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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화재안전의 근간 ‘화재예방 정책’ 이대로 좋나 - ② 소방용품 제조

생산 때마다 검사하는 소방용품 검사제도 “후지다, 후져”
잊을만 하면 터지는 불량 소방용품 “사후검사 강화돼야”
국내 시장 안주하는 소방산업, 글로벌화는 먼 나라 얘기

최영 기자 | 입력 : 2017/08/25 [10:21]
▲  시중에 유통되는 국내 쇼방용품

 

[FPN 최영 기자] = 지난 6월 14일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 그렌펠 타워 화재에 이어 8월 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토치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내 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성이 이슈로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유사한 형태로 확산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런던 화재에서는 80여 명이 사망한 반면 두바이 화재 땐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부재했던 소방시설과 정상 작동한 소방시설, 그리고 건축 구조물의 특성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올해 1월 4명이 사망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를 볼 때 국내 건축물의 화재안전성도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은 건축 구조와 소방시설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내부 구조가 복잡성을 띄고 고층인 건물에 있어서는 소방의 대응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내부 소방시설과 건축 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FPN-소방방재신문>은 건축물의 화재안전 기반을 만드는 화재예방 정책을 분야별로 조명하기 위해 ‘화재안전의 근간 화재예방 정책 이대로 좋나’라는 주제로 기획 지면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화재예방 행정과 제도 중 오랜 기간 분야에서 지적돼 온 문제를 선별했다.


우선 단계별 소방시설의 적용 과정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소방용품의 제조와 설계, 공사, 감리 과정을 거쳐 소방시설관리로 넘어가는 결코 단순치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소방용품의 품질이 확보되고 적정한 설계, 공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관리 감독해 인허가로 이어지는 ‘감리’과정을 거치면 건축물의 화재안전시설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게 지어진 건축물의 소방시설은 최종적으로 관리 분야에 넘겨진다.


이 중 소방시설로 사용되는 각종 소방용품은 세계적 수준과 비교할 때 비교적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우리나라 소방용품의 후진적인 검정 시스템과 특이한 구조 특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두 번째 기획기사의 주제는 바로 이 소방용품이다. 무슨 문제로 인해 품질 수준은 떨어지고 고성능 제품이 유통될 수 없는 실정인지 그 배경을 분석했다.

 

▲   소방용품들이 제품검사를 받기 위해 나열돼 있다.

  
‘딱’ 그 수준... 후진적 검사 제도가 낳는 폐단
우리나라의 모든 소방용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검사를 반드시 거쳐야만 시중에 유통할 수 있다. 관련법을 통해 사전검사 제도로 운영되는 소방용품 검사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사체계는 소방용품에 최소한의 품질 제한을 둬 엄격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방용품의 품질과 기술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소방용품의 형식승인 또는 성능인증 기준의 최소 충족 범위에만 맞추면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 형식승인 또는 성능인증을 통과만 했다면 시장 내에서는 동일하게 취급받게 되는 구조 탓이다.


오히려 기술개발을 통해 부가 기능을 넣어 제품의 품질을 높인 업체는 시장에서 높은 단가로 인해 공급 자체가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다. 소방용품이 소방관련법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법규 충족 제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방용품을 구매하는 직접적인 소비자가 실제 해당 건축물에 입주하거나 임대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건설사 등 시공업체라는 점도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소방용품 제조사의 관계자는 “지금의 소방용품 시장은 형식승인과 같은 인증 획득 여부와 낮은 단가라면 최고로 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가 기능을 갖추거나 품질을 높인다고 해서 시장에서 더 나은 품질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보니 기술개발이나 투자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획일화된 소방용품의 검사 시스템은 각 생산 제품의 성능 수준을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도 불러온다. 제품규격이나 형상, 구조, 부품, 소재 등 형식승인 기준 등에 적합한지 여부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험 결과값 등의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동일한 시험을 거친 제품이라도 업체마다 품질 수준이 차이가 나타나지만 이를 확인할 길은 없다.


현장의 한 소방감리자는 “동종 제품의 제조사별 시험 결과 데이터는 제품의 내구성이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지만 검사를 하는 소방산업기술원은 구체적인 실험 결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어떤 제품이 내구성이 더 높은지, 실험 결과치가 더 좋은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 판단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 승인 기준에 따른 적합판정 개념에서 성능의 수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 결과 공개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조업체 신청치에 따른 결과값 공개 등 품질 다양화로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변별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용품의 품질을 세부적으로 등급화해 시행한다면 이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성향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   제품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소방용품과 각양각색의 스프링클러 헤드

  

잊을만 하면 터지는 불량 소방용품 “사후검사 강화돼야”
지난 2014년 발생한 불량 불꽃감지기 사태와 2006년 발생한 불량 소화기 사태, 이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소방용품이 제품검사를 거쳐 시장에 유통된 뒤 문제를 일으켰단 사실이다.


