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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화재안전의 근간 ‘화재안전정책’ 이대로 좋나 - ③소방시설 점검
너무 먼 법과 현실… 중앙ㆍ일선ㆍ업계 ‘동상이몽’ 어쩌나
단속 때마다 적발되는 관리사 미참여, 거짓보고, 부실점검
‘을’에게 ‘갑’을 지적하라니… 문제 있어도 ‘함구’할 수밖에
일 터지면 쏟아지는 공문에, 민원까지… 담당자도 괴롭다
 
이재홍 기자 기사입력  2017/09/11 [14:02]

[FPN 이재홍 기자] = 지난 6월 14일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 그렌펠 아파트 화재에 이어 8월 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토치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내 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성이 이슈로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유사한 형태로 확산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런던 화재에서는 80여 명이 사망한 반면 두바이 화재 땐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부재했던 소방시설과 정상 작동한 소방시설, 그리고 건축 구조물의 특성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올해 1월 4명이 사망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를 볼 때 국내 건축물의 화재안전성도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은 건축 구조와 소방시설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내부 구조가 복잡성을 띠고 고층인 건물에 있어서는 소방의 대응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내부 소방시설과 건축 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FPN-소방방재신문>은 건축물의 화재안전 기반을 만드는 화재예방정책을 분야별로 조명하기 위해 ‘화재안전의 근간 화재안전정책 이대로 좋나’라는 주제로 기획기사 지면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화재예방 행정과 제도 중 오랜 기간 분야에서 지적돼 온 시급한 문제를 선별했다.

 

우선 단계별 소방시설의 적용 과정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소방용품의 제조와 설계, 공사, 감리 과정을 거쳐 소방시설관리로 넘어가는 결코 단순치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소방용품의 품질이 확보되고 적정한 설계, 공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관리 감독해 인허가로 이어지는 ‘감리’ 과정을 거치면 건축물의 화재안전시설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게 지어진 건축물의 소방시설은 최종적으로 관리 분야에 넘겨진다.

 

관리는 말 그대로 완성된 소방시설이 계속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요 공종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 완벽한 설계와 시공, 감리가 이뤄졌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소방시설이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다. 그래서 완공과 함께 끝나는 타 공종과 달리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유일한 공종이기도 하다.

 

소방시설 관리의 중요성은 실제 사고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망 8, 부상 110)와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사망 4, 부상 47) 등 피해가 컸던 사고에서는 어김없이 부적절한 소방시설 관리 문제가 뒤따랐다.

 

하지만 소방시설 관리 분야에 대한 신뢰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이 난무하는가 하면, 현장에서는 아예 시설 자체를 차단해놓은 경우도 많다. 안전을 위한 필수 공종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법적 책임 때문에 해야만 하는 귀찮은 과정처럼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 소방시설 관리업체 직원이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소방시설 차단… 과연 일부일까?

소방시설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분야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소규모 상가들이 밀집한 대형 복합건축물의 경우 오작동과 비화재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소방시설을 꺼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시로 이뤄지는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훼손되거나 최초 설계와 다르게 변경된 경우도 허다하다.

 

부실한 소방시설 관리는 결국 막대한 피해로 돌아왔다. 올해 2월 발생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에서 생존자들은 대피 방송이나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비화재보를 우려한 관리업체의 소방시설 차단이 원인이었다. 4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해당 현장은 개장 후 무려 6년간 단 9일만 소방시설을 정상 가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이틀 전 관할 소방서인 화성소방서로부터 ‘대형화재취약대상 안전환경조성 경진대회’ 최우수업체로 선정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정작 소방 분야의 관계자들은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소방시설의 부실 관리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쇼핑몰이나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에서 소방시설이 법적 기준에 따라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장담한다”며 “영업에 지장을 줄까봐, 혹은 크고 작은 공사들을 이유로 차단해놓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 화재가 발생한 동탄메타폴리스에서 검은 연기가 분출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해마다 불거지는 거짓보고, 부실점검

감사원은 지난달 ‘국가 주요시설 재난대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6년 실시된 소방시설 자체점검결과보고서를 토대로 벌인 감사에서 14명의 소방시설관리사와 업자가 134개 특정소방대상물 자체점검에 참여한 것처럼 거짓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이 거짓보고서가 제출된 충청북도 소재 공공시설 3개소를 표본 점검하자 실제 소방시설 역시 엉터리로 관리되고 있었다. 모 대학에서는 소화설비에 안전핀을 꽂아놔 동작 정지 상태로 관리하고 있었으며 경보설비도 꺼놓고 있었다. 또 방화문과 방화셔터도 작동되지 않는 등 3개 시설에서 모두 소방시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이 같은 거짓보고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2년과 2015년에도 한 차례씩 적발되며 홍역을 치렀다. 2012년에는 58명, 2015년에는 무려 118명(처벌 33명)의 소방시설관리사가 점검 기간, 해외에 체류했거나 병원에 입원했던 이력이 확인됐다. 반복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다.

