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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홍성국 부회장

“설계, 감리 등 소프트웨어에 치중된 현실 안타까워”
“준공 전 소방시설점검, 안전한 건축물 위해 필요”
“낮은 품질 기준이 우수한 신제품 개발 저해 요소”
“불량제품은 곧 부실관리로… 사회적 인식 전환돼야”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9/11 [14:01]
▲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홍성국 부회장     © 이재홍 기자


[FPN 이재홍 기자] = 소방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술 자격인 소방기술사. <소방방재신문/FPN>은 그런 소방기술사들의 모임인 ‘한국소방기술사회’ 21대 임원들로부터 현 소방 분야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들어보기 위한 연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 마지막 인터뷰 대상은 홍성국 부회장이다. 소방기술사와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을 보유한 홍성국 부회장은 설계, 전문 공사, 관리는 물론 제조에 이르기까지 소방의 모든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본업 외에도 한국소방안전협회와 화재보험협회 강사, 서울소방재난본부 심의위원, 감사원 행정감사 지원 등 여러 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홍성국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 한국소방기술사회 21대 부회장직을 맡았다.

 

진정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소방용품, 시설의 품질 자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홍성국 부회장. 대부분의 소방기술사가 설계와 감리 등 소프트웨어 측면으로만 치우친 현실이 안타깝다며 보다 많은 기술인력이 신제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5일 한국소방기술사회 사무국에서 만났다.

 


 

■ 우리나라 소방기술,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소방기술을 현장에 접목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경제적 논리에 치우쳐 무조건 저가의 제품만 찾다 보니 내구성이나 성능에 대한 신뢰성이 없는 불량제품 설치가 비일비재하다.

 

성능을 보장할 수 없는 불량 소화기는 실제 화재가 났을 때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다. 또 화재감지기가 불량일 경우에는 오동작이 발생하기 쉬우며 잦은 오동작은 수신기 차단으로 이어져 화재 시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결국은 제품의 자체의 품질을 높여야만 이런 일들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경제적 논리에 매몰돼 저가의 제품만을 찾는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가격이 올라가면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팔리지 않는 제품을 만든 업체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제품 생산의 최소 기준을 높여야 한다. 검사 기준을 강화해 불량제품이 나올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압이 빠지는 소화기, 오동작이 잦은 화재감지기. 진짜 문제는 이런 불량제품들조차 소방산업기술원의 검사를 통과해 유통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 소방 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소방기술사들은 주로 소방감리, 특히 대형 현장의 상주감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주 공정인 건축공정에 맞춰 공사가 진행되고 소방공사는 막바지에 짧게 이뤄지다 보니 항상 준공기일에 쫓기게 된다.

 

이 때문에 소방설비 하드웨어만 설치하고 실제 제대로 동작하는지 소프트웨어 기능에 대한 점검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스프링클러헤드, 감지기, 유도등, 수신기 등 법으로 규정된 제품이 설치돼 있는지만을 확인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불량제품을 걸러줄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셈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실제로 그런 현장들을 많이 봤다. 스프링클러헤드를 가짜로 박아놓은 데도 있었고 배관에 연결하지 않은 채 헤드만 꽂아놨다가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경우도 봤다. 준공 전 단 한 번의 점검만이라도 이뤄졌다면 없었을 문제다.

 

■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에는 LH와 SH 등 일부 기관에서는 준공 전 별도의 소방시설 점검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소방시설의 실제 작동 여부까지 점검한 뒤 준공을 내는 것이다. 굉장히 좋은 시도라고 본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돼 대형건축물,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된다면 보다 안전한 건축물이 지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감리한 현장에 점검업체가 와서 점검하는 것을 반대하시는 기술사분들도 있다.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방 분야에 오랜 기간 종사해왔고 제조와 감리, 관리업까지 하고 있다 보니 이런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느낀 것이다.

 

물론 어느 현장 같은 경우에는 몇 년간 점검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미비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다. 점검을 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최소한 큰 대형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소방기술사회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이 궁금하다.
기술사회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된 소방기술사의 약 77%만 기술사회 회원이고 50% 정도만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상황이라 재정이 상당히 열악한 형편이다.

 

그래서 변호사법이나 약사법처럼 업을 등록하거나 취업을 하게 되면 기술사회에서 확인절차를 거친 후 교육도 하고 회원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원이 증가하고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면 정부의 용역업무라던가 안전진단 등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소방기술사들이 주로 소프트웨어 쪽에서 종사하고 있다. 설계나 감리 업무에 치중돼 있는 것이다. 이게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드웨어 쪽으로의 진출이 많지 않다는 점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외국에서는 소방기술사들이 제조에 종사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프링클러헤드를 만든다든가 소화기나 경보설비를 만든다든가 하는. 화재감지기 시험기 제조를 하면서 외국 바이어들을 만나보면 기술사들이 많다.  

 

경험이 많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소방 엔지니어들의 하드웨어 분야 진출이 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 현재의 문제점들을 대폭 개선하는 등 하드웨어의 발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보다 우수한 제품,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은 필연적으로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성능만 충족하면 되는 구조, 저가 제품만 찾는 풍토에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일례로 내용연수 법안이 만들어졌다. 10년 이상된 노후소화기를 폐기하거나 검사를 받아 사용기한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내용연수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단 안전을 위한 법임에도 순서가 틀렸다는 게 문제다.

 

왜 10년인가? 품질을 강화해서 20년, 30년 지나도 끄떡없는 소화기를 만들면 안 되나? UL 같이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한다면 수십 년이 지나도 안전할 수 있다.

 

제품의 품질 자체를 끌어올리면서 노후에 대한 대비가 이뤄졌어야 했다. 품질 규정은 그대로 두고 무조건 기간이 되면 바꿔라? 이건 모순이다. 

 

과연 제조원가 만원 이내 소화기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가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검사 기준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다른 것도 아닌 안전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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