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소방관 순직, 그리고… 우리가 슬픔 속에서 배워야 할 것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17/09/25 [11:31]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지난 17일 새벽 ‘소방의 별’ 한 쌍이 떨어졌다.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에 있는 기와 목조 정자인 석란정에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화재를 진압하던 도중 건물이 무너지면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퇴직을 1년 앞둔 선배 소방관과 이제 소방관이 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새내기 후배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앞에 모든 이들의 상심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소방관은 죽어야 관심을 받는 조직이다”라는 자조 섞인 말도, 고인들을 향해 영웅이었느니 하는 위로마저도 별 의미가 없는 그런 하루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재난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자그마치 50여 명에 이른다. 매년 평균 5명의 소방관이 현장에서 사라져 갔다.


이웃나라 미국에서도 해마다 60명에서 80여 명의 소방대원들이 순직한다. 순직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기를 내걸고 시가행진도 해보지만 그 슬픔을 견뎌내기에는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 인력과 장비 부족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서만 그 원인을 찾았다. 물론 이 문제들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중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슬픔을 통해 찾아야 하는 진정한 순직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을 또 다른 시각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생전에 고인들이 걸어왔던 숭고한 땀과 희생의 길을 훼손하지 않고 보다 발전적인 소방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압축 성장을 통해 급성장한 대한민국의 화려함 이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깊게 뿌리박힌 위험요인들은 모든 소방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방관의 순직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수도 있겠다는 자책감이 든다.


한편 재난현장에서 소방관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어떤가. 혹자는 소방관의 활동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현장 활동을 방해하거나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방관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다. 소방관이 일하는 전문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신뢰하고 협조해줘야 한다.


소방관의 순직 뒤에는 살아남은 유가족과 동료들이 있다. 그들의 아픔 또한 국가가 보듬어줘야 할 영역이다.


미국에서는 1992년 의회가 중심이 돼 만든 순직소방관재단(National Fallen Firefighters Foundation)의 유가족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고 위로해가면서 아픔을 딛고 고인이 평생 걸어왔던 숭고한 길의 참 의미를 배워가고 있다.


슬픔 속에만 빠져 있는 것, 지금의 현실을 비관하거나 자포자기하는 것은 결코 고인들의 뜻이 아닐 것이다.

 
살아남은 우리는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열심히 살아서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순직사고를 계기로 소방관의 부상과 사망사고를 줄이고 소방관이 현장에서 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소방의 사명을 담당해 나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고민해 주길 바란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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