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금속화재,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이택구 소방기술사 | 입력 : 2017/11/24 [11:44]
▲ 이택구 소방기술사

우리나라는 화재 분류에서 금속화재(Class D Fire)에 대한 정의가 아직도 없다. 금속화재 논의가 늦어지는 것은 큰 인명 피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다른 화재에 비해 발생빈도가 많지 않다는 점도 배경일 수 있다.


금속화재는 리튬이나 나트륨, 칼륨, 세슘, 마그네슘처럼 반응성이 큰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 물로 소화할 경우 화학반응으로 수소가 생성돼 수소폭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화재다. 이런 상황에선 소방차 역시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우리가 늘 사용하는 분말소화기나 수계소화설비, 물분무등소화설비(가스계 소화약제, 포소화성비)가 적응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금속화재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트륨이나 알루미늄, 기타 금속분 등은 상온에서 공기와 화학변화를 일으킨다. 오랜 시간 열축적이 되면 어떤 조건에서도 자연발화가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수분이나 공기 속 습기와의 접촉으로 화재가 나기도 한다. 급격한 산화가 발생할 땐 열과 함께 수소가스가 발생해 폭발로도 이어진다. 금속 자연발화의 위엄이다.


분진에 의한 폭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등은 고체 금속 입도가 100um정도 이하의 분진상태가 되면 연소하기 쉽다. 표면적 증가로 인해 산소 공급까지 용이해 지면서 공중에 부유한 분진운은 미세한 에너지에도 착화로 이어진다. 순간적인 폭발도 가능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금속화재의 고유 특성 때문에 그 위험성이 크게 인식되고 있다. 특히  초기화재 진압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금속화재 우려 장소에서는 전용의 D급 소화기와 D급  소화약제를 비치토록 강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속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을 꼽으라면 기껏해야 모래가 전부다. 하지만 이조차 쉽지가 않다. 물기가 없는 건조사여야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방비상태인 셈이다.


최근 널리 사용되는 리튬배터리의 위험성도 금속화재의 정립 필요성을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기기나 전기차, 전기저장장치 등 에너지원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탓이다. 리튬배터리는 사용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안전성면에서는 취약하다. 언제든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과도 같다. 적응성 가진 소화기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기대조차 힘든 실정이다.


심각한 문제는 산업 현장 속 금속화재를 방호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시설에선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해외 소화기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 국내 소방법에 의해 불법화가 되고 있다.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소화기는 보급조차 하면 안되는 구닥다리 소방법 때문이다.


금속화재는 특성상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 소방차나 소화설비로 대응하더라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볼 텐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법적 제도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택구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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