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집중분석] 수리온이 소방헬기가 될 수 없었던 네 가지 이유

광고
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08/10 [13:16]

[집중분석] 수리온이 소방헬기가 될 수 없었던 네 가지 이유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8/10 [13:16]
▲ 군용 기동헬기로 개발된 수리온. 최근 감사원을 통해 각종 결함과 개발 과정상의 미흡한 점들이 드러나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 사진


[FPN 이재홍 기자] = 수리온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방위사업청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리온의 불시착은 체계결빙 문제와는 별개”라며 감사원 감사결과를 반박하자 감사원은 바로 다음 날인 28일, 6쪽의 참고자료를 배포하며 방사청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감사원은 참고자료를 통해 “체계결빙 성능은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2016년 8월 방사청 스스로도 수리온의 결빙 성능 미달을 이유로 납품을 중단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체계결빙 성능은 2015년에 발생한 수리온 비상착륙 2회, 추락 1회 사고의 직ㆍ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추락사고의 경우 사고원인 조사 결과에서도 엔진 방빙장치 가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수리온은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 개발사업임을 고려해 체계개발 이후에도 세 차례나 테스트를 유예해줬지만 체계결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방사청은 자체 국방규격 미달을 이유로 납품을 중단했다가 정당한 근거 없이 재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과 방위사업청, 두 곳의 국가기관이 엇갈린 평가를 내린 상황. 인터넷과 SNS상에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감사원 발표 이후 현역 군인과 수리온 개발에 참여했던 시험비행조종사의 항변이 이어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수리온을 옹호하는 이들은 수리온의 결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동체 누수는 수리온뿐만 아니라 모든 헬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며 타 결함 역시 헬기의 실전 운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안으로 현재는 개선을 완료했거나 곧 완료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헬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감사원 감사결과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실제 감사가 이뤄진 시점과 발표 시기의 간극을 두고,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만을 가지고 정치적 이유에 따라 크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모든 논란의 쟁점은 수리온의 결함이 정말 군용헬기로서 안전이 우려될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하는 점과 방산 비리 여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은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민수용으로 분류되는 소방헬기 입찰에도 참여해 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군용으로서도 결함이 발견되고 있는 수리온이 과연 민수용 소방헬기로의 활용은 가능할까?  


본지(소방방재신문/FPN)는 지난 2015년 강원소방본부의 헬기 입찰 과정에서 불거졌던 국산헬기 수리온 배제 의혹부터 해당 사안에 대한 취재를 진행해 왔다. 소방헬기 입찰을 담당했던 소방 조직의 입장, 또 논란이 일었던 사안과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들을 토대로 수리온이 소방헬기가 될 수 없었던 이유를 분석해 봤다. 


#1. 수리온의 태생은 군용 기동헬기.

수리온은 군에서 사용하던 소형 기동헬기 UH-1과 소형 공격헬기 500MD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2005년 개발에 착수한 이후 2009년 초도비행에 성공하고 2012년 12월부터 60여 대가 실전에 배치됐다.


군용 헬기라는 특성에 따라 수리온은 개발과정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형식증명과 감항인증을 받았다. 따라서 군과 경찰에서 사용하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국토교통부의 형식증명과 표준감항증명을 받지 못해 민수용 헬기로의 활용에는 제한이 따르게 됐다.


다만 국토부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헬기에 대해 특별감항증명을 내주고 있다. 재난, 재해 등으로 인한 수색ㆍ구조에 사용하는 경우, 산불 진화 또는 예방에 사용하는 경우, 응급환자의 수송 등 구조ㆍ구급활동에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특별감항증명을 받아 활용할 수 있다.


소방헬기는 민수용 헬기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는 국토부로부터 표준감항증명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지만 목적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군용 헬기인 수리온 역시 특별감항증명을 받아 소방헬기로 사용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리온의 감항증명 문제는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지난 2013년 충남소방본부의 헬기 입찰에 뛰어들면서 처음으로 부각됐다. 충남소방이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에 입찰을 허가하면서 민수용 겸용에 대한 안전성 검증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2014년 10월 국토부는 “군용항공기를 민간항공기로 쓰게 되면 안전 문제가 있어 인증기준과 절차를 서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군 인증 항공기라도 민간항공기의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민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군용항공기의 인증은 군 작전 목표에 맞는 성능 검증을 위한 것이지만 민간항공기는 안전 확보가 목표”라며 “수리온의 경우 항공법에 따라 특별감항증명을 받은 뒤 제한범위 내에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3월 서울 마포푸르지오시티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헬기. 서울소방은 도심지를 비행하는 헬기의 국제 기준 성능(카테고리 A)을 요구했으나 KAI는 군용 헬기인 수리온에는 해당 없는 사안이라며 이 같은 요구는 수리온을 배제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 이재홍 기자

 

#2. 민수용 수리온은 처음부터 불가능?

