 하도급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 설계와 감리 문구가 추가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소방공사와 동일하게 원도급자(종합건설사, 건축사사무소)가 주요설비 중 하나 이상의 설비를 직접 설계ㆍ감리할 경우 소방시설업자에게 한 번에 한해 하도급을 허용하고 있는 규정 때문이다.


소방시설업계는 “원도급자가 주요설비 중 하나 이상의 설비를 설계 또는 감리하고 나머지 시설에 대한 부분을 하도급 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시설별로 쪼개기 설계ㆍ감리를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 밖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상반된 의견도 나온다. 현재 소방시설감리나 설계의 경우 실제 분할 하도급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생길 경우 오히려 설계 또는 감리의 하도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과징금 상향 “결국 하도급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 = 현행법상 과징금의 상한액은 3,000만원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 같은 과징금의 액수는 업체 규모가 크거나 업 위반이 중대한 경우라 할지라도 한도가 정해져 있어 억제력과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2억원으로 과징금의 액수를 높여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소방시설업계는 소방청의 법률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상향 폭이 과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공동책임제까지 도입될 경우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모두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하도급을 받은 업체 입장에선 원도급자의 과징금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게 시장의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또 유사 공종인 전기(1,000만원)와 통신공사(3,000만원)와 비교해도 2억원으로 과징금을 올리는 것은 과한 조정으로 현행 3,000만원을 유지하거나 상향 폭을 축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방청 “타당한 의견이라면 적극 수렴”

 

입법예고된 개정 법률안의 의견제출 마감일은 이달 21일까지다. 소방청은 우선 이 기간에 접수되는 의견 중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의견은 입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시설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개정 법률안의 조문별 개정이유서를 작성하고 업계 설득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소방청이 작성한 개정이유서에는 현재 업계에서 개정을 반대하는 법률 조항에 대한 개정이유와 입법 효과 등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타 분야의 유사입법 사례도 담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법률 개정의 배경은 소방시설업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 개선과 행정처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수ㆍ하수급인 공동책임제는 소방시설협회에서 먼저 도입을 요구했던 제도로 이미 건설산업기본법과 정보통신공사업법,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등 타 분야에서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도급 규정에 주요설비를 포함한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소방시설을 하도급하는 원도급자의 입찰 브로커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소방공사에도 건설 분야의 직접시공제를 도입해 원도급자의 책임시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도급자의 책임시공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과징금 상한액 강화에 대해서는 “소방시설업계에서는 유사 공종인 전기와 통신공사업 사례를 들며 현행 3,000만원의 과징금 상한액 유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소방시설공사업법은 전기, 통신공사업법과 달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법률”이라며 “법제처에서도 과징금 상향을 권고한 바 있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유사 법률인 위험물안전관리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에서도 과징금의 상한액은 2억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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