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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위한다던 ‘소민터’… 결국엔 또 실적?

직접 갖다낸 보고서 반려하며 “소민터로 접수하세요”
소방청 “좋은 취지 살릴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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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12/07 [13:13]

민원인 위한다던 ‘소민터’… 결국엔 또 실적?

직접 갖다낸 보고서 반려하며 “소민터로 접수하세요”
소방청 “좋은 취지 살릴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12/07 [13:13]
▲ 소방민원센터     © 소방방재신문


[FPN 이재홍 기자] = 민원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온라인 소방민원센터(이하 소민터)가 되레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일부 소방관서의 무리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의 소방시설관리사 A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보고서를 제출하러 소방서에 갔다가 소민터로 접수하라며 반려당한 것이다.  

 

A 씨는 지역 소방본부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위에서 강경하게 실적으로 내려와 버리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민터는 지난해 7월부터 운영(동년 4월부터 시범운영)된 소방의 예방업무 관련 민원 사이트(www.mpss.go.kr/somin)다. ▲소방시설 작동기능 점검 결과보고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신고 ▲소방안전관리보조자 선임신고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연기신청 등 네 가지 민원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

 

건축물 관계인이나 소방시설관리업체가 직접 보고서를 소방관서에 제출해야 했던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거짓 보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 등을 까다롭게 구성하면서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시범운영 기간 소민터를 활용해봤다던 서울의 관리업체 대표 B 씨는 “취지는 좋은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당시 B 씨는 “건축물 관계인이 직접 본인의 공인인증서로 가입하고 로그인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연세가 있으시거나 컴퓨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시범운영이 끝나더라도 소민터를 잘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편을 호소한 건 관리업체만이 아니었다. 일선 소방관서 담당자들도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고령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 대면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도가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한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현 소방청)는 2016년 7월 소민터의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보도자료(2016년 6월 21일)를 통해 고령자 등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민원인을 고려, 기존의 소방서 방문 제출 처리도 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소방청은 올해 년도 국민행복정책에 소민터 이용률(10% 이상) 제고를 포함했다. 국민행복정책은 소방청이 1년 단위로 수립하는 모든 소방안전 관련 정책을 망라한 것으로, 여기에는 분야별 세부 목표와 함께 목표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목적의 항목별 평가지표가 반영된다.

 

총 1,000점 만점의 국민행복정책 평가지표 중 소민터 이용률 제고에는 5점의 점수가 배정됐다. 일선에서는 소민터 이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곧 관서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소방시설관리사 A 씨는 “실적 때문에 그런지 연말 되니까 더 심하다. 아예 업체들 보고 노트북 들고 가서 건물주들 회원가입부터 시키라고 한다. 여기 본부에 하소연해봐도 ‘(소방)청에서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 우리도 청에다 건의는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나’ 이런 식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좋은 취지로 제도를 만들었으면 정착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며 “온라인 제출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오프라인 접수도 병행돼야 하는데, 가지고 가도 소민터로 접수하라며 반려해버리니 이게 대체 누굴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리업체 관계자 C 씨도 “절차가 복잡하고 애로도 많아서 잘 쓰지 않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도 없이 관리업체에만 부담을 떠넘기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관할 소방서나 소민터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일인데, 업체에 전화해서 ‘왜 그 업체는 소민터 활용 안 하느냐. 사용해라’ 이런 식이니까 거부감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방문 제출의 경우도 병행해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고 만약 일선에서 다른 이유 없이 반려를 시켰다면 그건 잘못된 게 맞다”면서 “민원인의 편의 제고와 예방행정 발전을 위한 데이터 확보라는 좋은 취지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불편한 부분이나 문제점이 있다면 지속해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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