 

확고한 ‘갑을 관계’… 구조적 한계가 낳은 폐단
이처럼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이 난무하는 현실은 소방시설 관리 분야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주요 공정임에도 결국은 건물주와 관리업체의 계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지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규모 소방시설 관리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건물주로부터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지만(건물주에게) 정작 소방서에 제출할 보고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작성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해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는 다음번 계약 여부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A 씨의 회사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소방시설 관리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한 건의 계약은 곧 생계가 되기도 한다.

 

A 씨는 “최근에는 관리사 한 명이 늘어나면 업체 하나가 생긴다고 할 정도로 경쟁도 심하다. 일일 15만원, 20만원 전단까지 나도는 상황이니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질 리 있겠느냐”며 “결국 법정 인력을 투입하지 않거나 공사업까지 등록해 공사비, 자재비로 손해를 충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시ㆍ도 공무원들이 소방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민간 의존도 커진 점검… 안전에 덧씌워진 경제 논리

소방시설 점검은 본래 관과 함께 이뤄져 왔다. 과거 소방관서에서 전수적으로 실시되던 소방검사가 지난 2012년 2월 특별조사 체제로 바뀌며 점검에 대한 민간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기존 소방관서를 통해 실시되던 소방검사 제도가 사라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조사만이 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추리면 소방관서보다는 민간 자체점검이 소방시설의 상태를 좌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관의 소방검사 업무가 사라지고 민간의 역할이 커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관이 아니라 민간업체가 점검을 하다 보니 안전을 위한 영역에 시장 논리가 과도하게 개입된 탓이다.

 

정상적인 점검을 위해서는 적정한 시간과 인력의 투입이 필수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비용 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용이 드는 것을 달가워할 건물주는 없다. 확실한 점검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싼 업체를 찾기 마련이다.

 

소방시설관리업체에서 입찰 등을 담당하는 B 씨는 “민간 건물은 해봐야(점검) 손해인 경우도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B 씨는 “아는 현장에서 견적을 내달라고 해서 봤더니 하루 60만원 이상은 받아야 이윤이 남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45만원에 할 수 있다는 업체가 있다면서 50만원에 해주면 우리랑 하겠다고 하더라. 해봐야 손해지만 그거 안 한다고 직원들 월급 안 나가는 건 아니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공공기관의 관급 용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입찰 시 준수해야 할 법정 단가를 지키는 사례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이처럼 민ㆍ관에 걸쳐 저가 입찰,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실점검은 물론, 불법까지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소방시설관리업은 자재비나 시설비가 소요되는 제조업과 달리 인건비의 비중이 높다. 여기에 법정 투입 인력과 일일 점검 한도가 정해져 있어 비용을 줄이는 데도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계약 자체를 따내지 못하는 상황. 계약을 성사해도 인건비조차 안 되는 금액을 받는 업체들은 불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소방시설관리사 미참여와 자격증 대여, 배치신고 회피를 통한 탈세와 과다 점검 등은 그런 실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중한 업무, 부족한 인력… 일선 담당자 업무 포화도 심각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고 소방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할 일선 소방관서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린다. 사고가 터지고 법규가 강화될 때마다 중앙에선 공문이, 현장에선 민원이 쏟아진다. 그만큼 담당해야 할 업무는 늘어나는 데도 증원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수도권 일선 소방서에서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C 씨는 “소방점검에는 자체점검뿐만 아니라 비상구, 소방특별조사 등 수많은 점검이 있다”며 “완비, 재교부 등 증명서발급 같은 업무들도 실무담당인원에 비해 너무 과다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소방서 예방담당 D 씨는 “수많은 대상물의 자체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불이 나거나, 특별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건물주나 관리업체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소방시설 점검을 수행하는 업체는 물론 일선 소방서에서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들조차 현 소방시설 자체점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건물주와 관리업체 관계자의 의식 부재를 꼽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실성 있는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소방서의 한 예방업무 담당자는 “건물주 대부분이 소방법에 대해 무지하고 과태료나 벌금을 물을 때만 어떻게든 직면한 문제를 모면하려 할 뿐 평상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를 떠나 엄중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법에 따른 행정처분 등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사회의 관심과 의식 수준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예방업무 담당자는 “관리업체에 대한 높은 처벌기준이 너무 획일적이라 현실과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소방안전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가벼운 문제와 시설 자체가 먹통이 되는 중대한 사안이 똑같이 거짓보고로 분류되기 때문에 위법 행위에 따른 처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실성 없고 과하기만 한 처벌이 아니라 경중(잘못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시설 관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리업자 입장에서는 거래 관계가 곧 존폐를 결정하기에 불합리한 조건을 알면서도 일을 수주하는 게 현실”이라며 “자체점검제도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관의 업무 성격을 가진 만큼 적정 단가에 대한 표준 설정과 건물주와 관리업체와의 갑을 관계를 끊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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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1 [14:02]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