충남소방 입찰에서 논란이 됐던 감항증명은 두고두고 수리온의 발목을 잡았다. 2015년 강원소방, 2016년 서울소방의 헬기 입찰에서도 수리온은 국토부 감항증명을 받지 못한 사실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근래에는 군용으로 개발하는 경우에도 향후 민수용 개량을 염두에 두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KAI 역시 수리온 개발 초기부터 300대 수출 목표를 세우고 민ㆍ군겸용 부품 개발에 매달렸지만 결과적으로 수리온은 방사청의 인증을 받은 군용 헬기로 개발됐다.


이에 대해 항공 분야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민수용 수리온은 탄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의 기술 이전을 통해 개발된 수리온은 그 계약 관계상 민수용 개발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알다시피 수리온은 순수 국내 기술로만 개발된 게 아니다. 유로콥터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만들어졌는데, 당시 유로콥터는 수리온을 군ㆍ경용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하면서 민수용으로의 개발에는 난색을 표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유로콥터로서는 자신들의 민수용 헬기 판로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며 “그런 이유로 군용으로만 쓸 수 있게끔 개발된 수리온은 굳이 국토부의 형식승인이나 표준감항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마천산 정상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구조에 나선 소방헬기. 소방관들은 인명 구조를 위한 소방헬기에서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 대구강서소방서 제공


#3. 군용 헬기 수리온, 특별감항도 쉽지 않아.

군용이라 받지 않았다는 표준감항, 그렇다면 KAI는 소방헬기로서 꼭 필요한 특별감항증명은 왜 받지 않았을까? 


실제로 KAI는 지난 2015년 헬기 입찰 과정에서 감항증명 문제로 강원소방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입찰 전까지 감항증명을 받아오라는 강원소방과 납품 시점에 맞춰 제출하겠다는 KAI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고 이 같은 양상은 이듬해인 2016년 서울소방 헬기 입찰로까지 이어졌다.


항공 관련 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리온이 소방헬기 입찰을 위한 특별감항증명을 받기 어려운 이유로 소방의 특수성을 꼽았다. 소방헬기에 필요한 장비와 그 스펙이 군용과는 큰 차이가 있고 수요도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방의 경우 일단 각 본부에서 요구하는 장비 스펙이 모두 다르다”며 “헬기는 무게 중심에 조그만 영향을 주는 장비 하나를 교체할 때도 해당 장비를 장착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소방이라면 밤비버킷(물주머니)이나 호이스트(구조 와이어를 끌어올리는 장치) 같은 것들이 필요한데 이게 추가되고 아니고에 따라 별도의 인증이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또 “그렇다 보니 정형화된 장비를 장착하고 생산하는 군용처럼 미리 받아놓기도 어렵다. 군은 한 번 사면 20~30대씩 사니까 수요라도 많지만 소방은 본부마다 요구하는 스펙도 다른 데다 수요래 봐야 10년에 한 대 정도”라고 말했다. 

 

▲ 지난달 27일 강원도 원주소방서 소방관들은 3년 전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故 정성철 소방령의 모친 박순자 씨 댁을 찾아 주택 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 강원원주소방서 제공


#4. 쉬쉬하던 수리온 사고 사례, 소방은 알고 있었다.

KAI와 직접적인 갈등을 겪었던 강원과 서울소방을 비롯해 소방 조직의 헬기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수리온의 안전성을 우려했다.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리온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소방 조직의 한 관계자는 “불시착하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군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확실한 안전성 검증을 위해 감항증명을 받아오라는 건데 그게 어떻게 수리온 배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국토부 인증 절차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통 기준이지만 방사청 인증은 우리나라, 그것도 군용에만 한정된 인증”이라며 “만약 수리온을 수출한다고 하면 그 나라 자체 인증을 받든지, 국제 기준에 맞춰 형식증명을 받아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절차인데 지금 KAI는 국산헬기, 국책사업 등의 이유를 대며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헬기를 조종하는 모 소방항공대의 조종사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아직 소방헬기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확증이 없는데 국산헬기니까 사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그는 “방사청 인증을 받은 헬기가 꼭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군용과 민수용을 구분 짓는 데는 목적성에 따른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방사청 인증을 받아서 군에 납품한 헬기조차 지금 계속 사고가 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본래 헬기는 개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결함을 개선해나가는 장비라는 KAI 측 주장에 그는 강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그건 통제된 상황에서 수십 대씩 가지고 훈련하는 군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며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건 매 순간 예기치 못한 사고 상황이고 여기에는 훈련받은 대원들 외에 위급한 요구조자도 탑승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더구나 우리(소방)는 지난 세월호 참사 때 헬기 사고로 동료를 잃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