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FC-123 소화기 제조 근로자 독성간염 증세로 사망… 위험성 도마위

근로자 2명 중 1명 사망, 안전보건공단 조사 착수
세계 유일 HCFC-123 소화약제 허용 국가 ‘한국’
전문가들 “독성 강한 소화약제 생산 금지시켜야”

최영 기자 | 입력 : 2017/08/24 [21:25]
▲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HCFC-123소화약제를 사용하는 청정소화기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 소화기 공장에서 HCFC-123 소화약제를 활용한 소화기를 제조하다 근로자가 급성 독성간염 증세를 보이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정소화약제로 시중에 가장 많이 보급되는 HCFC-123 소화약제의 안전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화살은 해당 소화약제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방청을 향하고 있다.


24일 안전보건공단(이하 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에 소재한 모 소화기 제조 사업장에서 소화약제 충전 업무를 보던 20대 근로자 2명이 HCFC-123 소화약제에 의한 급성 독성간염 의심 증세로 보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1명은 숨지고 1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공단은 22일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인 HCFC-123의 독성간염 발생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공단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환기가 불충분한 약제 충전 공정에서 작업을 하다 HCFC-123 증기가 작업장 내부로 확산돼 체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방독마스크 등 호흡용보호구의 착용 없이 작업을 수행하면서 증기를 직접 흡입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사고로 HCFC-123 소화약제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소방법상 청정소화약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소방당국에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HCFC-123 소화약제의 위험성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질 자체가 독성과 부식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적으로도 이 HCFC-123 소화약제를 타 물질의 혼합 없이 100% 사용하고 있는 나라도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기를 제조하는 관련 업계조차 청정소화약제로 허용되는 국내 법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화기로 사용될 경우 독성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약제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양이 보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당 제품 생산이 불법이 아니다보니 타 약제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어 HCFC-123소화기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약제를 소화기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소방당국과 소화기로 승인을 내주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정소화기는 소화약제에 따른 2차 피해를 일으키지 않아 전기시설이나 통신시설 등 특수 장소에서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영화관,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소화약제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이 HCFC-123 소화약제가 담긴 가스식 소화기를 사용하는 곳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따져보면 시중에 유통된 소화기를 사람에게 직접 방사하거나 실내에서 사용돼 일정 공간에 체류할 경우 언제든지 이번 사고와 같은 독성간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유해성이 분명한 소화약제를 청정소화약제로 등재하고 이를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수많은 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은 정부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하루 빨리 해당 소화약제를 사용하는 소화기의 생산을 중단시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은 HCFC-123 취급 작업장에 밀폐설비나 국소배기장치를 설치 가능토록 하고 유기화합물용 방독마스크와 불침투성 보호복, 보호장갑, 보완경 등을 착용토록 하는 내용의 예방조치 사항을 공지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동종 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보건관리 실태를 불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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