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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화재 시 유독가스 막는 제연댐퍼, 전자파에 ‘속수무책’
무전기 전자파에 ‘차압’ 수치 오락가락, 기기까지 오작동
2년 전 전자파 기준 강화했다더니… 최근 생산품도 문제
전자파 내성 시험 기준이 문제인가, 제품 부실이 원인인가
강한 풍압에 개방조차 안 되는 제연댐퍼, 품질 왜 이러나
박남춘 의원 “문제 원인 근본적으로 파악해 대책 마련해야”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7/10/10 [11:55]
▲ 제연설비를 갖춰야 하는 건축물에 실제 설치되고 있는 제연댐퍼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제연댐퍼가 전자파에 대한 내성이 취약해 이해 못 할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강한 풍압으로 인해 댐퍼 자체가 열리지 않는 현상까지 확인되는 등 유독가스 확산을 제어하는 제연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인천남동갑)과 JTBC, 본지<FPN/소방방재신문>가 제연설비 신뢰성 확인을 위한 현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 건축물에 설치된 제연댐퍼 근처에서 무전기를 사용할 경우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물에 설치되는 제연설비에는 필수적으로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 급기댐퍼’가 설치된다. 이 댐퍼는 방호 공간에 바람을 불어 넣어 화재 발생 구역으로부터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화재 시 피난로가 연기로 오염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핵심 설비다. 만약 이 댐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제연설비는 설치하나 마나인 셈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제연설비에 있어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소방관련법상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소방시설이 전자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화재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장조사에 함께 참여한 전 한국소방기술인협회 회장인 정석환 소방기술사(재난과학 박사)는 “화재 시 피난로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제연설비가 전자파에 영향을 받아 오작동하게 되면 유독가스가 제연구역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며 “자체 소방활동과 소방관의 출동 시에도 무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상 현상에 따른 위험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생활 무전기나 소방용 무전기나…
박남춘 국회의원실과 JTBC, 본지(FPN/소방방재신문)는 지난 9월 29일 최근 서울 지역에서 소방완공 허가를 받은 공동주택과 업무시설 등 두 곳에 설치된 제연댐퍼(이하 댐퍼)의 전자파 영향 여부를 직접 점검해 봤다.


이 조사에서는 실제 현장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 2종과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무전기 1종 등 총 세 가지 종류의 무전기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제연댐퍼의 전원을 확인한 뒤 댐퍼 근처로 무전기를 가져가자 ‘0’으로 표기돼 있던 댐퍼의 차압수치는 순식간에 치솟기 시작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던 수치는 200㎩ 이상으로 치솟거나 수치 표기에 에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 제연댐퍼 인근에서 무전기를 사용하자 차압 수치가 오락가락 변동됐고 개폐가 제멋대로 이뤄지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위는 1차 현장 조사를 진행한 공동주택, 아래는 2차 조사를 실시한 업무시설의 제연댐퍼다.     © 최영 기자


단순히 수치만 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차압수치 변화 값에 따라 댐퍼는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등 성능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이 드러났다.


무전기의 종류에도 상관이 없었다. 흔하게 사용되는 생활 무전기에서도, 소방서에서 실제 사용하는 무전기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무전기 종류에 따라 짧게는 30cm 거리에서 길게는 1m 정도까지 댐퍼에 오류가 발생했다. 제연댐퍼의 상부 측 커버가 열린 상태에서는 거리와 크게 관계없이 댐퍼가 설치된 공간 내 어디서든 무전기로 인한 댐퍼의 기기적 오류가 발생했다.


“2년 전 전자파 내성 시험 도입” 문제없다더니…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방용품 검사를 수행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지난 2015년 댐퍼에 대한 전자파 내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술기준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기준 도입 이후 유통된 제품에는 전자파 문제가 나타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 2015년 전자파 내성시험기준의 도입으로 전자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소방산업기술원의 주장이었지만, 2017년 4월 제조된 제품에서도 동일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됐다.   ©최영 기자

약 2년 전 전자파 시험규정을 댐퍼 기술기준(성능인증 기준)에 도입하면서 현재 보급되는 제품에선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박남춘 의원실과 함께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는 최근 생산된 제품에서도 동일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두 번째 실태 조사 현장이었던 한 업무시설에는 2017년 4월 생산된 제품이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이 댐퍼 역시 무전기가 인접했을 때 오류가 발생했다.


