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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화재안전의 근간 ‘화재안전정책’ 이대로 좋나 - ① 소방감리
감리비 주는 건축주, 말 잘 들어야 먹고사는 소방감리
울며 겨자 먹는 서글픈 소방감리… 중립성 확보 절실
소방완공 이후 이뤄지는 건축 공사가 소방시설 망친다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7/08/10 [14:11]


[FPN 최영 기자] = 지난 6월 14일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 아파트 화재에 이어 8월 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토치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내 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성이 이슈로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유사한 형태로 확산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런던 화재에서는 80여 명이 사망한 반면 두바이 화재 땐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부재했던 소방시설과 정상 작동한 소방시설, 그리고 건축 구조물의 특성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올해 1월 4명이 사망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를 볼 때 국내 건축물의 화재안전성도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은 건축 구조와 소방시설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내부 구조가 복잡성을 띄고 고층인 건물에 있어서는 소방의 대응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내부 소방시설과 건축 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FPN-소방방재신문>은 건축물의 화재안전 기반을 만드는 화재예방정책을 분야별로 조명하기 위해 ‘화재안전의 근간 화재안전정책 이대로 좋나’라는 주제로 기획기사 지면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화재예방 행정과 제도 중 오랜 기간 분야에서 지적돼 온 시급한 문제를 선별했다.


우선 단계별 소방시설의 적용 과정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소방용품의 제조와 설계, 공사, 감리 과정을 거쳐 소방시설관리로 넘어가는 결코 단순치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소방용품의 품질이 확보되고 적정한 설계, 공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관리 감독해 인허가로 이어지는 ‘감리’ 과정을 거치면 건축물의 화재안전시설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게 지어진 건축물의 소방시설은 최종적으로 관리 분야에 넘겨진다.


기획기사의 첫 주제는 소방시설 감리 제도다. 소방감리는 소방시설 설계와 기술 검토, 공사품질관리, 공정관리, 안전관리, 최종 완공검사 등 중책을 수행하는 소방의 핵심 공종이다. 감리가 잘못되면 엉터리 소방시설이 건축물에 적용되고 결국 소방시설의 관리조차 불가능한 상황까지 만든다. 소방시설의 착공부터 완공까지 시설의 전반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소방감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소방시설을 정상상태를 확인하는 최종 결정자인 그들에겐 막중한 책임도 뒤따른다.  그렇기에 소방시설공사의 품질이 소방감리에 맡겨져 있다고 해도 이는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소방시설 감리 분야의 현실은 책임만 있고 권한과 지위가 없는 반쪽짜리 제도다.


소방시설 적법성에 대한 소방관서의 인허가 업무를 대신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으면서도 그 구조는 절대 정상적으로 흘러갈 수 없는 모순점을 보인다. 심지어 소방감리를 수행하는 엔지니어 등 업계에서는 “우리는 모두 범법자”라는 말을 내뱉을 정도다.

영원한 ‘을’ 소방감리… ‘갑’을 통제하라?

 

소방시설은 제아무리 제품이 좋더라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상적이고도 완벽한 소방시설의 구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건축물의 소방시설은 100%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로 준공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방분야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한다.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들은 자신을 잠재된 범법자라고 칭한다. 법규에선 완벽한 소방시설의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감리자의 능력 부재에 원인이 있다기보다는 돈을 주고 감리자를 부리는 건축주나 시공사의 ‘갑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방감리자 A 씨는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필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방시설이 조금 미비하더라도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했다. 또 다른 감리자 B 씨는 “발주처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게 바로 감리자다. 아무리 법규에서 완벽한 감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더라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라. 돈 주는 사람이 원하는데 제아무리 원칙을 지키는 감리자라 할지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고 말했다.


C 씨는 “소방시설 감리를 하는 입장에서 발주처는 왕이다. 소방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공 기일을 억지로 늘리면서 버티기도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가능하겠나. 다음번에 일을 못 받으면 당장 회사 생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D 씨는 “현장에서 소방시설의 공정은 건축 공정 중 미비한 부분을 차지한다. 발주처가 원하는 것은 정해진 기일 내 준공 필증을 받는 것일 뿐 아무도 소방시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필증이 나오고 난 이후에는 오죽하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소방시설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들은 완벽한 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준공되는 건축물의 문제점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준공 기일에 맞춰 억지로 짜내듯 받게 되는 감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경우는 상황이 더 취약하다. 대부분의 시행사(발주사)가 시공사를 겸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수의계약으로 감리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주는 시공사는 ‘갑’의 입장에 서게 된다. 시공사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감리업체가 오히려 ‘을’의 관계에서 시공사의 하수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리사업자 입장에선 다음에도 해당 시공사인 건설사로부터 감리 업무를 수주해야 하는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당한 요구나 불법 또는 부실시공 행위가 있더라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감리 업무 수행이 가능할 리가 없다.


갑을 관계 고리 끊어내야… 해답은?
소방시설 감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갑’과 ‘을’의 관계를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감리 업무 수행이 가능토록 갑을 관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야 내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개입찰을 통해 감리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수행능력평가를 거쳐 공개입찰을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그 답으로 제시한다. 이렇게 되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감리 업무 수행이 가능한 토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안전처(현 소방청)는 소방시설공사 중 관급공사에 한해 감리자 선정을 사업수행능력평가를 거쳐 공개입찰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공동주택이나 민간이 짓는 대규모 건축물은 해당되지 않는다.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임에도 전기 등 건축 분야의 타 공종 보다 못한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 소방기술사는 “소방감리사업자는 대부분이 수의계약에 의한 감리용역을 수주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저가ㆍ덤핑수주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저가로 수주된 감리용역은 어떻게든 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감리원의 자격증을 대여해 유령(허위) 근무를 하게 하거나 상주 근무 현장에 비상주로 근무시키는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계설비 공사를 포함한 건축공사와 전기설비공사 등 타 공종에서는 이미 관급공사는 물론 민간 아파트공사까지 오래전부터 사업수행능력평가를 포함한 공개입찰방식으로 감리자를 선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적어도 이러한 타 공종에서는 소방감리와 같은 병폐는 없다”고 말했다.

 

현실 간과한 소방완공 시점, 허위 감리 부추겨

보통 건축물이 모두 지어졌을 땐 소방시설 역시 완공검사증명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정상 상태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이는 실제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다. 완공검사증명서를 받은 시점은 물론 건축물의 최종 사용승인이 이뤄진 이후에도 건물 내에서는 인테리어나 추가 공종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의 경우 건물 준공 시점보다 빠르면 한 달에서 10일까지도 앞서서 받는 곳들이 많다. 사실 소방시설이 완벽히 구동되는 상태에서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에선 사전에 증명서를 먼저 받고 건축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용승인 시 이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완공 허가를 받은 건물에서 지속적인 공사 작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건축물 준공이 완료된 이후에도 입주 청소 등이 종료될 때까지 사실상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의 소방시설은 차단해 놓는 경우가 대다수다.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는 ‘을’ 입장의 감리자는 제대로 된 시험 운전은커녕 정상적인 감리업무의 수행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소방시설감리자 A 씨는 “타 공정이나 각종 인테리어가 이뤄지는 시점은 소방감리가 완료된 이후이기 때문에 선로나 전기적 신호, 간섭 등 소방시설의 동작을 좌우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짧게는 건물의 완공허가 이후 2~3개월, 길게는 더 많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건축물의 소방완공 시점이 건축물의 사용승인 이전에 들어가는 것은 안정되지 않은 소방시설을 알고도 가짜 완공허가를 내주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소방시설 감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건축 특성을 고려한 시점이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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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10 [14:11]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