유통 전 제품을 검사했던 한국소방산업기술원(구 소방검정공사)은 제품검사 과정 또는 검사 이후 발생한 일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제품의 형상을 변경하거나 내부 부품을 바꿔치기 했지만 제품 검사를 받은 뒤 벌어진 일이기에 사실상 면피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다행히 관련 제조사는 강력한 처벌을 받았지만 일부 제품은 아직도 회수 또는 교체되지 못하는 등 후유증을 남겼다. 피해는 고스란히 제품을 구매한 수요처에 전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량 소방용품이 유통된 사건은 현행 사전제품 검사 제도만으로 소방용품의 품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제도의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방용품의 사후 관리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 이전에 이뤄지는 사전제품 검사에만 초점을 둔 소방용품 검사체계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소방산업기술원의 사전제품 검사는 로트별 일정 수량을 정해 샘플 확인을 거치는 형태로 운영된다. 운이 좋아 샘플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으면 전량이 통과되고 운이 나빠 한 개가 불량이었다면 신청했던 모든 수량의 제품이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원천적으로 사전제품 검사를 통해 모든 불량 소방용품을 걸러낼 수 없는 구조다.


지난 2012년 소방청의 전신인 소방방재청은 ‘수집검사 제도’를 도입해 시장에 유통된 특정 소방용품을 해마다 수거해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사전제품검사를 받은 뒤 증지를 붙여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수거 필요 제품을 선정하고 시험 역시 소방산업기술원에서 실시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전제품 검사를 받아 시중에 유통된 제품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소방산업기술원은 제 발등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수거시험이 될 리 없다. 이 때문에 수거시험의 대상품은 임의인증 제도인 성능인증 대상품이나 품질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적은 제품을 선별하는 경향이 크다. 설사 문제가 나타나더라도 발표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는 의혹까지 받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사전제품검사는 일일이 제품검사를 받아 유통해야만 하는 특성 때문에 제조사에겐 시공 현장에 적기 공급이 불가능한 문제까지 선사하고 있다. 심지어 검사 증지를 붙이기 위한 아르바이트 인력을 별도로 써야하는 등 생산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품검사를 위해 전국의 제조사를 직접 찾아다니는 소방산업기술원의 담당 부서 입장에서도 부족한 인력 탓에 적기 검사가 어려워 제조사들로부터 쓴 소리를 듣기 일쑤다.


국내 소방용품의 형식승인과 제품검사 제도는 부실한 영세 업체를 양산하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먼 과거 소방용품 제조업을 하기 위해선 제조업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이 제도는 폐지됐다.


이후 최소한의 시험시설만 있으면 소방용품의 형식승인 취득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외주 생산을 하더라도 품질관리 능력보다는 시험시설만 있다면 누구나 소방용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시험시설을 대여해서 승인 받을 수 있는 근거까지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등에서 부품만을 수입해 조립하는 소위 조립 공정 제조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제조업체의 품질관리 능력 체계를 평가해 허가를 내주고 현행 사전검사 체계를 사후검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체 품질관리 인력과 시험시설, 공정 등을 확인하고 제품의 시험 결과를 토대로 승인을 내주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분기별 공정심사와 성능과 더불어 품질관리 등을 사후에 확인하는 사후 검사방식으로 전환하고 문제 발생 시에는 엄격한 처벌을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신세 처한 국내 소방용품들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방용품 제조사는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다. 각 제품에 대한 국제표준화가 미흡하다보니 해외 수출을 위해선 별도 공정을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소방용품 기준은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기준과 다른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소방용품 기술기준은 외국 제품의 무차별적인 유입을 차단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선 이점을 갖는다. 그러나 역으로 국내 제조사의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할 땐 수출연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방청 등 정부에서는 소방용품의 기준 글로벌화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산업계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지극히 낮은 실정이다.


특히 최초 일본규정을 따와 만든 우리나라 소방용품의 기술기준을 기반으로 미국 UL이나 FM, ISO 등 선진 기준을 추가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제품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형적 기준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선 소방용품의 기술기준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세세히 따져보면 일부 기준만을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국내 소방용품의 대표성과 수출연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험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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