해당 댐퍼가 성능인증을 획득한 시기는 2016년. 소방산업기술원 주장과 달리 2015년 전자파 내성 기준이 반영된 이후 생산된 제품이다. 과거 제품이나 기준 강화 후 최근 생산 제품 모두 전자파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제품 제조메이커와 관계없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자파에 반응하는 댐퍼에 혼란도 속출
무전기 전자파에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는 현장 소방기술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소방시설의 댐퍼 차압 표시부는 해당 건축물의 제연설비가 법규상 정상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제연설비의 점검 과정에서 수치가 들쑥날쑥하게 나타나면서 소방시설을 점검 또는 감독하기 위해선 사용하는 무전기를 고의로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제연설비가 구축된 일부 현장에서는 무전기를 사용하며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을 수행하던 중 오작동 현상이 발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모 현장에서는 소방시설 감리 수행자에게 무전기로 인한 댐퍼 오작동 문제를 해소하라는 관할 소방서의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장 기술자 입장에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모 소방기술사는 “제품의 태생 자체가 전자파에 약한 것을 현장에서 보완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니 방법을 찾을 수가 있겠나”며 “댐퍼를 제조하는 업체는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황당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감지설비)의 중계기가 제연댐퍼 내부에 설치됐을 때에도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 소방감리를 수행하는 한 기술자는 “일부 현장에는 중계기를 설치할 경우 댐퍼가 중계기의 전자적 영향을 받아 댐퍼 기능에 오류가 생기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계기를 발신기 쪽으로 설치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무전기 오류 댐퍼, 전문가도 이해 못 해
국립전파연구원의 전문가는 정상적인 전자파 내성 시험을 받아 시중에 보급되는 전자제품이 무전기에 반응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서 “이런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라고도 했다.


전자제품의 전자파 시험 기준을 담당하는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소방 같은 경우는 특히 안전 분야임에도 만약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기준을 강화하는 등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다”며 “그렇지만 사실 지금까지 이런 일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소방기기가 거치는 전자파 내성 시험의 강도 10v/m는 보통 기지국 바로 옆에서 나오는 세기”라며 “보통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자제품보다 3배가량 강한 수치이고 일반 제품들도 이상이 없을 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준 미흡 VS 제품 부실… 원인은 둘 중 하나
이해 못 할 전자파에 의한 이상 영향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전자파연구원 관계자의 말처럼 관련 기준이 낮을 수도 있지만, 양산 제품이 규정된 기준과 달리 전자파에 취약한 불량일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방시설에 적용되는 소방용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생산 때마다 샘플 검사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이 실제 시장에 공급된다. 그러나 전자파 내성 시험의 경우 성능인증을 받는 당시 최초 인증 제품에 대해 1회를 거치고 양산 제품에 대해서는 샘플검사조차 하지 않는다.


소방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부정기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성능인증 당시 수준과 유사한 검사를 받게 된다. 부정기 시험 대상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부정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 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최초 성능인증 시 1회, 부정기 시험에 걸리지 않으면 전자파에 대한 내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는 않는 셈이다. 이 전자파 시험의 경우도 전자파 시험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민간 위탁기관에 맡겨진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부정기 시험은 무작위로 컴퓨터를 돌려 선정되는데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 받는 것 같다”며 “위탁기관을 통해 전자파 시험을 거치지만 부정기 시험에서 전자파에 문제가 됐던 적은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무전기에 오작동하는 제연댐퍼가 전자파 내성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일지, 관련 기준 수준이 낮아 발생하는 문제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오작동 현상을 보이는 댐퍼를 수거해 현행 내성 시험기준에 적합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선 성능인증 당시 댐퍼 전자파 시험을 실시했던 위탁기관이 아닌 3자의 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춘 의원은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소방시설이 전자파에 영향을 받아 오작동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전자파 영향에 대한 기준 부실 혹은 제품의 불량 여부 등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방조차 안 되는 제연댐퍼, 품질 왜 이러나
박남춘 의원실과 진행한 이번 현장 실태조사는 전자파에 대한 영향 여부 확인이 주 초점이었다. 하지만 현장 조사 과정에서는 제연 송풍기가 작동했을 때 댐퍼가 개방조차 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점까지 발견됐다.

 

▲ 현장 실태조사에서는 송풍기 풍압으로 인해 제연댐퍼가 개방되지 않는 문제점이 추가로 드러났다.     © 최영 기자

과거부터 제연댐퍼 개방을 위한 힘이 송풍기의 풍량을 이기지 못해 댐퍼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는 문제는 시공 현장에서 지속해서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댐퍼의 기능과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실시한 두 번째 실태조사 대상이었던 서울의 한 업무시설은 지상 7층 지하 4층 규모에 연면적 10,960㎡ 규모로 올해 6월 9일 소방완공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하 1층에 설치된 제연댐퍼는 시험에서 개방조차 되지 않았다. 댐퍼를 구성하는 모터 힘이 부족해 강한 풍압에선 댐퍼 자체를 열어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해당 현상에 대해 “현장에서 댐퍼를 힘이 센 거로 교체를 해야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송풍기 용량이 워낙 크다 보니 댐퍼가 안 열리는 것 같다. 모터 토크에 대한 개념을 생각 안 하고 무조건 댐퍼를 설치하는 것이 문제”라고 당황해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토크 값에 대한 부분을 소방산업기술원에서 반영해 제품의 성능인증을 내주고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토크에 대한 힘을 반영하지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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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0 [11:55]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