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화재조사 법률 제정 마침표 찍어야

최영 기자 | 입력 : 2017/09/25 [11:14]
▲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도둑 잡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누구죠” 초등학교 도덕 교과 시간에 던진 선생님의 질문이다. 학생들은 주저 않고 “경찰이요”라고 답했다.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불이 왜 났는지 조사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대다수 학생은 ‘소방관’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불을 끄는 사람은 소방관이니까. 화재원인도 당연히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추측이었다.


우리나라 초등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직업관을 탐색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법과 관련 제도가 꼭 그 직업관과 합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불은 소방관이 끄는데 경찰관이 화재 조사를 주도하는 현실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연 이런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화재조사는 화재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업무다. 그 이유는 유사 화재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화재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제2차 피해를 막고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예방대책의 방향을 설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화재조사는 경찰이 주도하고 있다. 형법상 방ㆍ실화죄 근거가 그 이유다. 이 덕에 경찰들은 일단 현장을 덮어놓고 화재를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불합리한 법과 제도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소방과 경찰은 물론 학계에서도 논의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지금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국가 정책은 통계를 근간으로 수립된다. 여기에 입각한 화재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44,480건이 발생했다. 그 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8%를 차지한다. 방화였거나 방화가 의심되는 화재는 단 5% 정도다.


경찰은 이 5%의 방화범 검거를 위한 화재수사권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면서 화재 발생 현장을 틀어쥔다. 가장 많은 화재 비중을 차지하는 ‘부주의 화재’는 불의 위험성을 예측하지 못해 빚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국민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화재예방 대책과 정책 홍보활동으로 보호망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경찰 생각대로라면 형법을 근거로 화재수사는 물론 화재예방대책까지 집행해야 할 판이다. 소가 들어도 기가 찰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범죄혐의점이 있을 경우 기소를 한다. 실화의 경우 실화자 자신도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입건까지 하는 사례는 드물다. 형법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논리가 궁색한 배경이다.


문제의 핵심이 경찰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방과 경찰의 조직 논리 싸움만큼은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과 득을 따지기 보단 불필요한 권한은 내려놓고 국민에게 득이 되는 것을 먼저 따져야 한다.


지난 18대와 19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었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경찰의 강한 반대가 주된 이유였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소방의 화재조사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화재조사의 방법과 절차, 기반조성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또 폐쇄적인 소방조직의 화재조사 정보를 국민에게 공표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의 법안 발의는 화재 조사 현장에서 몸소 체감한 소방의 화재조사 체계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바른 정책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인상 깊다.


소방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화재 예방정책을 단발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러한 구시대적 소방예방 행정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과학적인 화재조사 결과를 화재예방 정책으로 환류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가 중요한 이유이자 필요한 배경이다.


이 법은 형법과의 마찰소지도 없어야 한다. 화재조사에 관해 다른 법률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차후 법안이 실현되면 경찰도 강도, 폭력, 사기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화재현장에서 범죄혐의점이 발견되면 경찰의 특별한 요구가 없더라도 소방은 수사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공동대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총 43,4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일일평균 119건의 불이 나는 셈이다. 이제 수많은 화재 현장에서 화재조사의 주체가 누구냐를 놓고 벌이는 설전을 끝내야 한다.


소방과 경찰의 이중적 조사를 받아야 하는 국민을 볼모로 묶어둘 수만도 없다. 소방과 경찰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국회에 계류된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바라봐야할 것은 바로 당신들이 몸담은 조직이 아닌 국민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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