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못다 펼친 야구선수의 꿈… 소방관 돼서야 이룬 것 같아요”

[인터뷰]서울 은평소방서 역촌119안전센터 신종훈 소방사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7/12/08 [11:03]
▲ 서울 은평소방서 역촌119안전센터 신종훈 소방사

[FPN 유은영 기자] = 어려서부터 야구선수를 꿈꾸던 한 소년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육상을 하던 이 소년은 야구로 종목을 전향하면서 중학교 때 포니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대학까지 특기생으로 진학한 소년은 줄곧 국가대표를 꿈꿔 왔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 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팔꿈치 부상이었다.

 

군대를 다녀오면 괜찮아질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전역한 뒤에도 팔꿈치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야구선수라는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한 가지의 꿈만을 향해 달리던 그는 진로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사고 현장에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소방관이 됐다. 야구선수의 꿈도 지켜나가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은평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신종훈 소방사다.

 

“아버지께서 당뇨로 인한 저혈당이 심하게 와서 혼수상태에 빠졌었던 적이 있어요. 천만다행으로 위기를 넘기셨죠. 모두 현장에 빠르게 출동해 준 119구급대 덕분이었습니다”

 

이 일은 신종훈 소방사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가 군에 입대할 때만 해도 누구보다 건강했던 아버지였다. 당뇨로 인해 생명까지 위협받은 상황에서 다행히 119의 대처는 아버지에게 건강을 되찾아 줬다.

 

고마움과 존경심이 교차했다. 그 시기 ‘타워’와 ‘반창꼬’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사회 이면에서 사람을 살리는 데 헌신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그에게 큰 감명을 줬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부에 몰두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고자 마음먹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 시험을 준비하며 아침 6시에 눈을 떠 하루 14~16시간씩 공부를 했습니다. 국어, 영어, 한국사가 공통과목이기 때문에 제일 비중을 두고 학습했죠”

 

2015년 7월 14일. 그는 서울 은평소방서에서 소방관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배명 후 1년간 현장대응단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은평소방서 역촌119안전센터 진압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목표를 이루고 나니 야구선수로서의 기회도 찾아왔다. 임용 이후 서울소방재난본부 야구 동호회 ‘파이어리츠’ 팀에서 “같이 야구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연락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중학교 포니 국가대표로 함께 활동하던 친구였다. 흔쾌히 승낙한 그는 배명 받기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선수 출신은 투수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원래 포지션인 투수로는 활동할 수 없었다. 그래도 포수와 유격수, 중견수로 활동하며 어릴 적 꿈꾸던 야구선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소방관의 길과 야구선수의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은 팀워크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119안전센터의 한 팀은 9명으로 구성되는데 야구도 같은 인원이 경기를 펼친다. 화재나 구조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팀워크다. 야구 또한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배려심이나 협동심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의 노하우 또한 많이 알게 되죠. 보통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면 피곤함에 그냥 자거나 무기력해지곤 하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가서 운동하면 그런 것들이 사라집니다. 동호회 활동은 제게 활력소 같은 느낌이에요” 

 

▲ 신종훈 소방사는 지난 9월 열린 전국 소방관 야구대회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소방관들의 스포츠 활동은 소방조직 내의 온정을 베푸는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블루마운틴’이라는 야구팀은 AJ배 전국 사회인 야구대회에서 받은 우승 상금 100만원을 공상을 입은 파주소방서 직원에게 전달했다. 서울소방도 전국 소방관 야구대회에서 수상한 우승 상금을 강원도 순직 소방관을 위해 기부했다.

 

내년부터는 전국 소방관 야구대회에 출전한 멤버들을 중심으로 서울소방 ‘올스타팀’이 활동을 시작한다. 평일 오전 리그 소속으로 일반 리그를 뛰면서 사회인 토너먼트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좋은 성적을 내 상금을 받게 되면 투병이나 화상 등으로 고통받는 소방관을 위해 기부하기로 모든 팀원이 함께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야구선수로의 날개는 꺾였지만 주저앉지 않고 다른 꿈을 향해 매진한 신종훈 소방사. 그는 “소방관으로서는 근무시간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쉬는 날엔 체력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재능기부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소방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꿈을 전하기도 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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