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PTSD 아픔 딛고 링 위에 선 소방관 ‘신동국’

[인터뷰]충북소방재난본부 광역119특수구조단 신동국 소방장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7/10/10 [13:23]
▲ 충북소방재난본부 광역119특수구조단 신동국 소방장     ©

“제 경기가 업무에 지친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08년 소방공무원이 된 신동국 소방장은 현재 로드FC 선수로 활동 중이다. 2009년에는 전국 소방왕 선발대회에서 최강소방관 부문 1위를 수상해 1계급 특진을 하기도 했다.


신동국 소방장은 군대 전역 후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승용차가 전봇대에 충돌한 사고였다. 운전자는 정신을 잃었고 승용차는 시동이 걸린 채 연기를 내뿜으며 공회전을 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순간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버지께서 사고차량 문을 열고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차 밖으로 꺼내고 계셨습니다. 늦게나마 아버지를 도와 운전자를 차량과 떨어진 안전한 곳에 눕혔죠”


얼마 지나지 않아 119구조대원과 구급대원이 도착해 차량 안전조치를 하고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구급차로 이송했다.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에 늘 자신이 강하고 용감하다 생각했었는데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간 119 대원들의 담대하고 멋진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죠”


그때부터 그는 소방관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군대 선후배에게 연락했다. 무작정 그들을 찾아가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제가 가야 하는 길은 소방관이라는 신념을 갖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소방관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뗐습니다”


소망하던 소방관이 된 후 그는 구조대와 구급대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현장을 겪었다. 새내기 소방관이었지만 자긍심과 패기는 남달랐다. 어떤 현장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하지만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사명감에 취해 소방관으로서 밤낮없이 뛰었지만 5년 차에 접어들면서 그는 불면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했고 술도 많이 마시게 됐어요. 꾸준히 운동해 단련했던 몸이 점점 볼품없어지기 시작했죠”


그의 불면증 원인은 다름 아닌 외상 후 스트레스였다. “자려고 누우면 사고현장이 떠오르고 가족들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매일같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잠은 부족했고 점차 예민해져만 가는 정신 탓에 동료들과의 사이는 원만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도 아내에게 짜증을 부리기 일쑤였다. 싸우는 일은 잦아졌고 아내의 눈물을 보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을까. 소방관이 된 이후의 생활은 그에게 있어 자부심을 심어주기도 했지만 상처 또한 남겼다는 아픔이 밀려왔다.


“지난날 패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걸 보니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뭔가 열정을 갖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죠. 그간 동경해 오던 격투기 시합에 도전해 보고자 원주에 있는 종합격투기 체육관의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프로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기까지 일곱 번의 아마추어 시합에 출전했다. 대부분의 훈련은 비번 날을 활용했다. 소방관이자 격투기 선수인 그는 이제 제법 유명인이 됐다.


“국민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더욱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시작은 외상 후 스트레스의 극복이었지만 지금은 그 꿈을 이뤘으니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소방관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할 수 있는 확성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동국 소방장은 지난달 23일 충주세계무술공원 스타디움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42 X 2017충주세계무술축제에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1라운드 2분 28초만에 TKO승리를 거뒀다. 그는 파이트머니 전액을 9월 17일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강릉소방서 고 이영욱 소방경과 고 이호현 소방교를 위해 기부했다.


“지인들과 소방 동료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 덕에 승리할 수 있었어요. 신인이기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로드FC에서 마음을 더해주셔서 기부할 수 있게 됐죠. 유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 소방장은 프로 격투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기를 치르고 주어지는 파이트머니로 어려운 소방 동료나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 또한 그가 꿈꾸는 일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과 가족까지 희생해야만 하는 소방 동료들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현장 활동에 있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곧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본연의 업무 외에 무언가 자신을 위한 일에도 열정을 쏟는다면 분명 현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유은영 기자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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