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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오진택 부회장

대형사고가 발생해야만 한 발짝 늦게 이뤄지는 법적 규제
성능위주설계 확대… 맹목적 화재안전기준에서 벗어나야
법 준수 위한 행정… 불필요한 공정 양산하는 세태 초래
품질과 성능 확보 위해 감리 분리발주 법제화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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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08/25 [10:16]

[연속기획-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오진택 부회장

대형사고가 발생해야만 한 발짝 늦게 이뤄지는 법적 규제
성능위주설계 확대… 맹목적 화재안전기준에서 벗어나야
법 준수 위한 행정… 불필요한 공정 양산하는 세태 초래
품질과 성능 확보 위해 감리 분리발주 법제화 추진할 것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8/25 [10:16]
▲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오진택 부회장     © 이재홍 기자


[FPN 이재홍 기자] = 분야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에게 주어지는 ‘기술사’ 자격. 한국소방기술사회 오진택 부회장은 그런 기술사 자격을 무려 8개나 가지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장에서 20년간 설계와 감리 등 활발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무능한 기술자는 적보다 무섭다’는 신념으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오진택 부회장은 한양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ㆍ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소방기술사 외에도 건축전기설비, 발송배전, 정보통신, 건축기계설비, 공조냉동기계, 전기응용, 전기안전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오 부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9번째, 10번째 기술사 자격 취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공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타 공종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오진택 부회장. 지난 14일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주)드림엔지니어링 사무실에서 그가 바라보는 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리나라 소방기술,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의 산업 분야 기술발전은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소방산업은 타 분야 발전에 비해 너무 느리게 발전돼 왔다.


대형사고가 발생해야만 소방설비와 법적 규제의 적용이 한 발짝 느리게 이어진다. 이때 급하게 만들어진 기준과 소방법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기술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법과 제도적인 울타리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주 발생하지 않는 한 번의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소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


국가화재안전기준(NFSC). 최소한의 기준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주자와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는 이 기준의 준수만을 위해 움직인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을 탈피하고 소방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방기술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기술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것이다.


경주 지역 지진으로 인해 급하게 도입된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 역시 가야 할 길이 멀다. 개정이 필요한 부분, 추가돼야 할 항목이 다수다.


이 밖에도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은 소방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뒤따라만 가던 소방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4차 산업의 선두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더 이상 법만을 준수하기 위한 소방산업은 지양해야 한다. 소방산업의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선 관과 민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 소방기술 발전에 있어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은 소방의 유연성 부족이다. 오로지 법만을 준수하기 위해 발전된 기술을 외면하고 있다. 건축 준공에 급급해 필증 발급만을 위한 소방행정에 우선하지 않나 안타깝다.


감리의 소신 있는 업무를 위한 분리 발주도 시급하다. 불이란 건 평생 한 번 날까 말까 한다. 과연 불이 날까 하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그래서 건축주들은 투자를 꺼린다. 싸게 싸게 법만 준수하고 준공 필증만 빨리 받으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소방산업 분야의 R&D 투자 부족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소방기술사들은 대한민국 소방을 책임지는 최고의 전문가들이지만 설계와 감리 분야에만 종사하는 기술자인 줄로 착각할 정도다.


현장 최일선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으로 소방기술사들이 기술개발의 첨병으로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의 R&D 투자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자랑하는 대한민국, 과연 소방설비는 어떠한가? 아직도 30년 전 도입된 열감지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새로 개발된 대부분의 소방설비 시스템은 해가 거듭돼도 법적인 이유로 적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 실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유연성 부족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다. 최근 준공을 앞둔 모 현장에 다녀왔다. 소방 준공필증이 발부됐다고 했다. 여기서도 다른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내일모레 입주할 상가에 소방시설이 이중으로 투자되는 현실이다.


상가가 입점하면 인테리어 등의 이유로 모조리 뜯어 버릴 소방설비들이지만 준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해봐야 법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어쩔 방법이 없다는 말뿐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법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설치하고 입점자는 뜯어냈다가 다시 설치하는 현실이 한탄스럽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1980년대부터 설치돼온 저가의 열감지기가 아직 대부분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 소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조기감지, 초기소화가 소방의 핵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저가의 열감지기는 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린 어린아이를 전쟁터의 경계병으로 세워놓은 꼴과 같다.

 

■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화재안전기준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성능위주 설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조기감지, 초기소화를 위해 열감지기 대신 아날로그감지기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일반주택에도 화재경보감지기 설치가 의무화돼 단독경보형감지기가 늘어나고 LH를 중심으로 아날로그감지기 설치가 확대되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부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화재의 예방과 경계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또 소방감리를 전기 분야와 동일하게 지자체장이 발주하도록 개선해야만 품질과 성능의 확보가 가능해지고 저가입찰경쟁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

 

■ 소방기술사회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추진할 업무는 소방감리의 분리발주다. 최근 공동주택 발주 물량 감소로 업계의 저가수주가 같은 설비 분야 전기 분리발주 대비 50% 이하의 심각한 수준이다.


최저가 경쟁 입찰이다 보니 우선 수주하고 현상 유지하기에 급급하다. 최근에는 소방기술사 인력 부족과 임금 인상으로 적자현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반드시 분리발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방기술사의 권익 신장과 먹거리 창출을 위한 노력도 경주할 계획이다. 특히 위험물 분야의 소방시설 설계와 감리, 시공, 점검 자격과 배치에 관한 기준 법제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방시설 내진설계기준도 제4조 ‘수원’과 제18조 ‘가스계 및 분말 소화설비’ 등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


또 현재 소방내진자재들이 UL 인증품으로만 적용되고 있으나 이제는 국산 기술개발을 통해 KFI인정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도개선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현실성 있는 현장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소방기술사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 보유자들이다. 이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술개발에 앞장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또 개인적으로도 오진택기술사학원장과 (주)드림엔지니어링, (주)내진드림 대표로서 사명과 역할 수행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솔선수범하며 배움과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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